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30일 월요일

해군기지 공사 정지명령 미적미적…정부 눈치보는 제주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30일자 기사 '해군기지 공사 정지명령 미적미적…정부 눈치보는 제주도'를 퍼왔습니다.
국토부 직권취소 방침에 부담
우지사 귀국때까지 결정미뤄
시민단체·강정마을 주민 반발
학계 “자치권 제한 위헌” 지적

제주도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장의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 처분에 앞선 해군 쪽 청문 절차를 끝낸 지 17일이 지났지만, 29일 현재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미적거리고 있다. 해군기지 예정지 인근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시민단체들은 “제주도가 절차를 끝내고도 결정을 미루는 것은 정부의 눈치보기”라며 비판하며 공사 정지 명령을 서둘러 내릴 것을 촉구했다.
제주도는 이날 청문과 관련한 법률적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도가 공사 정지 명령을 내릴 경우 ‘공사 정지 명령을 직권으로 취소하는 등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강경 방침 표명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결론 발표를 늦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12일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 처분의 사전 절차로 해군 관계자 등을 불러 청문을 마쳤으나 아직 판단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의 결정은 국외 출장 중인 우근민 제주지사가 귀국하는 다음달 3일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의 해군기지 공사 정지 명령에 대해 정부 주무 부처가 취소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학계의 견해가 제시돼 주목된다.
지난 26일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이 연 ‘강정해군기지 공사 정지 처분에 대한 법률적 검토 토론회’에서 오수용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무부 장관(국토해양부 장관)의 행정명령 취소권 발동은 헌법에 반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취소권 발동의 법률적 근거로 꼽히는 ‘지방자치법 제169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치사무에 대한 명령처분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인정될 경우 주무부 장관은 시정을 명할 수 있고, 이행하지 않을 때는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오 교수는 “이 조항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처분을 감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관이 직권으로 취소·정지하도록 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치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위헌성’을 지적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자치법의 취소권한을 절대적으로 행사한다면 헌법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선아 변호사(법무법인 도움)는 “오랫동안 제기돼온 문화재법·환경영향평가법 위반, 민·군복합형 항만의 설계 오류 등 공사 중단 사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앞서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지난달 16일 제주도를 방문해 ‘공사 정지 명령을 내리면 주무 부서의 직권 취소 등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제주도는 공사 정지 명령을 할 경우 정부의 직권 취소 및 법적 대응 등이 뒤따를 것이 부담스럽다며 최근 변호사들의 법률적 검토를 받고 있다. 반면 정지 명령을 내리지 않기로 할 경우에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 전국 시민·평화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마을회와 시민단체들은 “청문 결과 발표를 미적거리는 사이 오늘도 구럼비 바위는 깨지고 있다”며 “언제까지 정부의 눈치를 볼 것이냐”고 제주도를 비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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