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4-22일자 사설 '[사설]성추행 검사, 법복만 벗으면 그만인가'를 퍼왔습니다.
법무부가 출입기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여성 기자들을 성추행한 최재호 부장검사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달 초 대검찰청이 최 부장검사에 대한 ‘중징계’를 청구한 데 따른 조치라고 한다. ‘정직’은 검사징계법상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면직·정직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이다. 같은 날 법무부는 유흥주점에서 변호사에게 수십만원대 향응을 받은 검사 2명에게 한 단계 높은 면직을 의결했다. 법무부는 공적 장소에서 여기자 2명을 성추행하고 이들이 수차례 항의하는데도 멈추지 않은 최 부장검사의 행동을 변호사에게 술접대 받은 것보다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한 셈이다.
우리는 최 부장검사에 대해 검사 징계 중 가장 무거운 해임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비리 검사가 사표 제출만 감수한다면 해임 외의 어떤 징계를 받는다 해도 실질적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해임의 경우 검사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물론 변호사 개업이 3년간 제한되고 퇴직금도 일부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면직 이하 징계는 변호사 개업이나 퇴직금 수령에 불이익이 없다. 정직을 받은 최 부장검사도 이미 낸 사표가 수리되면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등록을 거부하지 않는 한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보도자료를 보면 최 부장검사 항목에 ‘징계 혐의자가 사표 제출한 상태로서 징계 후속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리할 예정’이라고 나와 있다. 어차피 당사자가 법복을 벗겠다고 한 만큼 해임이나 면직 대신 정직하는 선에서 ‘중징계’ 시늉만 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검찰은 조직 내에서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번처럼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해왔다. 다른 공직자들의 윤리적 모범이 돼야 할 검사들에게서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욱이 법치 구현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법무부가 성추행 검사에게 면피성 솜방망이 징계를 한 것은 그들이 비판받는 차원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향후 다른 정부기관에서 공직자의 성범죄가 발생해도 ‘사표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비켜갈 여지를 만들어준 것이다.
여성인 장하나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제수 성추행’ 파문의 김형태 당선자(새누리당 탈당)에게 사퇴를 요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기 가족마저 짓밟는 사람이 국회 안을 걸어다니는 게 무섭고 부끄럽다.” 마찬가지로 기자들을 성추행한 검사가 변호사가 되어 법원 안을 걸어다닐 것이 무섭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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