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1일 수요일

"초박빙 승부? 깜짝 놀랄 결과 나올 수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11일자 기사 '"초박빙 승부? 깜짝 놀랄 결과 나올 수도"'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2010년 6·2 지방선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지난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천안함 침몰 사고 직후 안보 이슈가 한창 부각되던 때였다. 언론은 일찌감치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승리를 전망했다. 선거 1주일 전 MBC 뉴스데스크 여론조사에서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50.4%,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32.6%를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른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겨레는 오세훈-한명숙의 지지율 격차가 18.0%포인트, 경기도에서는 김문수-유시민이 13.9%포인트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막상 개표 결과는 오세훈 후보가 47.4%, 한명숙 후보가 46.8%로 나타났다. 겨우 0.6%포인트 차이. 밤새 엎치락뒤치락 승부가 엇갈렸고 새벽에 당선자가 결정됐다.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언론이 좀 더 정확하게 민심을 읽어 보도했다면 한명숙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서울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도 좀 더 적극적으로 논의됐을지도 모른다. 

경기도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유시민 후보를 2.4%포인트 차이로 겨우 이겼다. 언론은 압도적으로 김문수 후보가 우세하다는 전망을 쏟아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박빙이었다. 서울과 경기도 뿐만이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 접전지역으로 분류됐던 인천과 충남, 충북, 경남, 강원, 제주에서 모두 야당 후보가 승리했다. 서울과 경기도는 애초에 접전지역으로 분류되지도 않았다. 야당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이상규 후보와 함께 10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마지막 유세를 펼치며 이상규 야권 단일후보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무엇이 잘못됐던 것일까. 한 언론사의 실수도 아니고 모든 여론 조사에서 비슷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언론은 “예상 밖 결과”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실 민심이 돌변한 게 아니라 애초에 언론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여론조사의 표본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론조사 결과와 별개로 실제로 누가 투표장에 더 많이 가느냐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서울 광장은 한명숙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기위해 나온 인파로 축제 분위기였다. 언론은 오세훈 후보의 압승을 점쳤지만 결과는 초박빙, 결국 오세훈 후보가 당선됐지만 이날 저녁 개표 결과는 밤새도록 엎치락뒤치락했다. 6·2 지방선거 때 언론보도는 실패한 여론조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결국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숨은 표’를 읽어내는 게 판세 분석의 핵심이다. 언론이 인용하는 여론조사는 집 전화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집 전화와 휴대전화 조사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표본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를 포함한 RDD(임의번호걸기) 기법의 경우에도 3~5% 정도 여당에 유리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집 전화 조사의 경우는 보수성향의 여론이 훨씬 더 많이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조선일보는 10일 4개 여론조사 회사의 전망을 종합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2 대 2로 엇갈린다고 보도했다. 수도권 지역 112석이 향방이 전체 판세를 결정지을 텐데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4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2 대 2로 의견이 엇갈렸다. 절묘하게 기계적 균형을 맞춘 셈이다. 조선일보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58~60석, 민주통합당이 4~7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아일보는 전국적으로 새누리당이 104곳에서 우세, 야권연대가 90석에서 우세한 것으로 보고 경합 지역은 새누리당이 46석, 야권연대는 81석으로 분석했다. 표면적으로는 영남지역에 기본 표를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우세하지만 수도권 경합지역에서 판세가 엇갈릴 거라는 전망이다. 경향신문도 “서울·경기 지역 112개 선거구 가운데 접전지로 지목하는 지역구가 50곳에 이른다”면서 “1천~2천표 차이로 승부가 엇갈리는 초접전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언론이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행간에서는 사실상 민주통합당의 우세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중앙일보는 “140석 안팎에서 1당 경쟁이 벌어지는 승부로 끝날 것”이라면서도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탄핵정국에서 얻었던 121석을 성패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거대 야당의 폭주를 막아달라”고 외치는 것도 이런 전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7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투표 독려 '개념 찬 콘서트'를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겨레는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5~10%포인트 가량의 숨은 표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면서 “특정 정당에 투표할 의사가 분명히 있지만 응답 거부 등으로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은폐형 부동층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정권 말기에는 부동층이 7 대 3 정도로 야당에 쏠린다”면서도 “공천 과정에서의 실망과 야권연대 과정에서의 잡음 등으로 숨은 표가 야당의 득표와 실제 연결될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소개했다. 

결국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는 투표율이다. 50여 곳에 이른다는 수도권 지역 접전지는 분노의 표심이 얼마나 결집되느냐에 따라 뒤바뀔 수 있다. 새누리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사수와 제주 해군기지 강행 등 성장과 안보 이슈를 부각한 반면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 심판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부동층의 향배와 실제로 이들을 투표장까지 이끌어 낼 동력이 어느 쪽이 강한지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여론조사가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됐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여론조사에 맹목적으로 의존한다. 여론조사는 민심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표를 제대로 읽지 못했고 여론조사를 빙자한 언론의 왜곡 보도가 거꾸로 민심을 흔드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sy)’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번 선거 보도에서도 대부분의 언론이 초박빙 판세를 예측했지만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지난 여러 차례 선거에서 경험했듯이 여론조사 결과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다. 여론조사는 가장 객관적인 데이터지만 그것 자체를 여론이라고 볼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상당수 언론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수도권을 접전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접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여론이 기울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숨은 표의 성격을 모르지는 않겠지만 일부 언론은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홀딩페이스 최종호 대표는 “이번 선거는 역대 그 어느 선거보다 예측이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6·2 지방선거에 근접하는 야권연대의 완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 대표는 “부동층 효과를 감안하면 선거 초반부터 야당이 크게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새누리당은 보수세력을 결집할 막판 반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여론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한 깜짝 놀랄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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