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02일자 기사 'KBS 기자들 “김비서 비난에 잠 안와… 이제서야 반성”'을 퍼왔습니다.
제작거부 돌입 “무력감·좌절감에 허우적… 국민께 머리숙여 사죄합니다”
KBS 기자들이 2일 전면 제작거부에 돌입하면서 그동안 ‘김비서’로 불려왔던 자신들의 무력감과 비겁함에 대해 반성하고 국민들에 사과했다.
KBS 기자협회(회장 황동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0시부터 전면 제작거부에 들어간 뒤 오전 10시20분부터 서울 KBS 신관 앞 계단(일명 개념광장)에서 개최한 첫 결의대회에서 대국민 사죄와 KBS 뉴스 공정성 회복 때까지 끝까지 제작거부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150여 명의 KBS 현직 기자들이 참석해 기자들의 열기를 나타냈다. KBS 기자들이 단독으로 제작거부에 돌입한 것은 KBS 사상 초유의 일이다.
황동진 KBS 기자협회장이 제작거부에 들어가며 발언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2일 오전 0시를 기해 제작거부에 들어간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 150여명이 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신관 앞에서 제작거부 선포식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황동진 KBS 기자협회장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반성의 글’에서 과거 권력감시와 진실보도를 했던 자부심이 있었으나 계정이 여러번 바뀐 뒤 뉴스가 무뎌지고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황 회장은 “집회 현장에서는 취재를 거부당하고, 심지어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며 “국민들은 더이상 KBS를 고봉순이란 애칭이 아닌 김비서라고 부릅니다. 비참해서 잠이 오질 않는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이들 스스로 더 치열하게 싸우지 못한 비겁함에 대해서도 이들은 질타했다. 황 회장은 “국민들의 외면을 받기 전에 우리가 싸웠어야 했다”며 “정권이나 KBS 사측을 탓하기 전에 독기 품은 카메라와 마이크로 사회 곳곳의 썩은 곳들을 도려내고 후벼 팠어야 했다”고 책망했다.
“무력감과 좌절감 속에 허우적대지 말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정권에 예민한 뉴스를 회피했습니다. 약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습니다. 기계적 중립을 앞세워 진실 앞에 자주 고개 숙였습니다. 온전히 시민들의 생각을 대변하라고, 정권이나 자본 등에 휘둘리지 말라고, 편들지 말고 항상 공정하라고 주신 막중한 책무를 우리는,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KBS 기자들은 이런 이유로 제작거부에 들어가게 됐다며 “이제서야 감히, 국민들께 머리 숙여 고백합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반성합니다’”라고 사죄했다. 이와 함께 KBS 기자들은 모두 국민과 시청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와 함께 KBS 기자들은 이날 제작거부의 직접적 계기인 ‘부당징계’와 ‘공정방송 위협하는 보도본부장 인사’를 철회시키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며, 이번 싸움의 최종 목적은 KBS 기자들의 존재이유를 되찾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KBS 기자들은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해 국민들게 진짜 KBS 뉴스를 돌려드리는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무기는 양심과 염치, 기자정신 뿐이며, 감히 국민과 역사는 우리 편이라 믿는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황동진 회장은 결의대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KBS 뉴스가 지난 4년간 진실을 외면하고 공정하지 못한 보도를 했을 때가 많이 있었고, 국민들게 질책을 많이 받았다”며 “이에 반성하고 공정방송을 회복하겠다는 뜻으로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KBS 기자들이 현정부 하에서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마음을 담아 시청자와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황 회장은 “내 스스로만도 국토해양부 취재를 하면서 4대강과 경인운하(아라뱃길)에 문제제기하는 자료가 나오면 늘 ‘주관적, 자의적’,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일 뿐’이라고 폄훼하고 외면했다”며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계적 균형에 매달려 제대로 보도하지 못해왔다”고 자기비판을 했다.
징계 우려에 대해 황 회장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사측이 면직처분하겠다고까지 통보했으나 우리의 싸움은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총의를 모은 결과”이라고 밝혔다.
황동진 KBS 기자협회장이 기자들과 함께 동지가를 부르며 결의대회를 마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는 기자들이 전면 제작거부에 돌입함에 따라 오는 4일 방송될 의 아이템이 다른 아이템으로 대체되는 등 일부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정윤섭 KBS 기자협회 부위원장은 “우리는 우리 뉴스가 쪽팔려서 이 자리에 왔다”며 “더이상 쪽팔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직 5개월 처분을 당했던 성재호 전 KBS 새노조 공추위 간사는 “우리의 싸움은 MB정부와의 싸움이면서도 상식과의 싸움이자 언론의 기본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며 “한 하루라도 우리뉴스가 잘만든다고 인정했던 적이 있느냐”고 부끄러워했다.
다음은 KBS 기자협회가 2일 발표한 대국민 사죄문 전문이다.
공영방송 KBS의 기자로 산다는 것은 한 때,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국민을 대신해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발굴해 성역없이 보도할 수 있었던 건 우리 만의 자부심이자 존재의 이유였습니다.
혹독한 계절이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어졌습니다. 우리의 뉴스는 무뎌졌고, 많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았습니다. 집회 현장에서는 취재를 거부당하고, 심지어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은 더이상 KBS를 고봉순이란 애칭이 아닌 김비서라고 부릅니다. 비참해서 잠이 오질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국민들의 외면을 받기 전에 우리가 싸웠어야 했습니다. 정권이나 KBS 사측을 탓하기 전에 독기 품은 카메라와 마이크로 사회 곳곳의 썩은 곳들을 도려내고 후벼 팠어야 했습니다.
무력감과 좌절감 속에 허우적대지 말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정권에 예민한 뉴스를 회피했습니다. 약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습니다. 기계적 중립을 앞세워 진실 앞에 자주 고개 숙였습니다.
온전히 시민들의 생각을 대변하라고, 정권이나 자본 등에 휘둘리지 말라고, 편들지 말고 항상 공정하라고 주신 막중한 책무를 우리는,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KBS 기자들은 오늘, 전면 제작거부에 들어가며 이제서야 감히, 국민들께 머리 숙여 고백합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반성합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KBS 뉴스를 꼭 바로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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