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30일 금요일

[사설] 공포의 고리 원전 1호기, 선거로 폐기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29일자 사설 '[사설] 공포의 고리 원전 1호기, 선거로 폐기해야'를 퍼왔습니다.
고리 원전이 위치한 부산 기장군 장안읍 주민들이 고리 1호기 폐쇄를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장안읍 주민자치위원장과 새마을지도자회장 등 발전위원회는 그제 정부에 고리 원전 1호기 무조건 폐쇄를 요구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반핵 시민단체도 아니고 주민 대표들이 나서서 대민 지원 보상도 필요없다며 무조건 이런 요구를 하는 걸 보면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간다.
주민들은 이번 4·11 총선에 나선 해운대·기장을 후보 5명에게 고리 1호기 폐쇄를 공약에 반영하도록 촉구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고리 1호기 폐쇄를 거부한 후보에 대해 사실상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뜻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고리 1호기는 공포의 대상으로 주민들의 처지는 그만큼 절박하다. 앞서 부산시의회와 울주군의회도 고리 1호기의 즉각 폐쇄를 건의한 바 있다.
고리 원전에는 현재 5기가 가동중이고 3기가 건설되고 있으며 4기가 추가로 지어질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 된다. 원전 반경 30㎞ 안에 살고 있는 320만 주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셈이다. 특히 이미 설계수명을 5년이나 넘긴 고리 1호기에서는 그동안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중대 사고를 은폐하는 일까지 발생했으니 주민들로서는 원전당국을 믿을 도리가 없다. 고리 원전이 있는 부산 기장뿐 아니라 경주·울진·영덕·삼척 등 원전이 가동중이거나 신규 건설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 모두 총선을 앞두고 들끓는 게 당연하다.
이런 일이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국한된 문제일 수 없다.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쓰고 있으면서 생산지 주민들의 고통에 둔감한 것도 도리가 아니지만, 큰 사고가 나면 원전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전 국토가 방사능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원전의 안전 유지와 폐기물 처리 문제가 현재 인간의 능력으론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명확해진 만큼 원전 의존도를 낮추고 탈핵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이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원전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에서는 10억유로를 들여 지은 원전을 찬반여론이 첨예하게 갈리자 가동도 않고 국민투표로 폐기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은 원전 추가건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설계수명 종료 원전의 수명 연장에 반대하고 있으며, 다른 야당들도 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쇄하자고 한다. 반면 새누리당은 단기간에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며 원전 추가건설이 필요하고 대신 안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비례대표 1번으로 고리 원전 1호기 수명 연장 심사에 참여한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명하기도 했다. 탈원전으로 가려면 원전에 대한 각 정당의 공약 등을 면밀히 살펴 투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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