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8일 수요일

공유정옥 "삼성에서 터진 물꼬, 반도체 전반 산재인정돼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8일자 기사 '공유정옥 "삼성에서 터진 물꼬, 반도체 전반 산재인정돼야"'를 퍼왔습니다.

ⓒ민중의소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 연구원

최근 3년간 기준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0%의 보험료율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삼성전자에서 산업재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온양공장에서 일했던 김지숙(37)씨가 암 질환과 비슷한 재생불량설 빈혈을 앓다가 지난 10일 산재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등의 암 질환으로 22명의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금까지 한 명을 제외하고는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도체 산재가 인정된 건 김지숙 씨가 처음이다. 이 외에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그동안 모은 피해자만 해도 16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올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 연구원은 “5년 째 싸워 이제야 한 명 산재 인정을 받았어요. 삼성에서 물꼬가 터야 영세 반도체업체에서도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겠죠”라며 앞으로도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 활동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산재가 인정됐을 때 보상금은 근로복지공단에서 나오지만, 공유정옥 연구원은 정작 정부보다 ‘삼성’과의 싸움에 직면해있다고 했다. 삼성이 계속해서 산재 신청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유정옥 연구원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요”, “몸이 안 좋아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이래야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직업병을 예방하고 피해자가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이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 삼성반도체 노동자가 첫 산재 인정을 받았다. 그동안 계속 지켜봐왔을 텐데.“산재보험보상이라는 게 큰 돈은 아니고 치료비나 생계비의 일부인 정도다. 김지숙 씨가 앓고 있던 재생불량성 빈혈은 전암성 질환이라고 하는데, 암은 아니지만 암과 거의 같다고 본다. 골수 기능이 망가져서 피를 못 만들기 때문에 백혈병처럼 골수를 이식해야 한다. 육체적·정신적 타격이 컸을 것이다. 사실 산재보험보상이라는 게 큰 돈은 아니고 치료비나 생계비의 일부일 뿐이지만 필요한 분이 받을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 이번 산재 인정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산재 신청을 작년 4월에 했으니까 거의 1년만에 인정됐다. 너무 늦었다. 김지숙 씨 말고도 반올림을 통해 산재 신청한 사람만 22명이고, 그중 삼성 노동자만 21명이다. 김지숙 씨 한명 빼고 모두 산재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들 중에는 김지숙씨와 같은 시기에 같은 공정에서 일하고 비슷한 계열의 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있다. 김지숙씨가 인정을 받았으니 나머지 분들도 다시 산재를 인정받아야 된다. 특히 김지숙 씨와 같은 곳에서 일한 두 명은 당연히 산재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번 결정이 새로운 이정표가 됐으면 좋겠다.” 

- 이번 산재 인정에 대해 삼성 측 반응은 어떤가?“산재 인정이 되기에 앞서 삼성 측이 피해자들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우리 얘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삼성 측에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에 대한 항소심에 개입하고 있는 것을 중단하라, 중단해야 진정성 있게 만나지 않겠냐’고 답변했고, 그에 대한 삼성 측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 그동안 삼성이 피해자들을 덮어왔을지라도 우리가 알게 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피해가 없다고 할 수 없으니까 부담이 됐던 것 같다. 아니, 삼성은 부담을 가져야 한다.”

- 삼성반도체가 이번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삼성반도체는 그동안 공식 블로그에 매일 ‘물타기’ 정보를 올려왔는데, 이번 김지숙씨 건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하더라.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산재보험을 받는 일은 삼성이 받아들이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삼성이 반성해야할 문제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산재 인정을 하지 않았던 근로복지공단이 이번에 인정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제일 큰 이유는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이 계속 지면서도 끝까지 싸워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뒤에서는 회사의 온갖 방해가 있었지만 전·현직 노동자들이 익명·실명으로 제보해왔다. 반올림이 찾은 피해자만도 160여명이다. 자식들이 이미 죽거나 산재 불승임을 받으면 포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피해자 가족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싸움을 그만두면 이렇게 일해도 되는 거라고 회사가 생각할 거 아니냐, 또 다른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일을 겪을 것이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다. 

또 제보자들의 정보와 정부 자신도 부정할 수 없는 조사 결과, 정권 말기가 맞물리면서 작용한 점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정부나 삼성에 산재 인정과 책임을 촉구하는 성명이나 항의서한을 계속 보내온 것이 조금씩 쌓여 힘이 됐던 것 같다. 이쯤 됐는데도 인정하지 않으면 그건 ‘똥고집’이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는 게 아닌가.”

- 이번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산재 인정이 다른 노동 현장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을까.“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체, LCD 산업체도 똑같이 피해자가 있다. 공식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노동자만 해도 수백 명은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삼성에서 물꼬가 터져야 더 영세한 업체에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비록 한 명이라 할지라도 이처럼 공식 기록으로 남아야 정책을 통해 산업에 대한 예방과 규제로까지 이어질 수 잇을 것이다. 산재 인정 한 명 받는 게 별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하다.” 

- 지금 할 수 있는 건 산재 인정을 받는 정도일 뿐인가.“산재 인정 다음 정부가 해야 할 것은 그동안 시행했던 여러 조사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정보가 공개돼야 전·현직 노동자들, 시민들이 반도체 산업의 위험성 충분히 알고 사회적 조치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보건 영역까지 들어온 삼성

-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노동자가 보상금을 받는 건데, 왜 삼성이 인정을 안 하려고 하나. “산재보험은 모든 사업주들이 낸 보험료로 정부가 운용하고, 필요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주어진다. 때문에 삼성은 작업 공정 과정에서 산재가 발생한 것을 인정하고 정부 보상받는 걸 도와주면 된다. 그런데 왜 삼성이 이를 방해할까. 작년 국정감사 때 민주당 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질의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무재해 기록 때문에 보험료율을 50% 감면 받았다고 하더라. 이에 삼성은 3.5% 보험료율이 적용돼 연간 143억 정도 절감했다. 하지만 반도체 피해자들 중 한명이라도 공식 산재 인정이 되면 절감됐던 보험료를 다시 내야한다. 그러니까 피해자들한테 와서 산업 재해 신청 포기하는 조건으로 몇 억원 주겠다고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재해가 없어서 보험료를 감면받은 게 아니라 산재 신청을 못하게 회유하고 은폐해왔던 것이다.”


- 이번 산재 인정의 여파로 다른 피해자들도 산재 인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나.“우리가 하고 있는 산재 불승인을 한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소송 마다 삼성에서 고용한 변호사가 들어가고, 피고 측인 근로복지공단의 참관인으로 삼성이 들어온다. 이 때문에 김지숙 씨 건과 다른 피해자들 건은 서로 다른 경우라고 분리해 산재 인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얼마나 재판부가 합리적으로 판정할지 지켜봐야 될 것 같다.”

- 삼성이 산재 부분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디까지인가. “예를 들면 지난 3월에 삼성 SDI주주총회에서 사외 이사로 노민기 씨가 임명됐는데, 그는 전임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었다. 근로복지공단처럼 안전·보건에 대해 관리·감독하는 곳으로 이사장이면 굉장히 중요한 핵심 인사인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었던 박병성 씨도 삼성의 자문위원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이 정부 고위 관료들을 다 자기네 사람들로 만들고 있다는데, 이것이 안전·보건 영역까지 온 것이다. 비난 받아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반도체 산재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더 해야 할 것이 있다면.“반올림과 피해자만의 싸움이 되어서는 이길 수 없다. 연대와 단결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계속 산재 신청을 하고 거부되면 소송을 거는 활동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산재 인정의 문턱도 더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주의 책임도 더 엄하게 물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삼성은 무노조 경영이다. 안전보건 분야 활동가들은 노조가 없으면 산재 인정, 산재 예방이 안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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