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3일 금요일

이제는 '어떤' 야권연대냐가 중요하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3일자 기사 '이제는 '어떤' 야권연대냐가 중요하다'를 퍼왔습니다.
'야권연대'가 패배 요인?...비전 갖춘 야권연대의 '콘트롤타워' 부재가 패배 원인


ⓒ이승빈 기자 4.11총선 여야가 출구조사 초박빙인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박선숙 선대본부장이 당사를 나서고 있다.

4.11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고 야권은 패배를 인정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내외의 압박에 직면했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새로운 지도부 구성 등을 놓고 또다시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 차원에서 보면 '약진'했다고 할 수 있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도 개표가 끝난 후 "수도권에서 변화의 열망과 야권연대를 지지하는 민심을 확인했지만, 저희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 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의 결과에 야권 전체는 각각의 세력을 불문하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기 힘든 게 사실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야권이 원내 과반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이 역대 최소 의석을 얻어 빈사 지경에 빠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이상해 보이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총선이 야권의 패배로 끝나자 총선 기간 내내 '김용민', '종북좌파' 등을 가지고 줄기차게 공격을 가하던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세력은 외려 '야권연대'를 야권이 패배한 주요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진보당과의 연대 성사를 위해 일방적으로 좌파에게 끌려다니는 모습 때문에 빚어진 무당파 중간충의 민주당에 대한 안정감 동요가 컸다"는 의 평과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선거연대를 추진하면서 중도층이 선뜻 동참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좌경화 노선을 취했다"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야권 일각에서도 이런 분석이 나왔다.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12일 "진보색채가 강한 당과의 연대로 야권이 정권을 잡으면 불안해질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총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 의장 외에도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야권연대로 인해 중도층을 잡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석대로라면 향후 야권의 전략은 각개약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새누리당의 안정적인 재집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야권연대는 '정치공학적 전술'이 아니라 전략이자 노선" 

야권연대는 보수진영에 맞서 민주 진보 진영이 하나로 뭉쳐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자는 전략이다.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이 가지고 있는 물적 인적 토대가 매우 굳건하기 때문에, 이를 허물고 진보적 방향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진보진영이 서로의 차이가 있더라도 하나로 뭉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도 보수진영이 가지고 있는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토대는 다시 한 번 확인되기도 했다.

그간 야권연대를 만들어온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를 '전략'과 '노선'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히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 취하는 '전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들이 각각 따로 출마하면 모두가 이기기 힘들기 때문에 합쳐서 나와야 한다'는 정치공학적 전술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전제에서는 야권연대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세력을 모두 모아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반MB' 전략이다. 이 전략 아래 진행된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은 압승을 거뒀다. 그리고 그 결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앞날이 불투명했던 야권이 국민들의 관심과 신뢰를 다시 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도 최소한 수도권에서는 야권연대의 위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게 여야 공통의 인식이다. 수도권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강원도, 충청도에서의 패배로 인해 전체적으로 야권이 패배한 결과가 됐지만,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이 긴장을 풀지못하는 결과가 된 것이다.

공동 정책과 대응이 없으면 '전술'로 비춰질 가능성 높아

야권연대의 또다른 축은 MB정권 이후 야권은 어떤 국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냐다. 이른바 야권연대의 향후 비전의 문제이자 내용의 문제다. 이번 총선의 경우 야권의 공동정책 및 정책협약으로 드러났다. 대선에서는 이에 더해 야권의 공동정부의 인적 구성과 정책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정책으로 드러나는 비전의 문제를 야권이 제대로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이번 총선은 '정권심판론'으로 표현되는 '반MB'와 사회경제적 의제 설정으로 나타나는 공동정책이 모두 중요한 선거였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이 정권심판론만으로 구도가 형성되는 선거였다면 이번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 성격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력이 부족해) 못한 면도 있지만 (야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언론환경의 문제도 있었다"면서 "계속 정책공약을 의제로 냈지만 부각되지 못하고 '정권 심판이냐, 아니냐'로만 흐르면서 유권자 입장에서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지나치게 식상한 선거가 됐다"는 통합진보당 이의엽 정책위의장의 의견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야권 공동의 정책과 비전을 '흔들기'하거나 우와좌왕하는 이들이 야권 내부에서 발목잡기를 한 것은 선거 패배의 큰 요인을 제공했다. 이른바 김진표 의원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진 국민적 비판이나 한미FTA폐기냐 재협상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인 예다. 아무리 반MB정서가 높더라도 야권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공동정책이 흔들릴 경우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내부에서 끊임없이 발목을 잡는 세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전체 야권연대 진영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데 선거패배의 상당한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공동의 정책과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야권연대가 단순히 정치공학적인 '전술'로 비쳐져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얘기다.

야권연대진영 전체의 리더십 행사할 '콘트롤 타워' 부재 아쉬워 

아울러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 진영 전체의 리더십을 행사할, 이른바 '콘트롤 타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것도 패배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야권연대 진영이 공동으로 대응한 선거였지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후보간의 경선이 끝난 이후에는 각 당이 알아서 선거운동을 하는 형태가 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데 반해 민주당과 진보당은 전체 선거를 진두지휘할 공동의 지휘부가 없다보니 각자가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니 선거를 이기기 힘든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니겠냐"는 한 선거전략 전문가의 지적은 야권이 새겨들을 만한 부분이다. 

총선은 각 지역구별로 선거가 진행되는 측면이 있지만 전국적인 이슈에 따라 향방이 좌우된다. 하지만 야권은 전국 선거를 야권이 공동으로 총괄할 지휘부가 존재하지 않아 급박하게 터져나오는 이슈에 일관된 대응과 메시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관악을 사태', '김용민 사태' 등에서 야권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일사분란한 대응을 하지 못해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도록 방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이번 총선은 야권이 대선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야권연대가 보다 질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진보진영이 만들어갈 우리 사회의 모습이 무엇인지 더욱 선명하게 보여줘야 하며 야권연대의 지도부가 더 강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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