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7일 금요일

[사설] 비리에 구멍 뚫린 한국 원전, 비상구마저 부실하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26일자 사설 '[사설] 비리에 구멍 뚫린 한국 원전, 비상구마저 부실하다'를 퍼왔습니다.
그린피스는 어제 원전 사고로 방사능 누출 시 주민 안전을 위한 비상계획구역마저 한국은 형식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예방적 보호조치구역,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 식품제한계획구역에 따른 세부계획도 마련하지 않는 등 국제원자력기구의 권고조차 무시했다고 한다. 비상구역의 범위도 세계에서 가장 좁다. 노후원전의 사고 위험은 갈수록 커지는데, 비상시 주민들이 빠져나갈 비상구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셈이다. 수백만명의 생명을 건 원전 도박이 끔찍하다.
고리 원전의 경우 반경 30㎞ 안 주민이 342만명으로 인구밀집도에서 세계 최고다. 지난 2월 1호기 정전사고 때 비상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후쿠시마 사태처럼 노심 용융으로 발전했다면 부산·울산 일원이 모두 방사능 피해 영향권에 들어간다. 정부 주장대로 그런 비상사태의 가능성이 없더라도, 비상계획만큼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비상계획구역은 고작 반경 8~10㎞다. 일본도 그렇다고 하나,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은 반경 30㎞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처럼 원전 입국을 주장하는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모든 원전 국가는 최소 21㎞(남아프리카공화국) 이상이고, 미국은 100㎞에 가깝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일본 정부는 부실한 비상계획구역으로 말미암아 대책 마련에 혼란을 겪었다. 결국 나중엔 반경 30㎞까지 주민을 소개했다. 그사이 정부는 허둥대고 주민들은 더 큰 혼란과 피해를 겪었다. 당시 60㎞ 밖 고리야마시의 유아 절반이 성인 피폭허용치의 26배 이상 피폭당했으니, 30㎞ 밖도 사실 안전하지 않다. 우리 정부는 원전 인근 대도시 주민의 불안과 동요를 우려해 비상계획구역을 좁게 잡았을 것이다. 일종의 눈속임이다. 비상계획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최근엔 고리원전과 영광원전에서 구매담당자가 뇌물을 받고 원자로의 이상징후를 포착하는 중요 부품을 순정품 대신 모방품으로 쓴 일이 드러났다. 지난해엔 버려진 부품을 빼돌려 이를 수리하게 한 뒤 다시 원전에 사용한 직원이 구속됐다. 각 원전 주변에선 이렇게 크고 작은 납품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원전은 100만여개의 부품으로 돌아가며, 이 가운데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위험하다.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가 그렇다. 원전 노후화, 납품 비리, 관리 부실로 말미암아 우리 원전의 사고 가능성은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 그런데도 비상계획마저 허술하다. 제발 국민의 생명을 존중하기 바란다. 그렇다면 비상계획구역부터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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