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9일 목요일

[사설] 서울시립대생의 전진, 참여하면 바뀐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28일자 사설 '[사설] 서울시립대생의 전진, 참여하면 바뀐다'를 퍼왔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서울시립대 등록금이었다. 서울시가 11월 초 시의회에 낸 2012년 예산안엔 반값등록금을 위한 예산 182억원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반값등록금 요구를 박원순 후보가 공약으로 수용했고 이를 실천한 결과로 나타났다.
물론 쟁점이 비등할 때 선거가 치러졌다고 해서 이런 결과가 무조건 나오는 건 아니다. 학생들이 그만큼 치열하게 선거에 참여하고,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킬 후보를 집중적으로 선택한 결과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도 반값등록금을 약속한 바 있지만, 이들은 지난해 등록금의 12~13% 정도에 해당하는 국가장학금을 마지못해 늘렸을 뿐이다.
대학생의 선거 참여 열기는 2010년 지방선거 때부터 부쩍 높아지기 시작했다. 신청자가 한 학교당 2000명 이상일 때 대학 안에 설치하는 대학 부재자투표소가 2008년 18대 총선 땐 3곳이었지만, 2010년 지방선거 땐 17곳으로 늘었다. 대학생 부재자투표율 역시 69.1%로 4년 전(42.2%)보다 무려 26.9%포인트나 높아졌다. 학생들의 이런 폭발적인 참여로 반값등록금과 취업 문제 등 이들의 고민이 정치권의 본격적인 쟁점이 되었고,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일궈냈다. 국가장학금의 증액도 이런 도전의 결과였다.
승리의 기억은 다시 사람을 변화시킨다. 자신감을 갖게 하고, 한발 더 앞장서 현실의 모순과 맞서게 한다. 지난해 반값등록금을 쟁취한 서울시립대 학생들은 이번 4월 총선을 앞두고 투표권자 6500여명 가운데 무려 2593명이 부재자투표를 신청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2210명보다 18%나 늘어난 수치다. 참여하면 바뀐다는 진실을 체득한 것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냉소적이거나 방관하는 학생이 많은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베스트셀러 의 저자 우석훈 교수가 ‘변화하지 않는 20대’에 절망해 이 책의 절판을 선언했을까. 그는 20대가 왜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쳐야 하는지 설득했지만 실패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변화의 기대치는 누구나 다를 수 있다. 짱돌을 들진 않아도 변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커지고 있다. 열에 여섯만 취업하고, 절반은 비정규직인 현실에 안주할 순 없다.
이번 총선은 이런 청년 학생의 운명에 균열을 낼 장이다. 그들 대신 싸워줄 집단은 없다. 스스로 바꿔야 한다. 참여하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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