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30일 금요일

[사설] 공정방송의 ‘걸림돌’로 드러난 방송문화진흥회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29일자 사설 '[사설] 공정방송의 ‘걸림돌’로 드러난 방송문화진흥회'를 퍼왔습니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그제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찬성 의사를 밝혔으나, 여당 추천 이사 5명이 반대표를 던져 김 사장의 유임이 결정됐다. 이사들의 구성 비율로 볼 때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긴 하나 실망을 금하기 어렵다. 이번 결정은 방문진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자 공정방송과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나 다름없다.
방문진이 김 사장을 해임해야 할 사유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김 사장은 ‘낙하산’으로 취임한 이후 공영성을 망각한 채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일관해 엠비시를 ‘엠비(이명박 대통령)씨 방송’으로 비판받게 하였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지금 문화방송 노조는 60일 넘게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보직 간부 30명 이상이 징계 위험을 감수하며 보직을 사퇴한 것이다. 게다가 김 사장은 방문진 이사회 출석을 제멋대로 거부했고, 유용 의혹에 휩싸인 법인카드의 사용 내역 등도 제출을 거부했다. 방문진의 권한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는 할 수 없는 행위다.
김 사장의 사퇴는 이미 여당 안에서조차 불가피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그제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구성원들이 희생을 감수하고 공정방송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김인규(한국방송), 김재철 사장 책임인 만큼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 “(두 방송사의) 파업이 형식논리로는 불법일지 모르겠지만, 공정보도를 위한 염원이 표출된 것으로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방문진은 김 사장을 감싸고돌았으니 스스로 공정방송의 걸림돌을 자임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여당 쪽 이사들은 김 사장처럼 그저 ‘윗분’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것인가. 오죽했으면 야당 쪽 이사들이 성명을 내 방문진이 김 사장의 ‘경호기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을까.
문화방송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주고 공정방송을 수행하도록 관리·감독하는 책무를 지금의 방문진에 기대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방문진의 이번 결정은 문화방송의 공영성을 확보하려면 방문진 구성 방식을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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