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6일 금요일

오만한 후보, 황당한 후보, 무지한 참모, 편드는 언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06일자 기사 '오만한 후보, 황당한 후보, 무지한 참모, 편드는 언론'을 퍼왔습니다.
[미디어창] 환하게 웃는 박근혜와 무표정한 한명숙 사진의 대비

TV 토론은 역시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선진 선거방식이다. 당에서 겉모양이나 학벌 등 과포장된 인사에 혹해서 혹은 권력자의 뒷배경으로 추천된 후보 등을 검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TV 토론이란 것을 이번 선거는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언론사들의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않는 상황에서는 그래도 TV 토론은 유권자가 참고할만한 매우 유용한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오만한 후보’형이다. 경남 양산시에 출마한 한 새누리당 후보는 생방송 TV토론에 20여분 늦게 왔다. ‘자신이 늦게 왔는데 시작했다’고 오히려 제작진에 눈을 부라렸다고 한다. 본인은 ‘몰랐다’고 말했지만 이미 여러차례 생방송 고지가 나갔고 타지역도 똑같은 방식으로 생방송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몰랐다’는 식의 대응은 진정성이 떨어진다. 이 후보는 또한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토론회 전날 밤 늦게 입장을 바꿔 출연을 결정해서 이미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생방송 도중에 들어와서 토론회에 합류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또 경남 창원시의 한 새누리당 후보는 더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합의된 질문 내용과 토론 방식을 바꾸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이 후보 역시 자신은 ‘로봇’에 불과하다는 ‘로봇발언’으로 전국적 유명세를 탄 후보다. 그는 ‘4대강 질문’ ‘비정규직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고 상호토론 시간도 줄여달라는 식으로 뒤늦게 요구하다 결국 TV토론에는 오지도 않았다. 그러고도 ‘소통의 달인’이 되겠다고 현수막을 펄럭이고 있다. 이런 오만한 후보를 선택하는 유권자들은 그 댓가를 반드시 치르게 돼 있는 것이 세상이치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

오만한 후보만큼 유권자가 경계해야 할 후보 유형은 바로 ‘황당형’이다. 이런 사람은 선출되면 무슨 짓을 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바로 생방송중에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같지않은 이유로 자리를 멋대로 떠나버린 경기도 안산시의 새누리당 후보. 뒤늦게 돌아와서도 상대 후보의 질문에 답변조차 못할 정도로 준비가 되지않은 후보가 출마했다는 자체가 황당하지만 당의 힘으로 당선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100분 토론을 코메디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도 이 대열에서 빠질 수가 없다. 그는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라이터 출신인데, 이번에 정치판에 얼굴을 내밀고 TV토론에 까지 진출했다. 

그런데 지난 3일 여당을 대표해 나간 방송토론에서 실수라기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황당한 답변과 반문을 반복했다. 그는 거듭 노무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기정사실화한 뒤, 근거를 대라는 야당 측 패널에 “저는 모르죠”라고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또 다른 패널이 공격적이거나 민감한 질문을 던지면 “왜 나한테 그러냐”고 되레 따지거나 “난 잘 모른다”는 식으로 답하는 등 시종 무책임한 인상을 줬다.

본인에게는 광고 카피의 세계와 정치현실의 세계가 얼마나 다른가를 느끼는 교육장이 될 수 있었겠지만 표를 염원하는 소속당에는 ‘자폭탄’됐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에서 변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공천과정에서도 참신한 인물을 선발하기 위해 진정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TV 토론에서 드러나는 실체는 기대와 딴 모습이다.

언론은 이런 부분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하거나 의도적으로 편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아닷컴의 경우 ‘주부 미녀 후보’ 운운 하며 검증되지않은 후보에게 ‘미녀’라는 수식어를 그대로 제목에 달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박근혜, 한명숙 양 당의 대표가 만나거나 유세활동 장면 사진을 나란히 게재할 때도 박 위원장은 정면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게재하는데, 한 대표는 옆모습이나 무표정한 모습을 싣기도 했다. 말하자면 형식적인 균형은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내용은 편향된 편집행태라는 것이다. 선거기사심의위원회에서 이런 것을 가려줘야 하지만 그런 전문적인 분야까지 문제삼으려 하는지도 의문이다.

TV 토론은 후보자들의 유불리에 따라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선관위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토론마저 외면받는 식으로는 미디어 선거를 구현하기 힘들다. TV토론을 기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TV토론을 나가지 않아도 이길 승산이 있을 때 괜히 구설에 오르거나 표를 잃지 않기위해 나가지 않는다. 또 갑자기 낙하산 공천을 받아 준비가 되지않은 후보, 정책적 공부나 고민, 자질에 문제가 있는 후보들 역시 TV토론을 기피한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TV토론을 비롯한 미디어 선거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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