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7일 금요일

[사설] 광우병 ‘사기 협상’, 국민을 두 번 속였단 말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26일자 사설 '[사설] 광우병 ‘사기 협상’, 국민을 두 번 속였단 말인가'를 퍼왔습니다.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했는데, 미국 정부는 한국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한국 국민은 불안에 떠는 괴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그제 광우병 대책을 놓고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정보 요청과 검역 강화라는 어정쩡한 대책을 내놨다. 당장 미국의 농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등의 나라를 거명하며 수입중단 조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반면 국민은 정부가 4년 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대국민 약속 광고를 주요 일간지 1면에 대대적으로 내더니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느냐며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수입중단이나 검역중단과 같은 조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서둘러 조처를 취하면 통상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대체 미국 정부가 광우병 발생 사실을 발표한 것보다 더 확실한 정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 정부가 지금 말하는 것을 보면, ‘충분한 정보’라는 게 광우병 발생 소가 한국이 수입하지 않고 있는 30살 이상이라는 점, 동물성 사료에 의한 발병이 아니라는 점, 육우가 아닌 젖소라는 점 등의 내용이 될 게 뻔하다. 정부의 정보 요청 및 검역 강화 방침은 미국의 일방적인 설명을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벌기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엔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자 즉각 수입을 중단했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5월 수입위생조건 추가협상을 통해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중단을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를 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당당하게 발표한 사람이 바로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종훈(새누리당 소속 서울 강남을 국회의원 당선자)씨다. 이어 같은 해 9월엔 국회에서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해 광우병 발생 시 검역중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당시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검역이든 수입이든 당장 중단 조처를 취하는 게 맞다. ‘선 중단, 후 안전 확인’이 정상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건 미국과 ‘대국민 사기’ 협상을 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개된 비밀 외교문서에 따르면, 미국의 웬디 커틀러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2008년 5월 우리 정부의 대국민 광고에 대해 “광우병 발생 시 즉시 수입중단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런데도 정부가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굴욕 협상-거짓 발표’를 했다면 국민을 두 번 속인 ‘나쁜 정부’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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