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7일 화요일

[사설] 디도스 특검, 배후 규명이 ‘신의 영역’이 아님을 보여주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26일자 사설 '[사설] 디도스 특검, 배후 규명이 ‘신의 영역’이 아님을 보여주길'을 퍼왔습니다.
중앙선관위 누리집(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박태석 특별검사팀이 어제부터 수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2007년의 삼성 특검이나 비비케이 특검처럼 실패한 특검이 계속되다 보니 이번 특검에도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국민 세금으로 서울 강남 한복판에 별도 사무실까지 얻어 수사에 나선 이상 최소한의 진상규명은 해내야 하고 박 특검 자신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특검법에 규정된 수사 대상은 ‘중앙선관위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사이버테러 관련 한나라당 국회의원, 비서 등 정치인이나 단체 등 제3자 개입 의혹’과 관련 자금 출처 및 사용에 대한 의혹, 청와대 관련자나 관련 기관의 의도적 은폐·조작 및 개입 의혹 등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역시 청와대 관련 여부다.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효재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의심스런 행적이 드러났는데도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수사를 끝내버렸기 때문이다. 김 전 수석은 최구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현민씨가 경찰에 검거된 사실이 공개되기 전날 최 의원에게 이를 미리 알려준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경위조사도 하지 않았다. 통화내역 조회 결과 공씨 체포 이후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 전 수석과 최 의원의 통화 횟수가 부쩍 늘어나는 등 수사 정보 유출 의혹도 없지 않았다. 최 의원의 경우도 선거 전에 “비장의 카드가 있다”거나 “나 혼자 당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등 여러 소문이 무성했으나 검찰과 경찰은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이들이 “선거에서 공적을 세워 행정부에 진출하거나 정식 보좌관으로 신분 상승을 모색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검찰의 설명이다. 이 역시 수사팀의 추정일 뿐이지만 설사 그들이 그런 말을 했다 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신들의 공적임을 내세우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최 의원이나 당 간부들에게 사전 또는 사후에라도 알렸어야 하기 때문이다. 디도스 공격의 대가가 1000만원에 불과했다는 설명도 그렇고 선관위 내부에 연루자는 없는지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검찰은 올 1월 쥐꼬리 같은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배후를 밝히는 건 신의 영역”이라는 변명으로 비아냥을 산 바 있다. 특검은 이 사건이 민주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조직적인 선거방해 행위라는 점을 명심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숨은 배후를 반드시 밝혀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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