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31일 토요일

청와대는 왜 국회의원 부인 뒤를 캤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3-31일자 기사 '청와대는 왜 국회의원 부인 뒤를 캤나'를 퍼왔습니다.
남경필 의원 부인 내사는 '사실'... MB 비방글도 하명사건 대상

▲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작성한 '하명사건 처리부'. ⓒ 오마이뉴스

민간인 사찰의 온상으로 지목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사관들은 자신들의 조사활동을 '미션'이라고 불렀다. 이 미션은 '인지사건'과 '하명사건'으로 나뉜다. 총리실 하명사건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BH'로 표기되는 청와대 하명사건들이었다.

하명의 주체는 직제상 국무총리실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다. 하지만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지원관실 설치와 운영에 깊숙히 개입해왔다는 점에서 이 전 비서관이 지시한 하명사건도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대병원노조 VIP 패러디'도 하명사건에 포함돼

에서 입수한 지원관실 문건들에는 '남○○ 의원'이 수시로 등장한다. '1팀 현재 추진중인 업무현황'과 '2009.1 현재 진행중인 미션 내역',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 등을 보면, 'BH하명' 사건으로 '남○○ 관련 내사'건이 적시돼 있다. 여기서 '남○○'은 남경필 현 새누리당 의원을 가리킨다.

남 의원은 정두언(새누리당)·정태근(무소속) 의원과 함께 '정치인 불법사찰 피해자' 3인방으로 꼽힌다. 지원관실은 사업을 하던 남 의원 부인의 횡령혐의와 관련한 형사사건을 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 문건에는 '남○○ 의원'이라는 건명 옆에 '妻 관련 수사 시 외압 행사'라는 구체적인 '하명내용'이 적시돼 있다. 지원관실이 남 의원의 부인을 사찰했음을 보여준다.

남 의원은 이러한 의혹이 제기된 지난 2010년 7월 기자회견을 통해 "나를 사찰한 것도 아니고 부인을 사찰했다는 것이 더욱 화가 난다"며 "이 사건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지원관실 문건 '2008년도 미션처리 내역'에 따르면, '종결사건' 가운데 '하명사건'은 16건, '인지사건'은 19건에 이른다. 특히 인지사건에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점화시킨 'KB한마음 대통령 명예훼손 관련'건(김종익씨 사찰 사건)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종익씨 사찰 사건'이 청와대 하명사건이었다고 보고 있다.

2008년도 하명사건에는 ▲서울대병원노조 VIP 패러디 훼손 ▲쌀직불금 부당수령 ▲대한적십자사 총재 선임 ▲총리 동서 사칭사건 ▲보건복지부 권역별 전문질환센터 사업자 선정 등 굵직한 사건에서부터 ▲남양주시 경리팀장 횡령 ▲보건복지부 보건산업기술과장 비리 ▲국무총리실 1급 8명 내사 ▲구리시청 평생학습과장 비위행위 내사 등까지 다양했다.

지난 2009년 8월 25일과 11월 9일에 작성한 '1팀 사건 진행상황' 문건을 보면 ▲고속철 궤도이탈 관련 수사중단 압력행사 ▲이기권 서울지방노동위원장 관련 ▲상이군경회 고철 폐변압기 사업건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 등이 'BH하명' 사건으로 분류돼 있다. 청와대가 주요 방송사의 임원 교체 방향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정권의 '언론장악'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문건 제목에 나오는 '1팀'은 조사활동을 벌이던 점검1팀을 가리킨다. 점검1팀은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불법사찰한 곳으로 이영호 전 비서관과 직결돼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징원관실에서 작성한 '전.현직 고위공직자 재산 관련 조사보고' 문건. ⓒ 오마이뉴스

'하명사건 처리부' 만들어 하명사건 진행상황 관리

특히 지원관실은 '하명사건 처리부'라는 문서를 작성해 하명사건들의 진행상황을 관리해왔다.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와 '2009년 하명사건 처리부' 문건에 따르면 하명사건은 각각 25건과 18건에 이른다. 대부분 청와대 하명사건들이다.

2008년의 경우 청와대와 총리실 하명에 따라 지원관실의 조사대상에 포함된 인사는 이세웅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문식 전 국가시험원 원장, 김광식 전 한국조폐공사 감사, 박규환 소방검정공사 전 감사 등이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사퇴했다. 사표제출을 거부하자 '하명'을 받아 지원관실이 압박한 결과였다.

또한 이들 외에도 조사대상에는 남경필 의원과 이완구 충남도지사, 이명규 국무총리실 국장, 김광명 육군 6사단장, 박세철 장훈학원 이사장,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임호선 진천서장, 홍○○ 남양주시 경리팀장, 신○○ 구리시청 평생학습과장, 한빛산부인과 등이 포함돼 있다. 사찰활동이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을 넘나들며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임호선 진천서장의 경우 '대운하 반대 등 국정철학 배치 언행'을 문제삼았다. 

하명사건에는 촛불집회 검거 모범사례 보고, 문제단체 현황, 인터넷 VIP 비방글, 불법시위 근절 대책 건의 등 '정권유지'와 밀접한 것들이 포함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인터넷 글을 어떻게 처리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도 적시돼 있다. 또 '뉴라이트단체'인 뉴라이트기업연합 인사의 기업대출 사기건이 청와대 하명사건으로 분류돼 있어 눈길을 끈다.

2009년 하명사건 처리부를 보면 18건의 하명사건 가운데 11건이 청와대(민정수석실) 하명사건이다. 총리실 하명사건은 4건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김재희 전 대한토지신탁 사장, 김동흔 국립청소년수련 이사장, 윤석윤 중앙공무원교육원 기획부장, 신용섭 방송통신위 통신정책국장, 전태환 국무총리실 과장 등이 조사대상으로 올라와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농림부장관을 지낸 김성훈 전 장관이 지원관실의 조사대상에 포함된 사실이 흥미롭다. '하명내용'에는 "고위공직자 중 아파트의 펜트하우스 부양받는 등 비위행위 내사"라고 적혀 있다. 이렇게 하명받아 작성한 보고서가 '전·현직 고위공직자 재산 관련 조사보고'다.

지난 2009년 10월 12일자로 '점검1팀'에서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김 전 장관 외에도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이 언급돼 있다. 두 사람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다. 이 보고서에는 세 사람의 펜트하우스(아파트 꼭대기층) 소유 현황이 적시돼 있다. 지원관실이 전 정권 인사들의 재산까지 뒤졌음을 보여준다.

보도 관련, 내부정보 유출자 색출에 나서기도

2009년 하명사건 처리부에는 몇가지 흥미로운 하명내용이 눈길을 끈다. 방송통신위와 환경부 등에서 일어난 '내부정보 유출'건이다. 방송통신위의 경우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이 민간기업에 인사청탁을 하고, 방송통신위 내부정보를 민간기업에 유출했다는 것이다. 의혹이 풀렸는지 알 수 없지만 신 국장은 지난해 3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추천으로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또하나의 내부정보 유출건은 박아무개 기자와 관련돼 있다. 박 기자는 당시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환경부 내부회의에서 "4대강에 보를 10여 개 세울 경우 수질이 악화된다"고 보고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지원관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하명을 받아 '정보유출자 색출'에 나선 것이다.

그 외에도 ▲인천교육청 장학사들의 10박 11일 관광성 외유 ▲경찰청 특수수사과 확대개편 ▲좌파 환경단체 보조금 중단 관련 공문 ▲상이군경회 고철, 폐변압기 처리 사업권 관련 비리 등이 청와대 하명사건 목록에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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