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4일 토요일

4년 내내 땀과 눈물, 국민들 이정희를 다시보다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3-24일자 기사 '4년 내내 땀과 눈물, 국민들 이정희를 다시보다'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2막 시작…진보진영 막강한 ‘잠룡’ 얻었다

벌써 4년전 일이다. 18대 국회에 임하는 각오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민주노동당 초선의원 이정희는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각오로 일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2012년 3월 23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이정희는 눈물을 흘리며 “진보의 도덕성을 땅에 떨어뜨린 책임은 당연히 저의 것이다. 몸을 부수어서라도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제 19대 총선이 어느새 3주일도 채 남지않았다. 그러나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이번 총선에 후보로 나서지 않는다. 서울 관악 을에 출마해 지역의 맹주이자 현역 지역구 의원인 김희철 의원과 야권단일후보 경선을 치러 승리했지만 ‘여론조작 논란’에 휘말려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불출마선언 후, 서울 관악 을에 출마한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와 함께한 이정희 대표 ⓒ 이정희 캠프 트위터(@gwheenews)

물론, 이번에 불거진 ‘경선 여론조사 의혹’은 이 대표 측의 잘못이 맞다. 이 대표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야권단일후보 이정희’를 이번 총선에서 만나볼 수 없다는 데 대해서는 아쉬움이 짙다. 

그만큼 이 대표가 18대 국회에서 남긴 인상이 강렬했다는 점, 그리고 이 대표에게 걸었던 기대가 컸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계의 아이돌’, ‘정계의 아이유’ 등의 별명은 괜히 붙여진 것이 아니다. 이 대표는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이후 ‘스타부재’에 시달리던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새로운 ‘별’로 떠오른지 오래다. 

보수진영 골머리 앓게한 ‘전투력’과 ‘행동력’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등 보수진영이 과반 이상을 차지한 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당선 막차를 탄 이정희 의원은 ‘똑부러지는’ 언변과 논리, 그리고 행동함을 주저하지 않는 모습으로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진보진영 의원들의 대부분이 그렇듯 도덕적인 흠결도 찾기 힘들었다. 그의 등장에 보수진영은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평소에는 생글생글 웃음짓다가도 거대여당의 횡포, 집권세력의 부조리가 보이면 성난 투사로 변신했다. 당선자 신분으로 참석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이후 한-미 FTA 반대집회, 방송사 노조 파업집회, 반값등록금 집회,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사태 등의 현장을 누비며 시민들과 호흡했다. 

최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구럼비 바위 발파작업이 임박하자 아침 첫 비행기 편으로 서울에서 가장 먼저 날아간 국회의원도 이 대표와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말처럼 ‘행동하는 양심’의 모습이 무엇인지 이 대표만큼 보여준 야당 의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 기자의 평가다. 

원내에서도 이 대표는 종횡무진 활약했다. 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9년 7월 여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온몸으로 저지하려다가 당시 여당 소속 여성의원 여럿에게 끌려나오며 절규하던 이 대표의 모습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난 2009년 여당의 미디어법 처리를 저지하려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에게 끌려나가는 이정희 대표 ⓒ MBC 방송화면 캡쳐

그해 12월 여당의 예산안 처리에 반발하며 의장석 앞에 서있던 이 대표를 본 홍정욱 의원 등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대표를 자리에 앉힌 후 눈물을 흘리는 그에게 손수건까지 건네며 위로한 일화도 유명하다.

그만큼 이 대표의 전투력은 야당 의원들 가운데서도 발군이었다. 이 대표가 실신하는 모습은 18대 국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이런 이 대표에게 이해찬 현 민주당 상임고문은 “1988년 13대 국회의 노무현 의원을 보는 듯 하다”는 찬사를 보냈다. 

이 대표가 단지 몸으로 막고 저지하는 모습만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지난 2009년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해 주목을 받았으며 이듬해 2010년 헌정사상 최연소 원내정당 당 대표에 올랐다. 

진보신당 독자파들까지 설득하지는 못했지만 지난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사태 이후 갈라진 진보진영을 다시 하나로 묶었다. 여기에 더해 유시민 대표를 비롯한 국민참여당과의 교감을 통해 보다 유연하고 대중적인 진보정당을 건설해냈다. 국정수행경험을 가진 이들의 합류에 따라 진보진영의 수권능력은 더욱 향상됐다.

이번 19대 총선을 앞두고 지지부진하던 야권연대의 불씨를 다시 지핀 인물도 이 대표였다. 지난 2월 1차 야권연대 협상이 결렬되자 이 대표는 2일 한명숙 민주당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했다. 두 사람의 회동 이후 야권연대는 급물살을 타고 마침내 합의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당 대표임에도 기득권을 포기하고 경선에 임해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고백합니다 ‘19대국회에서 꼭 보고 싶은, 이정희 의원’”이라고 ‘커밍아웃’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대로 이 대표는 정치인생 최초로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고 야권연대의 지속을 위해 또다시 자신의 몸을 던졌다. 

그리고 이로 인해 야권연대의 불씨는 계속 활활 타오를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모든 결실이 이 대표 혼자 이뤄낸 작품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대표가 당당한 주역 중 한명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정희는 자신을 버렸고 대중은 누가 진정성이 있는지 확인했다”

이같은 이 대표의 행보를 보면 트위터 상에서 이른바 ‘이정희 지못미’의 물결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서영석 전 대표(@du0280)은 “어렵게 이루어진 야권연대가 승리하도록, 반드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도록 가장 낮고 힘든 자리에서 헌신하겠습니다”라는 이 대표의 사퇴기자회견문을 올리며 “왜 이리 가슴이 뭉클해지는거죠?”라는 반응을 보였다. 

변상욱 CBS 대기자(@einkleinbsw)는 “이정희 대표께 위로와 격려를. 가장 소중한 것 하나를 위해 두번째 이하를 모두 내려놓고 흘려 보내는 건 정치를 넘어 영성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진애 의원(@jk_space)는 “맘 아프면서, 맘속 불꽃이 입니다. '이명박근혜심판'이기도 합니다. 잊지맙시다. 이 불꽃 활활 태웁시다!”라고 다짐했다. ‘나는 꼼수다’ 멤버인 김용민 민주당 후보(서울 노원갑/@funronga)는 “이정희대표의 멋진 결단이 MB 심판이라는 큰싸움로 이어지도록 야권연대의 바람을 불러 일으켜주세요”라고 당부했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tak0518)은 “쓰리고 시리지만 이정희가 그린 큰 그림에 동의한다. 누군가의 말이 의심스러울 때면 그의 행동을 보라했다. 이정희는 자신을 버렸고 이제 대중은 누가 진정성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patriamea)는 “추후 예상되는 보궐선거를 통하여 국회 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mindgood)은 “차기 국회에서 이정희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국민은 정치인다운 정치인을 얻은 것”이라며 “그는 비록 후보가 되지 못했지만 이번 일도 박근혜에 버금가는 조명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6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야권연대를 위한 회동을 가진 이정희 대표 ⓒ 민주통합당

백 위원의 말처럼 오히려 이번 일을 통해 이 대표는 더욱 국민들의 주목을 받게됐다. 차차기 대권주자로 조심스레 이 대표를 거론하던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서 진보진영은 막강한 ‘잠룡’ 한명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정희의 정치인생은 이제 1막이 끝난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문제의 의혹이 불거지고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곧바로 “제가 사퇴해야 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버티기’, 혹은 ‘늑장 사퇴’라는 일각의 비판을 일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이번 총선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이 대표는 후보가 아닌 ‘서포터’로 야권단일후보들의 당선을 위해 종횡무진 활약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대표가 18대 국회에서 흘려온 땀과 후보사퇴 기자회견에서 흘린 눈물은 분명 그에게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적어도 지금까지, 이 대표는 4년전 기자에게 했던 다짐을 완벽하게 지켜냈다.

트위터에는 이 대표가 지난 4년간 MB정권에 맞서 싸워온 모습을 편집한 ‘단 한명의 국회의원 이정희’란 제목의 동영상이 큰 공감을 받고 있다.

http://www.youtube.com/watch?v=AB3yR42tWxc&feature=player_embed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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