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07일자 기사 ' KBS 수신료 여론조사가 ‘꼼수’인 이유'를 퍼왔습니다.
[비평] ‘수신료 인상’ 유도성 질문, 결과도 자의적 해석
“국민 64%, 수신료 인상안 조속히 처리돼야”
KBS가 지난 2월 1일 국제회의실에서 을 하고 홍보실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수신료 인상안 처리에 대해 찬성 여론이 높은 것처럼 보인다. KBS 주장이 맞는다면 ‘긴급’이라는 타이틀을 건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르게 국민 다수(64%)가 수신료 인상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말이다.
정말 그럴까. 참으로 흥미로운 점이 있다. KBS가 긴급이라는 타이틀을 건 기자회견을 열고 의미심장한 자료를 발표했는데도 다음날인 2월 2일자 주요 신문에는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중앙일보는 2월 2일자 27면 하단에 짧은 내용으로 단신 기사를 실었다. 기사 제목은 로 뽑혔다. 단신 처리한 것도 그렇지만 중앙일보 기사제목은 KBS가 밝힌 것과는 뉘앙스가 다르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수신료 인상안이 조속히 처리되는 것과 인상 여부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언뜻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다른 의미가 담긴 주장이다. 수신료 인상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라는 것은 말 그대로 인상할 것인지 말 것인지 빨리 결정하라는 의미다. 긍정의 의미가 아니라 부정의 의미도 담겨 있다는 얘기다.
KBS가 수신료 인상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내놓은 질문과 답변내용.
KBS가 선택한 질문은 라는 문항이다.
KBS 질문대로라면 중앙일보가 보도한 제목이 타당한 설명 아닌가. 조속히 수신료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신료 인상한 조속히 처리돼야’라는 의견인 것처럼 KBS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KBS 질문에 이미 답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제출된 KBS 수신료 인상안이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답을 유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KBS가 선택한 ‘국회가 책임감을 갖고 조속히 수신료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은 답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유도성 질문을 통한 결과를 ‘여론’이라고 주장하면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심각한 점은 이번 여론조사는 첫 질문부터 답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KBS 이사회는 지난 11월 공영방송의 책무를 강화하고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30년 만에 수신료를 월 2천 5백 원에서 3천 5백 원으로 1천원 인상하기로 의결했습니다. 현재는 국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천 원 인상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사용했다.
KBS가 수신료 천 원을 인상하는 긍정적인 이유(공영방송 책무 강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를 언급한 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바로 긍정적 답변을 유도하는 행위라는 얘기다. KBS의 이번 여론조사는 진짜 여론을 살피려 했다기보다는 수신료 인상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기 위한 조사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선택이었다.
수신료 인상을 홍보 중인 KBS 건물. ⓒ연합뉴스
언론이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보도하는 것은 책임이 뒤따른다. 질문 선정이나 질문의 순서 배열 조정을 통해 특정한 답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은 웬만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유도성 질문’은 선거 관련 여론조사일 경우 법으로 금지돼 있다. 공직선거 제108조는 ‘편향되도록 하는 어휘나 문장을 사용하여 질문하는 행위’ ‘응답을 강요하거나 조사자의 의도에 따라 응답을 유도하는 방법’ 등은 위법행위로 규정해 놓고 있다.
KBS가 만약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이번처럼 ‘유도성 질문’을 통해 답을 이끌어냈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떻게 판단했을까. KBS는 이번 조사를 위해 1월 9일부터 26일까지 17일 동안 ‘일대일 개별면접조사’를 통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들인 기간과 ‘일대일 개별 면접’이라는 방법만 놓고 보면 상당히 공을 들였고, 비용도 일반적인 언론 여론조사에 비해 훨씬 많이 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KBS는 ‘긴급’ 타이틀을 내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주요 신문들이 지면에서 언급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단신 기사로 짧게 처리했는지 그 원인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 낯 뜨거운 여론조사 결과를 ‘여론의 현주소’인 것처럼 선전할 게 아니라 국민의 수신료를 통해 조성된 재원을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는 게 공영방송의기본 의무이자 역할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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