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24일자 기사 '“어떤 언론을 원하는가… 독자들이 답을 해야 할 차례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언론사 파업,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홍후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사 파업이 시작된 이후 각 사업장을 돌면서 파업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벌였다. 현대사인 자신의 전공에 맞춰 그동안 정권의 언론장악과 이에 대한 언론인들의 저항의 역사를 소개하고 파업 언론인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한 교수는 이번 언론파업이 “이명박 정권 언론장악의 결과물”로 이는 70년대 동아투위 등 자유언론을 위한 언론저항을 계승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 교수는 “보수세력이 정권을 빼앗긴 이후부터 언론과 교육을 장악하려 했다”는 점과 함께 “언론인 지위 향상과 수익구조의 변화”로 언론인들이 스스로 부역한 측면도 있음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총선이 좋은 결과를 빚었으면 쉽게 해결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제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시청자·독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와는 23일 오전 평화박물관 교육장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정상근 기자 dal@
- 5개 언론사가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투쟁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70년대 상황이 생각난다. 유신치하에서 언론환경이 극악해지니 언론인들이 견딜 수 없어 들고 일어났고 이는 언론노조 결성 계기가 됐다. 노조가 있어야 교섭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즉 한국의 언론노조는 언론자유화를 위해 태어난 것이었다. 당시 기자들은 근무 처우가 형편없었음에도 그 주된 관심은 자유언론이었다.
지금 젊은 기자들의 파업도 이와 유사하다. 이명박 정권이 벌인 언론장악의 결과물인 것이다. 언론장악이 이어지면서 자유언론 환경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본령인데 이것이 허물어졌다. 기본적으로 지식인인 언론인들로서는 그 모멸감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이렇게 한꺼번에 파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민주화 이후 상식적 수준의 민주주의는 자리 잡았다 생각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 한 것이 비민주적 언론장악이다. 그 역사적 맥락은 무엇인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 줄 선 언론인만 200여명이었다 하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그들에게 자리 하나씩 챙겨주려다 물꼬가 안 트이니 (전 정권에서 임명된)사장을 몰아내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그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왜 저럴까 생각해보니 보수세력이 자기들이 어떻게 정권을 유지했고 빼앗겼는지, 나름 반성과 평가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말 안 듣는 비판적 지식인을 잡아 두들겨 패고, 가두는 한편 언론과 교육을 쌍포로 장악하고 일반대중을 욕망의 정치로 끌고 나갔다. 그런데 민주화 과정은 이를 털어버리는 과정이다. 당장 박종철 사건을 거치면서 잡아놓고 두들겨 패는 일이 없어지지 않았나.
언론도 장악하기 어려워졌다. 언론노조가 만들어졌고 언론민주화 투쟁을 거치면서 한겨레가 탄생하기도 하고 방송보도도 점차 개선되었다. 여기에 인터넷이 생기면서 언론환경이 변했다. 교육도 전교조가 생기면서 마음대로 하기 어려워졌다. 수구세력은 이 때문에 정권을 내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보수세력은 6월 항쟁에도 불구하고 정권유지는 성공했지만 곧 위기를 맞았다. 일본 자민당보다 오래가는 100년 정당이라며 3당 합당을 통해 민자당을 만들었지만 불과 7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그 사이 공포정치는 먹히지 않게 되었고 언론·교육은 놓쳤다는 것이 패인분석이었을 거다.
그나마 97년에는 저들도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라살림이 거덜나 IMF가 터졌고 이인제 효과에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 김현철 스캔들이 터졌다. DJP연합도 있었다. 사실 김현철 스캔들로만 정권이 교체된다 해도 아무 이상할 게 없었다.
문제는 2002년 선거다. 여기서 또 지니 ‘멘붕’이 된 것이다. 그 상태에서 한 것이 탄핵이다. 여기서 수구세력은 언론과 교육을 되찾아야겠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뉴타운 같은 욕망의 정치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만약 민주정권 10년 동안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으면 괜찮았을 것이나 민주정권에서도 재벌만 살맛났다. 이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데 그 반성 없이 민주당이 저러고 있으니 돌아버릴 지경인거다.
어쨌든 수구세력은 탈환과 유지를 위해 교육에서는 전교조를 치기 시작했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선생님을 치고, 정치참여에 유죄판결을 내리고, 교과서 고쳤다. 그리고 이와 함께 방송은 쭉 장악해 들어간 것이다.”
- 정권 뿐 아니라 이에 부역한 언론인도 문제다. 불과 몇십년 전에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던 언론인들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것인가?
“미묘한 부분이다. 우선 70년대 투쟁 중 많은 좋은 언론인들이 쫓겨났다. 광주의 경우 남은자의 슬픔은 긍정적인 힘이 되었고 이것이 6월 항쟁까지 만들어냈지만 언론은 그렇지 않았다. 동아일보에서 당시 250명이 파업을 했는데 절반의 강성이 쫓겨나고 절반의 약이 남은 거다. 당시는 아주 작은 차이었다. 어머니가 아프고 아들이 아파 외면할 수 없어 들어갔던 사람들이다. ‘형 미안해’ 하면서 들어가고 ‘빨리 들어가’라고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해직자들이 매일 출근 투쟁을 벌이자 처음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가던 사람들이 짜증이 나기 시작한 거다. 미안하다가 부담스럽다가, 짜증나는 과정. 그러면서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또 하나. 80년대 들어오면서 언론인 지위와 역할이 달라졌다. 전두환 정권이 언론탄압도 많이 했지만 급여수준을 엄청나게 높였다. 독일에서는 기자들이 노동자의 평균임금 조금 아래를 받는 것이 언론이 가장 건강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게 한국 언론인들의 급여가 뛰면서 사라진 것이 연탄, 버스, 지하철 기사다. 대신 아파트나 마이카 같은 기사가 나오는 것이다. 기자들 눈이 높아졌기 때문에.
앞서 박정희가 유정회를 만들면서 각 신문마다 1명씩 국회의원 자리를 줬다. 언론사 정치부장, 논설위원 하다가 국회로 가는 것이다. 그러니 국회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은 알아서 기는 거다. 그럼 성과가 있어야지? 그래서 젊은 기자들의 기사를 자르고 못쓰게 한다. 이걸 각 언론사에서 경쟁적으로 했다. 지금은 유정회가 없어졌지만 국회의원 제도는 여전히 개판이다. 우리나라처럼 언론인, 검찰 출신 정치인이 많은 나라는 세상에 없다. 감시해야 고쳐야 할 인간들이 그리로 가니 개판되는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언론 내부의 분리다. 50년대 까지만 해도 권력이 언론을 탄압하면 신문사가 하나가 되어 싸웠다. 그런데 언론이 자본화 되면서 60년대부터 이것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박정희가 외국에서 차관을 들여 신문사에 투여하면서 신문사가 기업처럼 커졌다. 수익구조는 구독료의 비중이 줄어들고 광고료가 늘어난다. 그러니 언론이 독자보다 광고주 눈치를 더 살피고 보수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로 싸우던 신문사는 발행인과 편집인, 기자로 따로 나눠졌다. 60년대 중반에도 박정희에 충성하는 언론인들이 생긴다. 백성이 싸우는데 성주가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미 60년대부터 언론자유 최대의 적은 권력이 아닌 사주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동아일보 싸움만 해도 사주가 깡패 동원해 기자들을 몰아내지 않았나?”
- 파업언론이 보도공정성 문제로 제기하고 있지만 선배들은 대체로 사측 편에 서 있다.
“언론이 힘을 갖는 것은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 개인이 무슨 힘이 있겠나? 김제동을 사랑하는 팬이 있기 때문에 힘이 생기는 거다. 기자들 하나하나가 어떻게 사주를 당하겠나? 독자들이 성원해줘야 한다. 내 신문이 권력에 굴복하는 신문이 되길 원하는가? 비판적인 신문을 원하는가? 그걸 생각해야 한다.
국민일보는 순복음교회가 밥줄인데, 독자들 중 기독교인도 많을 것 아닌가? 한국 기독교에 국민일보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 바라면 그들을 응원해야 한다. 문제는 관심을 갖는 독자가 아니면 파업 전후 신문이 어떻게 바뀌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외형상 차이가 안 나기 때문에. 그 구조를 뚫어야 한다. 독자들이 ‘신문 왜 이래?’라고 느끼게 하는 것. 그게 관건이다.
아마 총선 이후 새 국면이 만들어지면 쉽게 가능했을지 모른다. 사주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언론정책에 압력을 넣으면 되는데 당장 그것이 어려워졌다. 그러니 바로 KBS가 기자를 짜르고 MBC는 조직개편을 밀어붙인다. 이제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파업에 종사하시는 분들 특히 국민일보는 130일이 넘었다. 많이 어려울텐데…. 더 힘을 내고 길게 가야 한다.”
- 총선결과로 언론자유화 세력이 국회에 많이 입성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나 역으로 언론이 파업을 함으로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아쉬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파업을 접고 돌아갈 논리는 안 된다. 물론 내가 언론인이 아니기에 그 결정에 관여할 수 없지만 역사적 전례를 볼 때 파업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대로 그냥 돌아갔을 때의 좌절감과 패배감은 역사로 증명된다.
동아일보에서 싸운 사람 100명이 이후에도 남았는데 왜 동아일보가 저렇게 되었겠나? 패배감과 열패감으로 다신 파업 안한다는 생각을 한 거다. 더욱이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 5개 언론사가 동시 파업하고 있다. 그 상황을 끌고 여기까지 왔는데 유야무야 할 수 없다. 개별 사업장과 언론노조 지도부가 용기와 지혜를 짜내야 한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부산일보 사태 대처를 보면서 박 위원장의 언론관에 어떤 평가를 내리는가?
“꽝이다. 본인이 딸이니 아버지를 비판하긴 힘들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도 그게 아니다. 다만 아버지 시대에서 일어난 잘못된 것들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면 털고 가야 한다. 정수장학회 문제만 해도 김지태가 본인의 의사에 반해 재산을 빼앗겼다면 원상회복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런 원칙적인 말 한마디는 해줘야 한다. 유신시대 때 언론인들이 많은 불행을 겪었는데 ‘다신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는 해야 한다.
설령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을 하면 어떤가? 민주주의만 제대로 한다면, 그런데 과연 저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무책임한 사람이 국가를 맡을 수 있을까? 아버지 일이라며 방치하고 자신도 수십억을 챙겼다.나도 언론에 관심이 많은 한명의 시민이자 역사학자로서 그 얘기를 듣고 싶다. 박근혜가 답변을 할 때 까지 정수장학회나 경향신문, 박정희의 언론탄압 문제를 매일 트위터를 통해 제기할 것이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정상근 기자 dal@
- 그나마 이명박 보다는 낫지 않을까?
“박근혜는 최소한의 함부로 움직이거나 천박하게 행동하진 않는다. 공주답게 행동하는 부분이 있다. 이명박은 그야말로 생양아치 아닌가? 이렇게 나라를 운영하고 체면이고 뭐고 없이 먹튀 정권이 될 것이다. 아마 선거가 끝났으니 지난 4년 동안 팔아치운 것 보다 남은 1년 간 팔아치울게 더 많을 것이다. KTX만 봐도 그렇지 않나?”
- 모두 정치권력의 교체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은데, 또 다른 활로나 출구는 없을까?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체력안배도 하고, 독자나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야 한다. 그 새로운 시도가 뉴스타파 등이다. 그나마 팟캐스트 환경이 주어지면서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유쾌하게 가자. 권력에 엄숙함을 조롱하고 서로 상처받지 않게 다독여야 한다. 결국은 우리가 이길 것이다.”
- 연합뉴스 사원 추천으로 사장추천위원회에 들어갔지만 박정찬 사장 연임을 막지 못했다.
“뭐 들러리가 된거다.(웃음)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노조 추천이라고 해야 5명의 추천위원 중 1표일 뿐이다. 그리고 후보군을 복수추천 하기로 되어 있는데 2명밖에 지원을 안했더라. 복수 추천해야 하니 그 두 명을 추천한거다. 나도 그런 곳을 처음 가봤는데 무력감을 느꼈다. 물론 구조적으로 노조 추천위원이 들어가는 것이 100배는 낫지만.
보다 구성원들의 의사가 강력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입법화해야 할 것 같다. 그걸 하려면 국회 다수를 차지해야 했다. 하지만 당장 어려워졌어도 문제제기는 해야 한다. 노조가 실질적으로 사장 선임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일단은 선출권이 없어도 비토권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내부 구성원들이 비토하는 사람은 안 되야 한다. 권력층에서 내려오더라도 내부를 합리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낫지 않겠는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을 보내 매일같이 출근거부 투쟁하고, 그런 식으로 피차간에 모멸감을 느끼면 다닐 수 없는 것 아닌가?”
- 최근 언론파업 현장을 다니며 강연을 했는데 젊은 기자들을 보며 느낀 생각은?
“젊은 기자들이 아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현장의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 너무 구조적이거나 사회과학적인 것 말고 숨소리가 들리고 살 냄새가 나는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 비정규직이 몇%인지 볼 수 있는 기사도 필요하지만 비정규직 누군가의 하루, 쌍용차 노동자의 문제, 그 아이들의 삶 이런 기사를 생생하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언론사 가면 국장급 나이다.(웃음)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기자들도 있고, 아마 파업하는 기자들 중에 자기가 파업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그래도 옛 언론투쟁 얘기를 하면서 예전보다는 지금이 낫다는 말을 하곤 한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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