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30일 금요일

5공 때도 없던 국립대 교수들의 교과부 장관 불신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29일자 기사 '5공 때도 없던 국립대 교수들의 교과부 장관 불신임'을 퍼왔습니다.
[권재원의 교육창고] 국립대 법인화·성과급제를 반대하는 몇가지 절박한 이유

캠퍼스 안에 사복경찰이 돌아다니고 , 대학에 대한 억압과 통제가 극에 달했던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이 일어났다 . 37개 국립대 교수들이 교과부 장관 불신임을 선언한 것이다 . 전체 교수들의 80% 가 참가해서 90% 이상이 불신임에 찬성했다고 한다 . 그러니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국립대 교수들 중 72%이상이 이주호 장관의 퇴진을 요구한 셈이다 . 한 마디로 국립대학이 교과부 장관을 탄핵한 샘이다 . 더 나아가 국교련은 28일 기자회견에 이어 4·11 총선을 통해 19 대 국회가 구성되면 이주호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 아마 국교련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면 전교조도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니 , 총선과 함께 이주호 장관의 운명은 풍전등화가 될 것 같다.
물론 일부 색깔론자들은 국립대 교수들 중 4분의 1 이 좌파라는 말도 안 되는 딱지놀이를 할 수도 있겠다 .혹자는 국립대 교수들의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 하지만 이 세상에 밥그릇 문제와 무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그러니 우리가 주의깊게 보아야 할 것은 그것이 밥그릇 문제와 관련 되었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밥그릇 플러스 알파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 만약 알파가 더 크다면 그건 더 이상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
우선 국립대교수연합을 대표하는 이병운 ( 부산대 교수회 회장 )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
" 이번 투표 결과는 국립대 법인화 , 총장 직선제 폐지 , 성과급적 연봉제 추진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모든 교육 정책에 대한 불신을 의미한다 .... 이런 식의 잘못된 국립대학 정책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이병운 교수는 국립대 교수들을 이토록 화나게 만든 구체적 이유를 국립대 법인화 , 총장직선제 폐지 , 성과급적 연봉제 이 셋을 들고 있다 . 이 셋을 얼른 보면 밥그릇 싸움 같아 보이기도 한다 . 얼른 보면 국립대 법인화는 그 동안 국가기관이라는 틀 속에 안주한 국립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요 , 총장 직선제 폐지는 교수의 파벌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요 , 성과급적 연봉제는 게으르고 무능한 교수들에 대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그 속살을 파고들면 다른 신자유주의 정책과 마찬가지로 전혀 다른 살벌한 결과가 나온다 . 그 속살을 하나 하나 살펴보자. 이게 다 교과부에서는 '대학 선진화'라고 부른 것들이다. 우린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정권에서 선진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  

국립대학을 법인화 한다는 것은 결국 국가가 주요 출연자일 뿐 사실상 이사진들이 운영하는 사립대학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것이다 . 이렇게 되면 두가지 큰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정부는 법인이 된 국립대학들에게 예산 배분이 아니라 출연 내지는 지원을 하게 된다. 즉 자기 맘대로 돈을 주거나 말거나 할 수 있다. 물론 그 기준은 정부가 요구한 어떤 수치를 누가 많이 달성했느냐가 될 것이다. 따라서 국립대학들은 이제부터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다음은 교수들의 신분이 바뀐다. 우리나라에서 사립학교와 국공립학교 교원의 처우는 매우 다르다 . 철 밥그릇 , 사립에는 해당 없는 일이다 . 이사회에서 교수 하나 날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 그런데 국립대 법인은 교과부에서 파견한 당연직 이사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결론은 ? 그 동안 서울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4 대강 반대 서명도 나오고 , 시국선언도 나오고 했지만 , 앞으로는 어림없다 . 이제 국립대학은 국가기관이 아니라 법인이며 , 정부가 대주주인 이사회에서 결정하면 제아무리 석학이라 할지라도 옷을 벗어야 한다 . 학문과 사상의 자유? 그게 뭔데?
여기에 연봉을 차등 성과급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까지 더해지면 교수들의 처지는 모두 사회적 책임 , 사회적 문제 등에 신경 쓰기는커녕 목구멍의 포도대장을 신경써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 여기서 유념할 것은 교사나 공무원처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 아예 연봉을 차등성과급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다 . 게다가 이 등급은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다 . 그래서 전체 교수의 10% 는 무조건 최하등급이 되어야만 한다 . 같은 해 교수가 되더라도 3 년 안에 연봉이 1000 만원 이상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제도다 . 연봉 3000 만원짜리 교수와 연봉 몇 억짜리 교수가 한 캠퍼스에 있게 되면 그 대학의 분위기가 어떻게 될지 가히 짐작할만하다 . 경쟁 , 경쟁 뿐이다 . 예산을 따내기 위해 대학끼리 경쟁. 그리고 성과급을 받기 위해 교수들끼리 경쟁. 대학을 온통 경쟁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경쟁의 기준이 되는 지표도 문제가 많다. 그 경쟁은 순전 양적 지표로만 환산된다 . 논문 편수 ,강의시간 , 영어강의시간 ( 마이 갓 !), 외국 학술지 논문 편수 등등이 성과연봉을 환산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 논문의 질 , 그리고 학문 분야의 특수성 따위는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 혹은 고민하는 제자를 도와주고, 학생들의 공부에 도움을 주고, 성실히 강의하고 과제검사하고 하는 따위의 일은 아무리 열심히해도 지표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아마 이런 방식의 경쟁체제라면 비트겐슈타인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들은 결코 대학에 붙어있지 못했을 것이다 . 소쉬르도 논문 편수가 적어서 최하등급 연봉 받다 쫓겨났을 것이며 , 허버트 미드도 마찬가지 운명이 되었을 것이다 . 또 만약 음대교수라면 바하나 슈베르트같이 작품이 많은 작곡가는 인정받았겠지만 브람스나 차이코프스키처럼 작품수가 적은 작곡가는 퇴출되었을 것이다 . 연주 자체 야 따질 것 없이 무대에 많이 올라간 교수는 우수한 평가를 받고 , 스스로에게 엄격해서 공연 횟수가 적은 교수는 잘못하면 퇴출될 수도 있다 . 이게 말이 되는가 ?
게다가 외국 학술지 논문을 우대하는 기준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 교육학의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교육학 , 청소년학 논문들 중 퀄리티가 높은 것들은 우리나라 학술지에서 볼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 그래서 엉뚱하게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 학술지에서 영어로 된 논문으로 읽어야 할 상황이다 . “How Korean teachers handle bullying in school” 이딴 논문을 영국 학술지에서 읽고 있는 상황이 참 아스트랄하다 . 완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 한국사 전공하는 후배도 하고한날 “~ 비교역사적 연구 ” 이런 논문 써서 무슨 동아시아 어쩌구 학회에 내고 있다 .
따라서 국립대 교수들의 이 집단적인 저항은 단지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 이 저항은 국립대학을 서서히 민영화 시켜 나가고 , 교수들에게 학문이 아니라 서로 밟고 밟히는 경쟁을 강요하고 , 교육의 본질이 아니라 드러난 수치로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교육 정책 , 바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한 강력한 항의다 . 

하지만 그런데 더 한심한 것은 이주호 장관은 자신의 경제중심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초중등 교육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서 대학에만 쏟아 부었다는 것이다 . 사실 현재 교과부의 초중등 교육정책은 이주호 장관의 소신과 정 반대로 달려가고 있다 . 이주호 장관은 2004 년 “ 소득 2 만불 시대 달성을 위한 과제 ; 교육정책의 원칙과 실천과제 ” 라는 논문에서 중앙통제에서 자율과 참여 , 그리고 학교 행정체제 개혁 , 교사들의 행정업무 폐지 , 교원 인사제도의 합리화 , 학 력신장 능력이 아니라 교육과 무관한 행정 실적으로 결정되는 교원 승진제도 등을 모두 개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그리고 이 바탕 하에 교사들도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주호 장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 이 중 몇 개나 이루었느냐고 . 단 하나 해 낸 것은 일제고사 , 교원평가 , 교원성과급을 통해 교사들끼리 시샘하고 경쟁하는 문화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 그런데 앞에서 말한 다른 개혁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 분위기만 붙였다 . 그런 경쟁은 당연히 굴절되고 왜곡된다 .
심지어 교장승진제도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에서 내부형 교장 공모제 법을 통과시키자 시행령을 고쳐가며 그것을 무력화 시킨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 그 배후는 바로 교총이다 . 전교조가 미운 나머지 , 낡은 교육세력을 대표하는 교총과 손을 잡아 버린 것이다 . 교총은 기존의 족보도 없고 , 심지어 성적 올리기 실적과도 무관한 괴상한 각종 가산점으로 이루어진 승진제도를 양보 못하겠다고 버텼고 , 교사들에게서 행정업무를 배제하고 교육에 전념하게 하는 정책도 반대했다 . 여기서 이주호는 스텝이 꼬였다 . 

전교조 , 곽노현이 미운 나머지 비효율 , 권위주의 , 낡은 위계서열 중심의 이익집단인 교총과 손을 잡고 ,자기가 그토록 소신껏 주장했던 교장공모제를 스스로 무력화 시켜버리고 , 교원업무 정상화에 교묘하게 물타기를 했으니 , 초중등 교육쪽에는 뭐라 할 말이 없는 것이다 . 결국 초중등 교육 정책에 관한한 이주호 장관은 신자유주의자 조차도 되지 못했다 . 그냥 낡은 봉건주의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 그리고 신자유주의자가 되지 못한 한 풀이를 전교조도 교총도 없고 , 기본적으로 조직적 저항 자체가 별로 없는 대학에다 쏟아 부은 것이다 . 굳이 표현하자면 교사한테 빰맞고 교수한테 눈 홀겼다 . 

그런데 이럴 수가 .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 이제 교수들까지 이렇게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 아니면 이제 교수들이 이주호가 이명박 대통령 순장조라는 것을 간파했는지도 모른다 . 의원 출신 장관인데 다음 선거 공천도 받지 못한 임기 말 장관이다 . 그러니 조직적 행동 안하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교수님들이지만 신문기자들처럼 기회잡고 벌떡 일어선 것인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어쨌든 교수들의 유래없는 대규모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 . 이 정권은 유래없는 저항의 기록 산실이다 . 촛불 , 언론 , 교수 , 이제 다음은 누구이려나 ?

이주호가 이 난관을 돌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낡은 봉건집단 , 낡은 우파 이념집단인 교총과의 밀월을 끝내고 , 뉴 라이트와도 선을 긋고 물러나기 전에 최소한 한 두 개의 봉건잔재는 처치하기 바란다 . 그래야 신자유주의 흉내라도 낸 것이 되고 , 그래야 진보진영이 공격할 가치라도 느끼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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