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02-06일자 기사 '‘관영스럽고, 종편스러운’ 문화방송은 가라''을 퍼왔습니다.
[한줌의 미디어렌즈] ‘공영방송 사수’ MBC 파업 이제 끝장 내주길
▲ MBC노동조합은 총파업 돌입 5일째인 3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MBC노제'를 열었다. ⓒ곽상아
2월 6일자 신문에 광고로 실린 ‘문화방송 시청자들께 드리는 글’을 읽어봤다. MBC 뉴스 안본 지는 꽤 됐지만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나 ‘무한도전’은 더러 챙겨보는 처지라 나도 시청자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읽다보니 기시감이 팍팍 들었다.
‘노조가 근로조건과 하등 상관없는 명백한 정치파업, 불법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국민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관련자들을 엄정히 다스려 하루빨리 정상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충 이런 거다. 행정안전부 담화 보는 줄 알았다. ‘여러분들 지금 불법집회 중입니다. 조속히 해산하시기 바랍니다. 해산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거리에서 경찰의 경고방송을 듣는 것도 같았다. 이게 공영방송 ‘MBC 문화방송’ 명의로 나간 입장인가. 참으로 관영스럽다.
정부 담화와 다를 바 없는 MBC의 신문광고
“이번 파업은 임금이나 근로시간, 복지나 해고 등 근로조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사장의 퇴진과 임원 및 국장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불법”이라고 했다. 법규정은 전문가들이 따져줬으면 좋겠고, 적어놓은 한 마디, 한 마디 어찌 그리 공영의 풍모는 통편집해버렸는지 모르겠다. 오늘의 MBC답다.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간부들에게 MBC 직원은 그런 존재인 거다. 시사 프로그램 만들고 취재·보도하는 기자·PD들에게 취재 아이템이 날아가건, 보도가 축소·왜곡되건, 불방되건 그런 건 그들의 근로조건과는 아무 상관없는 것이다. 적어도 ‘그동안 안팎에서 시키는 대로 다 해왔는데 왜 월급 더 안 올려 주냐’는 정도는 돼야 적법한 요구겠다. 공영방송 기자·PD이기에 앞서 사원이다, 사원. 이게 국민의 방송이라는 공영방송사 경영진의 ‘직원관’인가. 참 불쾌하다.
시청자로서도 대단히 언짢다. 서두에 밝혔듯이 MBC 뉴스나 시사프로 안본 지는 꽤 됐다. 왜 안 봤을까. MBC가 ‘담화문’에 내세운 것처럼 드라마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채널선택권을 붙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공영방송으로서 위상과 신뢰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내가 ‘하이킥’의 왜곡을, ‘무한도전’의 편파를 문제 삼았나? 시청자를 뭘로 보는 건가. 그 와중에 ‘담화문’에서는 ‘해를 품은 달’이 시청률 40% 넘었다고 자랑이다. 참으로 종편스럽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자기네끼리 시청률 최고라고 내세우는 그들의 행태와 뭐가 다른가. 종편 시청률이 앞으로 2%가 넘으면 그 많은 문제가 다 면제되나.
‘큰집 쪼인트’ 사장이 여태까지 건재한 이유
MBC 경영진의 인식만큼 놀라운 건 김재철 사장의 건승이다. 취임 직후 ‘큰집 쪼인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사장이 명확한 진상도 밝히지 않고 책임을 묻지도, 물지도 않고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왔는가. 지금껏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버티는 그 비위가 정말 놀랍다. 그 정도는 소화해줘야 공영방송 사장할 자격이 있는 건가.
2년 전 이맘 때 MBC 노조는 방문진의 이사 선임 강행 직후 성명에서 “이명박 정권에게 MBC는 마지막 눈엣가시지만, 국민들에겐 마지막 희망”이라며 “어떤 인물이 새로운 사장으로 오든 그는 정권에 무릎 꿇은 꼭두각시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단 1분도 자리에 앉아보지 못하고 쫓겨나는 MBC의 첫 낙하산 사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의 사장이 왔다. 회사의 담화문을 인용하자면 “지난 2010년 4월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불법파업에 나섰다가 39일 만에 파업을 접은 지 1년 8개월 만”에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MBC는 이번 ‘담화문’에서 “조직과 시스템을 점검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MBC 노조는 2년 전 결의를 다지던 성명에서 “우리 국민들이 피로써 언론자유를 이뤄냈듯, MBC 조합원은 강고한 총파업 투쟁으로 정권의 낙하산 부대를 몰아내고 MBC 장악 기도를 박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시청자로서 보기에 공영방송 MBC가 지켜야 할 약속은 2년 전의 그것이다. 1월 16일 MBC기자회가 공개한 지난 1년의 ‘침묵, 왜곡, 편파사례’는 지키지 못한 약속의 결과이고 침묵과 순응의 궤적이기도 했다. ‘국민들의 마지막 희망’이 아니었단 말이다. 그렇게 누적된 실망과 불신이 ‘MBC를 안아주세요’라는 퍼포먼스로 씻겨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거리로 나선 MBC 구성원들도 알 것이다.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2년 전 약속 지킬 때다
이번 파업은 ‘MB 편이냐, 아니냐’ ‘김재철 편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2월 6일 ‘담화문’에서 확인하듯 공영방송임을 포기하느냐, 다시 일으켜 세우느냐의 문제다. 공영방송의 위상과 신뢰를 복원하고 제고하는 길은 지난한 만큼 일관해야 한다. 미디어렙을 비롯한 언론 생태계의 여러 현안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지향과 가치는 거듭 검증받고 확인받아야 할 일이다.
그 초입에 지금 MBC 파업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MBC의 다섯 번째 파업이라고 한다. 그동안 정권은 임기 5년차에 접어들었다. ‘담화문’과 뜻을 같이 하는 대목 하나, 계속되는 파업은 나 역시 더 보고 싶지 않다. 이제 끝장을 봤으면 좋겠다. MBC를 지키겠다는 2년 전의 약속을 완수했으면 좋겠다. MBC가 언제부터 ‘뉴스타파’ 정도의 보도도 못하는 방송이 되었는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부디 끝을 보길, 사원이 아니라 공영방송 종사자인 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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