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7일 금요일

젖소 타령은 그만, 2003년 수입중단 때도 역시 젖소였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27일자 기사 '젖소 타령은 그만, 2003년 수입중단 때도 역시 젖소였다'를 퍼왔습니다.
[고승우 칼럼] 이력추적 안 되는 미국 소, 이번이 훨씬 더 위험

한미 두 나라 정부 당국은 미국 광우병 발생에 대해 고기를 식용으로 하지 않는 젖소에서 발생했으며 돌연변이에 의한 것으로 먹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합창하듯 외치고 있다. 

그러나 2003년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도 이번과 동일한 젖소였다. 미국 정부는 이번에 광우병 소가 발견되자 신속하게 안전하다는 발표를 내놓았지만 이는 지난 2003년의 혹독한 경험을 학습한 결과다. 

미국은 2003년 12월 광우병 소가 발견된 뒤 65개 국가에서 미국산 쇠고기 금수 조치를 취해 쇠고기 수출이 급감, 2003년 130만t에서 2004년에는 32만t으로 곤두박질쳤고 2007년에 겨우 77만t으로 회복했다. 

캘리포니아주 한 농장에서 발견된 광우병 젖소가 발견된 금년이나 2003년의 경우가 비슷한 점은 미국 축산업계가 소의 이력을 추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농무부는 캘리포니아주의 농장에서 죽은 젖소를 광우병 샘플 조사 대상으로 선정, 검사를 해 돌연변이에 의한 비정형성 광우병을 확인했다면서 식품으로는 유통되지 않아 안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소가 어느 곳에서 나서 자랐는지 등의 정보는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소비자권익단체인 공공이익 과학센터는 이번 광우병 사례가 집단으로 발병했다 해도 함께 위험에 노출된 소 무리를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소 광우병은 소가 감염되어도 발병하기 까지 상당 기간이 지나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2003년의 미국 광우병 소는 캐나다에서 2001년 수입된 74 마리 가운데 한 마리였기 때문에 그 소의 이력이 쉽게 확인될 수 있었다. 당시 그 소와 함께 미국으로 수입된 나머지 젖소들에 대한 추가 조사 작업을 벌이는 등 부산을 떨었다. 

가축 이력 추적 제도는 미국 의회가 지난 수 년 동안 관련 법안을 추진해 왔지만 축산업계가 비용이 드는 일을 강제로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해 지금껏 실시되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남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보츠와나도 송아지에 인식번호가 담긴 마이크로칩을 심어 놓는다면서 미국이 가축인식 측면에서 크게 뒤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캘리포니아주의 농장에서 죽은 젖소의 출생지 등을 파악키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 그런데도 김황식 국무총리는 27일 ‘미국 광우병 소는 우리나라가 수입하지 않는 30개월 령 이상 젖소에서 발생했고 일본, 캐나다 등 주요 수입국도 특별한 제한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이 "문제의 소는 비정형 광우병인 점을 고려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밝힌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 국무총리 등이 미국 광우병 소 수출과 관련해 힘입게 거론하는 일본, 캐나다는 한국과 그 속사정이 크게 다르다. 일본은 2005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때 20개 월령 소로 제한하는 등 조건을 까다롭게 했으며 2006년 소의 척추뼈가 일본 검색대에서 발견되자 다시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할 정도로 광우병 공포를 크게 완화시킬 장치를 확보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미국에 비해 광우병 발생 건수가 4.5배나 많기 때문에 유구무언인 입장이다. 이들 국가에 비해 한국은 쇠고기 주권을 상당부분 미국에게 넘겨준 불평등 조약을 맺은 상태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는 딱한 형편이다. 

고승우 전문위원 | konews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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