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6일 월요일

[사설]금통위 존재 이유 망각한 금통위원 인선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15일자 사설 '[사설]금통위 존재 이유 망각한 금통위원 인선'을 퍼왔습니다.
새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후보 4명이 지난 주말 발표됐다. 겉으로는 다양성을 갖춘 인선처럼 보이지만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면 금통위의 존재 이유인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금통위를 물가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비둘기파’와 ‘친(親)정부’ 인사 일색으로 구성해 정부의 성장정책에 장단을 맞추게 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금통위의 존재감은 2010년 대통령 비서 출신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취임 이후 사실상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보다 정부의 성장정책을 뒷받침하는 금리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물가 오름세를 차단하는 대신 이런저런 핑계로 금리 정상화를 미루고 뒷북치기 금리인상으로 물가안정 기반을 약화시켰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정책의 독립성을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으로 실추됐다.

새 금통위원 인선은 금통위 무력화를 완결짓는 수순이 될 듯하다. 관료 출신에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 교수, 이 대통령의 2기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 출신 교수, 이 대통령이 몸담았던 현대의 ‘가신’이랄 수 있는 기업인 출신 등이 새 금통위원 후보다. 4명 모두 매파적인 통화정책과는 거리가 먼 성향을 갖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4명 가운데 3명이 영남이다. 전문성과 중립성보다는 ‘정치적 인선’의 냄새가 풍긴다. 새 후보 4명을 제외한 나머지 금통위원 3명은 한은 총재와 부총재 등 당연직 2명과 금융위원회 간부를 지낸 관료 출신이다. 금통위가 사실상 비둘기파 일색이 돼 균형감을 잃게 되는 셈이다.

금통위원은 기획재정부·한은·금융위·은행연합회·대한상의 등이 각각 후보를 추천하는 형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에 의해 낙점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대통령이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금통위의 존재 이유 등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처럼 금통위가 정부를 견제하기는커녕 ‘거수기’로 전락하고 독립적인 통화정책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물가상승의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다. 이명박 정부는 통화정책의 독립성 훼손을 통해 역설적으로 금통위원 임명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보여줬다. 미국·영국처럼 국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거나 청문회를 거치는 등 전문성과 중립성 검증 장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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