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01일자 기사 '“MBC, 무너진 편집원칙 5공때 수준”'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박성호 MBC기자회장
지난 25일부터 닷새 동안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를 이끈 박성호 MBC 기자회장은 30일 오후 인터뷰에서 “우리가 조중동 종편을 비판하면서 편향된 이들의 방송보다 나은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며 “현재의 뉴스는 아마도 군사정권 때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뉴스의 문제가 있을 때 “기자들이 그에 맞서 ‘이렇게보도하면 안된다’고 논쟁하고 더 싸웠어야 했으나 그런 게 부족했다”며 “뉴스의 기본을 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조건을 위한 싸움”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자가 제작거부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사정은.
“우리의 목적은 제작거부가 아닌 뉴스정상화를 위한 인적 쇄신이었다. 기자들의 요구가 계속 묵살당하고, 인식의 차이를 좁힐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환경과 체제하에서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과연 제대로 방송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컸다. 우리가 조중동 종편을 비판하면서 편향된 이들의 방송보다 나은가 하는 자괴감이 찾아들었다. 그래서 일단 여기서 업무를 끊고 최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MBC 뉴스가 과거에도 이렇게 편파적인 적이 있었나.
“MBC 입사 17년 동안 뉴스가 여권에 기울었던 적이 없지는 않았다. 가깝게는 DJ와 노무현 때 일부 뉴스에 대해서도 지적을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과거엔 내부비판이 제기된 뒤 회사가 해명하거나 무시해도 향후 방향을 잡아나가려는 노력은 했다. 현재의 뉴스는 아마도 군사정권 때 수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
“뉴스에 대한 균형성을 논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이슈를 빼버린다. 논란을 벌이기 위한 전제가 사라진 것이다. 기사판단, 뉴스밸류도 무너졌고, 편집판단도 비상식 몰상식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본과 상식이 무너진 것이다. 이는 편파여부를 떠나 명백히 언론의 역할을 저버린 것이다. 배제된 뉴스 대부분은 현 여권에 부담스러운 내용이었다. 특히 보도책임자가 아닌 단속 나온 사람과 일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단속하던가.
“이런 분위기는 사람이 변해서만은 아니다. FTA 반대집회 보도누락의 경우처럼 통제와 단속이 교묘해졌다. 말로는 불편부당과 중립을 주장하지만 정작 기자들이 발제하고 기사를 쓰면 방송에 나가리라 생각하는데 저녁 7~8시 다 돼 담당부장이 와서 ‘기사가 많아서 빠졌다, 편집에서 탐탁치 않게 본다’ 등의 이유를 설명한다. 처음엔 시청률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만, 이런 일은 반복됐다. 알아보니 취재부서의 부장이 편집회의 때 주요 사안에 대해 직접 발제를 안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식 보고를 않고 우회로 보도국장이나 편집1부장에게 구두로 ‘부정적인’ 보고를 했던 것이다.”
박성호 MBC기자회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런 사례가 있나.
“FTA 반대집회 물대포 진압 리포트나 ‘김문수 119 전화’ 누락이 그렇다. 장관 인사청문회 경우 나흘 연속 보도가 안됐는데도 이를 편집회의 이후 사내에 스스로 공지도 안했다.”
-기자들은 뭘 했나.
“침묵하고 가만히 있진 않았다. 성명도 내보고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 듣는 척은 했는데, 달라지지 않았다. 제 일 하느라 기자들 사이에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들이 그 순간 ‘이렇게 보도하면 안 된다’고 논쟁하고 더 싸웠어야 했다. 그런 게 부족했다.”
-돌이켜보면 MBC가 개혁이나 진보적 언론은 아니었지 않나.
“우리가 진보언론이나 정권과 사회비판의 선두에 있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런 얘기는 방송이 정상이었을 때 더 잘해보자고 할 때 나올 얘기다. 지금은 기본적이고, 평면적 보도도 불가능해져있다는 것이 문제다. 기본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싸워서 원하는 바를 얻으면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겠는가.
“당연히 신뢰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잘 방송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고자 싸우는 것이다. 이후에 잘해야 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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