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2-08일자 기사 '거짓 드러난 삼성.근로복지공단, 끝까지 발뺌하나?'를 퍼왔습니다.
발암물질 발견 연구결과에도 "극미량 인체 영향없다" 강조...산재소송은?
ⓒ민중의소리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정부가 무려 3년간에 걸친 연구결과 삼성전자 등 3개 반도체회사에서 백혈병 등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발견됐다고 발표함으로써 그동안 작업환경과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직업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근로복지공단이나 삼성전자의 주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그러나 정작 삼성전자와 정부는 연구결과를 축소해석하면서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6일 발표한 연구결과는 삼성전자 등 3개 회사의 반도체 제조 사업장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비소, 전리방사선 등 1급 발암물질이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그런데 정작 연구결과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스스로도 "이번에 검출된 발암물질의 양은 노출 기준치 보다 낮아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고 내세웠다. 연구원은 보고서 원문은 공개하지 않은 채 '반도체 사업장 일부 공정에서,벤젠 등 발암성물질이 극미량 부산물로 발생'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삼성전자 역시 입을 맞춘 듯 "이번에 측정된 양은 모두 노출기준보다 낮아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여지지만 앞으로 임직원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번 발표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점은 정부와 삼성이 그동안 거짓말을 해왔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 부터 사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산재인정을 위해 싸워온 삼성반도체 산재 피해 노동자들이 산재승인을 요구할 때마다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은 작업환경과 백혈병 등 암 발병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강변해 왔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해외컨설팅 업체인 '인바이런'에 용역을 통해 데이터 제시도 없이 백혈병과 업무와의 관련성이 없다는 조사한 결과를 지난해 발표하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과 삼성전자는 산재 피해노동자들이 제기한 산재불승인 취소 소송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가 6일 발표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삼성전자 등 3개 반도체 회사의 작업환경 연구 결과.
그런데 이번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결과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질 뿐만 아니라 공정진행(웨이퍼 가공라인/조립라인)과정에서 그 부산물로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비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모임'('반올림')이 7일 성명을 통해 "과거 열악한 작업환경속에서는 더욱 많은 양의 벤젠등 발암물질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시사하고 산업재해로 인정해야할 유력한 근거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됐다"고 지적한 것은 이때문이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삼성전자는 발암물질이 노출기준치 이하로 발견돼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과 관련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미국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가 정의한 '노출기준'이란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반복적으로 노출되어도 건강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농도"로 규정돼 있는데, 이는 "안전농도와 위험농도의 경계치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ACGIH에서는 발암물질의 경우 독성의 역치(threshold: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가 없어 극히 낮은 수준의 노출로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한분자의 유전독성 발암물질이 유전적 변이를 유발할 수 있으며 종양발생도 증가시킬 수 있다.
노출기준보다 아무리 낮아도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표현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이 1990년대와 2000년 초중반에 근무를 하다가 백혈병과 림프종이 발병한 피해당사자들이기 때문에, 개선된 작업환경에 대한 이번 연구의 조사시점(2009~2011)을 감안하면 피해자들이 근무했을 당시에는 합리적으로 추론했을 때 훨씬 더 위험한 수준의 발암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반올림'은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이 피해 노동자들의 산재를 즉각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5명의 노동자가 삼성반도체 산재 관련 소송을 진행중이며,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6월 고 황유미씨와 고 이숙영씨 등 2명에 대해서만 업무상 질환의 가능성을 인정해 산재를 승인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원고인 근로복지공단은 곧바로 항소했다.
이들이 생전에 근무하던 공장은 이번에 발암물질이 발견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웨이퍼 가공라인이었다.
ⓒ김철수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산재 피해자들이 지난해 6월 법원의 산재승인 판결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항소장을 접수한 것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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