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4-12일자 기사 'MB 청문회, 야권 재기의 디딤돌'을 퍼왔습니다.
특별기획 '총선 분석과 정국 전망'(9)
4․11총선에서 야권이 확실히 패배했다. 그것도 야권이 의석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차버리고 오히려 새누리당에게 과반수를 헌납한 형국이 돼버렸다. 야권의 실패 원인에 대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 실패와 잡음, 야권 연대 파열음, 김용민 후보 막말 등을 이구동성으로 꼽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다 야당에 유리한 선거 프레임 설정 실패와 이에 따른 선거 주도권 상실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또 정치는 타이밍인데 이정희 통합진보당 관악을 후보 사퇴 사건과 노원을 김용민 후보 막말과 후보사퇴 권고 사건에서 보듯이 좌고우면하다 일을 그르쳤다. 사안에 대한 냉정하고도 정확한 판단이 마비돼 벌어진 일들이었다.
예를 들면 부산에서는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의 석박사 학위논문 표절 사건과 하태경 후보의 친일 망언 사건 등이 잇따라 문제가 되고 경북 포항에서는 김형태 후보의 반인륜적 성범죄 의혹 사건이 문제가 됐다. 당연히 야권은 이를 줄기차게 물고 늘어졌다.
서울 후보보다 몇 배 더 큰 허물이 지방에서는 별것 아닌, 희한한 한국사회
하지만 이들 사안들은 멀리 지방에서 벌어진데다 새누리당 세력들은 오래 전부터 이와 유사한 전력이 있었던 터여서, 그리고 여기에다 보수언론의 의제 설정 외면하기 등이 겹쳐 그 악영향이 전국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이곳은 사실상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 결과도 그랬다. 범죄에 가까운 일들이, 국회의원이 되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통할 것들이 죄다 면죄부를 받은 격이다. 그 지역의 유권자 특성이나 성향, 분위기 등을 고려해야 함에도 민주당은 이를 외면했다.
하지만 서울과 서울 인접 위성도시의 유권자들은 부산이나 포항 지역 유권자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곳에서는 늘 여야 간 치열한 다툼이 벌어져왔다. 부산이나 포항에서 문제가 된 것보다 그 강도가 훨씬 낮은 도덕성 문제나 성 관련 문제도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더군다나 그 진원지가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진보진영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민주진보 진영에서는 억울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실제로 사건이 터져 나왔을 때 민주진보 진영에서는 왜 언론이 같은 잣대로 문제를 다루어주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심지어는 조중동이 제기한 프레임, 예를 들면 김용민 후보 사퇴를 들어주면 조중동에 끌려 다닌다고 판단한 젊은층이 민주통합당을 버린다는 협박성 논리까지 나왔다. 지도부도 결단을 하지 못하고 뒤늦게 후보사퇴 권고라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문제가 된 후보와 당 어느 누구도 버리면 산다는 즉, 捨卽生의 참뜻을 알지 못했다. 捨卽死만 알았다. 자신이 아닌 다른 당의 허물 있는 후보에게만 이를 요구했다. 사안이 전혀 다르다는 이유를 달며.
숲 밖에서 숲을 보지 못하고 숲 안에서 나무만 본 민주진보진영
하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이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오십보백보처럼 여겼다. 민주진보 진영은 이들 사건을 재빨리 매듭짓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다가 표를 다 갉아먹은 뒤에야 조치를 내놓았다. 숲 밖에서 숲을 보지 못하고 숲 안에서 나무만 보다 벌어진 일들이었다. 하지만 이들 사안들은 아직까지는 민주진보진영의 숙명으로 받아들여 그것에 걸맞게 전략을 세워 행동하고 결단하는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깊이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 패한 민주통합당은 한명숙 대표사퇴와 문성근 대행체제로 전환된데 이어 5월4일부터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해 6월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이런 체제정비보다 더 중요한 일은 정확한 패인 분석과 이를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있을 12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것이다. 혹자는 그래도 수도권에서 완승을 했기 때문에 야당이 울상만 짓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애초 야권이 생각한 총선 승리-이명박 정권 청문회 및 심판-대선 승리라는 큰 밑그림에는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야권이 생각했던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 대상은 4대강, 이명박 대통령 사저 신축 관련 부정의혹과 측근․친인척 비리, 종편 선정 과정과 공영방송 장악, 민간인 불법사찰과 은폐 등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이들 4대 청문회는 국민의 관심도도 높고 여대야소든, 여소야대든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해야 할 부분이다.

4대 청문회는 국민의 절대적 요구, 새누리당 반대 명분 없어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도록 국회에게 국정조사권을 주었으므로 필요한 때,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 속 시원히 파헤쳐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여야 국회의원 모두에게 있다. 비록 야당이 소수라 할지라도 국민은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주었으므로 국민의 공감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여당이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해서 야당의 이런 요구를 묵살하거나 축소하려 든다면 오히려 오만하다는 비판을 국민들로부터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국정조사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대상, 증인 선정과 관련해서는 여야의 견해가 엇갈릴 수 있으나 국정조사 그 자체를 새누리당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야당이 국정조사 요구를 제기할 경우 적극적인 협력을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이미 나오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속마음을 비교적 잘 읽고 있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상돈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지난12일 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도권 유권자들은 현 정권에 대해서 대단히 비판적이라는 것이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그래서 대선에서 그것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현 정권에서 부정적인 면을 갖다가 대선 전에 털어내는 것이 그들의 마음을 잡는 데 가장 중요하다"며 "예를 들면 민간인 사찰 문제가 당장의 문제가 되겠다. 그 외에도 야권이 주장하고 있는 것들이 꽤 있지 않나. 과거 이명박 정권에서 있었던 종편 허가 과정이랄까, 4대강 사업의 배경이랄까, 이런 것에 대한 집요한 공세를 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거기에 대해서 우리 새누리당이 말하자면 현 정권과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며 국민적 의혹을 사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야권과의 적극적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시 보곺은 "살인마! 전두환", 노무현 같은 청문회 스타 나올까?
그가 열거한 내용에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문제와 측근․친인척 비리만 보태면 바로 4대 국정조사가 된다. 여야가 만약 합의해 19대 국회가 6월부터 개원해 7월부터 청문회가 열린다면 국민들의 눈과 귀는 여기에 쏠릴 것이다. 1988년 5공 청문회의 추억을 지니고 있는 40대 중반 이후의 사람들에게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끔 해줄 수 있다."살인마 !전두환"을 외치던 야당의원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물론 그 당시의 청문회 열풍이 24년 만에 다시 불어 닥치고 노무현과 같은 청문회 스타가 나오려면 야당은 지금부터 밤을 새워가며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자칫 차려준 밥상마저 제대로 먹지 못한다면 대선 승리를 향한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4대 청문회를 열풍 못지않은 인기 국민 청문회로 만든다면 박근혜가 다시 쌓아올려 더욱 튼튼해진 새누리성이라 할지라도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안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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