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06일자 기사 '김용민 때려 ‘MB 치부’ 덮으려 하는가'를 퍼왔습니다.
[비평] 보수언론이 ‘나꼼수’ 공격에 집중하는 까닭…진흙탕 싸움, 정치냉소 유도
19대 총선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상식’과 ‘비상식’이 충돌하고 있다. 언론으로서 체면은 벗어던진 지 오래다. 치밀하고 강력한 ‘프레임’ 설정, 이를 통한 선거개입이 제1의 관심사다.
언론계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복기와 분석이 필요하다. ‘공정보도’ 촉구를 위해 언론사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 다른 쪽에서는 정권편향 언론의 눈부신 ‘활약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된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터졌다.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견되는 초대형 이슈로, 정상적인 사회시스템이라면 대통령의 거취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건이다. 불법 민간인 사찰에 이명박 대통령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만약 ‘몸통’으로 드러난다면 그것을 감당할 수나 있겠는가.
국가 시스템을 뿌리부터 흔들어놓은 ‘영포라인’의 전횡이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다. 언론이 취한 선택은 무엇인가. 민주통합당 서울시 노원갑 국회의원 후보인 김용민 후보가 2004~2005년 인터넷 ‘B급 방송’에서 발언한 내용을 불법 민간인 사찰 사건 이상으로 전면에 부각하는 선택이다.
김용민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갑 국회의원 후보.
중앙일보는 4월 5일자 1면에 이라는 뉴스 분석 기사를 머리기사로 올렸다. 기사 내용을 보면 ‘노림수’가 그대로 드러난다. 중앙일보는 “성에 관한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표현에 이어 노인 폄하 발언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4년 한나라당이 쏠쏠한 반사이익을 챙겼던 ‘정동영 노인폄하 발언 논란’을 재연해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내용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1면에 (이런 말 한 사람이 국회의원 후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이날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여성·노인 생각에 동조하는가)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김용민 사건을 이슈화시키면서 민주당을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내용이다.
김용민 발언은 7~8년 전 발언이라고는 하나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은 피할 길이 없다. 그런 점에서 김용민 후보가 당시 발언 내용에 대해 핑계를 대서 빠져나가지 않고 ‘사과’를 한 것은 의미가 있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후보직 사퇴를 강하게 압박했다. 여기에 한겨레, 경향신문 등 일부 진보성향 언론도 거들고 나섰다.
김용민 발언에 대한 비판과 후보직 사퇴 문제는 각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김용민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후보직 사퇴 문제는 다른 문제이다. 과거 문제 있는 발언을 했다고 바로 사퇴를 말할 게 아니라 지금도 그러한 인식을 지녔는지 살피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논란에서 주목할 관전 포인트는 5천만원 현금 뭉치까지 공개된 불법 민간인 사찰 입막음 과정의 실체보다 특정 국회의원 후보의 과거 막말을 부각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된 불법 민간인 사찰과 특정 국회의원 후보의 막말은 동등한 비중으로 바라보는 것도 의문인데 오히려 ‘막말 논란’을 더욱 부각하는 행위는 어떻게 봐야 할까.
김용민 발언을 비판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불법 민간인 사찰 사건은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바로 그것에 ‘조중동 프레임’의 노림수가 담겨 있다. 불법 민간인 사찰은 이명박 정권의 ‘치부’가 담긴 초대형 사건이다. 김용민 때리기에 집중하는 ‘조중동 프레임’은 불법 민간인 사찰에 쏠릴 수도 있는 여론의 시선을 분산하는 용도라는 얘기다.
보수언론이 김용민 사퇴를 주장하면서 새누리당 쪽 후보들의 도덕성·자질 문제와 관련해 사퇴에 무게를 싣지 않는 태도 역시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보수언론은 '김용민 때리기'에 선거막판 힘을 집중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4월 7일자 1면에 (한국 정치가 창피하다)라는 제목과 함께 김용민 후보의 '기독교 문제' 비판을 거론하면서 교계를 자극했다. 조선일보는 교계 자극을 통해 야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것에 멈추지 않았다. 사설에서는 '색깔론'도 꺼내들었다. 이날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야권연대' 축하하고 곧장 평양 가 '김일성 장군 노래')라는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 4월7일자 1면.
여야가 ‘폭로전’ 맞대응을 이어갈 경우 국민의 정치 혐오를 자극해 투표율 하락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도 주목할 관전 포인트다. 새누리당 승리를 바라는 쪽에서는 투표율, 특히 20~30대 투표율이 상승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표율만 낮게 나와도 새누리당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한겨레는 4월7일자 7면 라는 기사에서 새누리당의 속내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새누리당이 '김용민 때리기'에 집중하는 것은 김 후보의 과거 발언들이 여성, 노인, 개신교계 등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부동층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새누리당 관계자는 '부동층이 이쪽저쪽 다 똑같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투표율을 낮추자는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조중동 프레임’의 위력을 재확인시켰다. 진보와 보수 언론의 프레임 경쟁에서 보수 언론이 절대 우위를 보이는 까닭은 체면은 제쳐놓은 채 목적 달성을 향해 달려가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 저돌성 때문이다.
특히 보수언론이 진보진영의 아킬레스건인 ‘도덕성’ 문제를 집중 공략하면 진보언론 역시 프레임의 덫에 빠지는 줄 알면서도 그 흐름에 동참하는 상황을 재연시켰다. ‘김용민 사퇴’를 요구한 일부 진보언론의 판단, 경청할 대목이 있지만 생각해볼 문제도 있다.
“우리는 진보에게 더욱 엄격한 도덕성을 적용한다”라는 인식은 타당한 주장 같지만, ‘이중잣대’의 모순이 숨겨져 있으며, 때로는 조중동이 쳐놓은 프레임의 부속품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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