2012년 4월 29일 일요일

징계의 칼춤, KBS 정세진의 '선택'


이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길위에서 2012/04/27 16:09 낮달'님의 블로그글 '징계의 칼춤, KBS 정세진의 '선택''을 퍼왔습니다.

▲ 징계의 위험을 무릅쓰고 정세진은 파업채널의 앵커를 자원했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장기하의 노랫말이 아니더라도 세상은 여전히 태평성대다. 총선을 전후해서 반짝, 주변의 삶과 세상을 둘러보는 시늉만 하고 다시 사람들은 자기의 삶에다 고개를 파묻어 버렸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봄, 텔레비전에서는 땜빵 프로그램이 돌고, 부실했던 뉴스는 더 부실해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의 무심은 그대로다. 

공정보도를 위한 언론인의 싸움 이야기다. 국민일보 파업은 100일을 훌쩍 넘겼고, MBC(문화방송) 파업도 100일이 눈앞이다. KBS, YTN, 연합뉴스까지 공정보도 회복과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세상은 놀랄 만큼 평온하다. 

언론이 세상의 움직임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면 그 거울이 제 노릇을 못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별다른 걱정이 없’고, ‘이렇다 할 고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정작 파업을 실감하는 이들은 알만한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으로 주말이 한가해진 TV 마니아들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가릴 것 없이 총선 내내 편파방송을 쏟아냈지만 언론계를 빼면 이 문제는 화제조차 오르지 않는다. 함량 미달의 일상을 다룬 연성기사가 판을 치는데도 사람들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것은 파업하고 있는 언론 노동자들이 만들어내는 ‘뉴스타파’(언론노조), ‘제대로 뉴스데스크’(MBC),‘리셋 KBS 뉴스9’(KBS) 등의 대안 미디어 덕분일까. 


▲ 파업채널 리셋 KBS팀들은 이 달의 방송기자상을 수상했다. ⓒ KBS 노조 누리집

시청자들과 독자들이 언론인들의 파업 투쟁을 무심히 ‘강 건너 불’로 지켜보고 있는 동안, 적지 않은 숫자의 기자와 PD들이 해고되거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요즘 언론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대한 각 방송사의 대응은 거의 막장 수준이다. 그래도 정치권은 오불관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방송문화진흥회도, 각사 이사회도 ‘각 회사의 노사문제’라는 변명 뒤에 숨어 있을 뿐이다. 

MBC에 이어 KBS에서도 ‘징계의 칼춤’이 시작되었다. 사장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최경영 기자를 해고하더니 ‘리셋 KBS뉴스 9’에 출연한 앵커, 기자 등을 차례로 징계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뉴스 진행을 자원한 정세진 아나운서의 이야기는 신선하다 못해 경이롭다. 


▲ 정세진 아나운서 ⓒKBS 누리집
16년차 고참 아나운서인 정세진은 한때 KBS 9시 뉴스 메인 앵커였다. 날마다 그의 얼굴과 차분한 뉴스 진행을 보면서 그의 칼라가 매우 밋밋하다고 느꼈던 때가 있었다. MBC 앵커였던 백지연이 비교적 선이 굵은 스타일이었다면 정세진은 공동진행자인 남성 앵커의 보조자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주곤 했던 것이다. 

해외연수에서 돌아온 정세진은  9시 뉴스에는 복귀하지 못했다. 아마 그 무렵 KBS 새 노조에서 파업을 벌였고, 정세진이 여기에 동참했던 것 같다.[관련기사] 에서 그의 인터뷰 기사(정세진 아나운서 “망가진 KBS 부끄럽고 화나요”)를 읽으면서 나는 언론인들에게 파업은 실존적 '존재 증명'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이 유례없는 언론인의 투쟁에 대해 현실 권력은 말할 것도 없고 ‘미래권력’으로 일컬어지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위원장도 눈을 감고 있다. 당장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개로 자욱하지만 언론인들의 공정보도를 위한 이 싸움이 승리로 귀결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것은 짧지만 우리 방송의 민주화 투쟁의 역사가 알려주는 진실이고 교훈이기 때문이다.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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