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6일 목요일

‘뼈저린 반성’ 약속은 뻥?…청와대 “괴담 퍼뜨리지 마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26일자 기사 '‘뼈저린 반성’ 약속은 뻥?…청와대 “괴담 퍼뜨리지 마라”'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광우병 ‘검역주권’ 뭉개는 이명박 정부… “국민건강 심각한 징후 없다”

“지난 6월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노래 소리도 들었습니다.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광우병 위험 쇠고기 문제와 관련한 국민 걱정에 대한 반성의 뜻을 밝혔다. 그는 “저와 정부는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특별 기자회견에서 사과의 뜻을 밝히며 고개를 숙이던 모습은 주요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됐다. 중앙일보는 다음날인 6월 20일자 1면에 라는 머리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이날 라는 사설에서 “국민과의 참된 소통을 통해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고 경제 살리기와 국가 선진화를 이뤄낸다면 오늘의 반성문은 훗날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로 평가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2008년 6월20일자 1면.

2008년 ‘촛불정국’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뼈저린 반성’을 언급했고,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고 말했다. 관전포인트는 이명박 정부의 대국민 약속 실천 여부이다.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는 2008년 5월 8일자 주요 신문에 "국민의 건강보다 더 귀한 것은 없습니다. 정부가 책임지고 확실히 지키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5단 광고를 실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 '이미 수입된 쇠고기를 전수조사하겠습니다' '검역단을 파견하여 현지실사에 참여하겠습니다' '학교 및 군대 급식을 중지하겠습니다' 등의 내용을 약속했다.
미국 농무부가 2011년 4월 2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중부지방 목장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4월 25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겠다. 미국 측에 광우병 소에 대한 상세한 정보제공을 요청했다”면서 “통상마찰 등을 우려해 검역 중단 등 수입제한 조치는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미국 쇠고기에 대한 통관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가 외국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를 인용 보도했던 국내 언론들은 정부의 “검역중단은 없다”는 소식에 기사 내용을 수정해야 했다.
결국 2008년 촛불 정국 과정에서 ‘뼈저린 반성’까지 언급하며 약속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다짐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미국 광우병 발병시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과 박원석 윤금순 등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26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 당시 정부는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중단’은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의 약속 위반은 국민의 걱정과 분노,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우려를 낳고 있다. 주요 언론은 4월 26일자 1면에 이명박 정부의 2008년 5월 8일자 광고 내용을 내보내면서 약속 위반 사실을 전했다. 보수언론도 정부 대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앙일보는 4월 26일자 사설에서 “우리 측 고시에 따라 시급히 검역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본다. 어떤 경우에도 자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신뢰를 얻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5월 10일 미국 쇠고기 전면개방 반대 촛불문화제.

미국 농무부 장관은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한국정부 등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국 정부의 칭찬을 받았지만 한국 국민의 걱정과 우려가 증폭된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2008년 5월 8일 대국민 광고를 통해 했던 광우병 발생시 수입 즉각 중단이라고 하는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면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어처구니없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태도에 미국이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감사를 받는 대신 국민들로부터 감시받아야 하는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대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점은 여권을 곤혹스럽게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정부 이름을 걸고 대국민 거짓말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광주 동구)은 “2008년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특위 자료에 의하면 미국산 쇠고기 파문이 확산된 5월 초부터 추가협상 직후인 6월 27일까지 집행된 관련 정부 및 산하기관 광고·홍보비는 영상물과 인쇄물 등의 제작비는 제외하고도 45억7831만1000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박주선 의원은 “광우병 쇠고기 검역중단 보류는 최소 45억 원짜리 거짓말이다. 정부는 2008년 45억 원의 미국산 쇠고기 홍보예산을 사용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 중단하겠다고 했음에도 이제 와서는 검역중단조차 보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청와대는 약속 불이행에 대한 겸허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언론에 “보도를 조심하라”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가 광우병 발병시 ‘즉각 수입중단’을 약속한 신문 광고에 대해 “광고 문구는 생략되고 축약되는 부분이 있지만 총리 담화에 정확한 내용이 있으니 그 부분을 갖고 약속을 어겼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국민 건강이 달려 있는 문제이니 보도도 조심해야 하고 인터넷에서 괴담식으로 퍼뜨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정부가 약속을 안 지킨다고 하는데 사실 관계는 정확히 얘기해야지 국민 건강을 놓고 (사실을) 호도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우려하는 것처럼 국민 건강에 심각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될 징후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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