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21일자 기사 '오세훈·나경원에 '배팅'했던 언론…대선때도 당할래?'를 퍼왔습니다.
[서평]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진실, 투표 즐겨야 삶이 바뀐다
정치의 꽃은 선거이고, 언론 선거보도의 꽃은 여론조사다. 정치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까 보다 ‘누가 이길지’가 관전의 초점인 대한민국 선거풍토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언론은 승패를 배팅하고 유권자들은 언론의 배팅에 눈과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이는 그들이 선거전에 뛰어드는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느 순간부터 여론조사가 틀리기 시작했다. 기록 분석이 틀리니 배팅이 성공할 리가 없다. 부랴부랴 언론들은 ‘민심은 달랐다’며 당황한 얼굴로 변명하기 바쁘다. 하지만 이미 투표함은 열렸다. 만약 그들의 배팅이 정확했다면 언론의 배팅을 보고 따라 배팅한 유권자들의 표심도 더욱 정확하게 드러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언론이지만 이는 상수다. A언론은 A언론대로, B언론은 B언론대로 정파성과 진영논리에 입각해 선거를 분석하고 예측했다. 악의적인 왜곡과 편파성은 문제지만 각 언론의 방향성은 유권자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는 변수를 짚어야 한다. 각 언론들이 자기 나름의 논리를 세우기 위한 ‘팩트’, 즉 여론조사 문제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언론은 박원순 무소속 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초박빙 접전을 예측했다. 오차범위 내에서 박 후보가 다소 앞서고 있었지만 어떤 언론들은 나경원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며 ‘역전’에 배팅하기도 했다. 결과는? 7.2%포인트 차 박원순 후보의 싱거운 승리였다.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당선자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캠프에서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은 반면 나경원 후보는 이날 태평로 프레스센터 선거 캠프에 들러 굳은표정으로 지지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 심한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20%포인트 가까이 크게 앞서고 있었다. 결과는? 개표 초반부터 역전에 재역전을 반복하는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더니 0.6%포인트 차로 오세훈 후보가 진땀 빼는 승리를 거두었다. 여론조사를 근거로 “어차피 한명숙 후보는 안 될 것”이라며 투표를 포기했던 사람이 있었다면? 언론의 배팅에 사기를 맞은 것과 진배없다.
최근, 바로 이 여론조사 문제를 다룬 책이 발간되었다. (류정민 지음, 인카운터 펴냄), 정치부 기자인 저자는 언론 여론조사의 허점과 이를 근거로 한 언론의 속임수를 파헤친다. 더 이상 언론의 배팅에 따라 걸었다가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막아서기 위해서다. 오랜 정치부 경력을 바탕으로 그동안의 선거에서 벌어졌던 여론조사, 그리고 이를 둘러싼 언론의 ‘꼼수’를 짚어낸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말한다. “이봐, 그거 아냐. 속지 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다. 그 기본원칙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고 훼손된다면 체제 자체에 중대한 위기가 오기 마련이다. 우리가 언론지면을 통해 선거 때마다 보고 있는 여론조사는 ‘KT 등재 방식’이니 ‘RDD’니 하는 이름으로 게임의 결말을 예단하고 언론은 이를 바탕으로 잘못된 정보를 쏟아내 여론의 방향을 돌린다.
여론조사 속 ‘팩트’에 가려진 ‘픽션’을 지우고, 언론의 프레임에 넣는다면 선거 결과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우리가 여론조사 보도를 되짚어보고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체제는 지금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투표율은 떨어지고 비교적 소수의 선택이 대한민국 전체의 삶의 방향을 바꾼다. 는 바로 이 여론조사 바로보기를 통해 언론의 배팅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배팅할 수 있는 의지를 배양한다.
▲ 책 표지
지난 4.11총선에서도 투표율은 55%를 밑돌았다. 아직 대한민국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대한민국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참여할 수 없었고 상대적 소수의 선택이 우리의 향후 4년을 결정하게 된 셈이다.
저자는 ‘투표하라’고 말한다. 애초 라는 책 제목 자체가 미국에서 젊은 층들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낸 운동의 이름이다. 저자는 “가장 위험한 것이 정치 무관심입니다. 정치 혐오입니다. 양비론입니다. 국민이 정치를 멀리할수록 야만의 시대가 힘을 얻고, 여론조작 기술자들이 활개를 칩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은 또한 이기도 하다. 투표를 즐기라는 의미다. 2012년 총선에는 아직 그렇게 되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에 또 한 번의 선거가 남아 있다. 여론조사의 비밀을 풀고, 투표를 즐길 준비 되셨는가?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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