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6일 월요일

거대 교회권력과의 싸움, 끝이 안 보이는 파업 94일째


이글은 미디어스 2012-03-25일자 기사 '거대 교회권력과의 싸움, 끝이 안 보이는 파업 94일째'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성도들 헌금으로 세운 국민일보… 순복음교회 식구들이 나설 때

94. 국민일보 노동조합이 싸워온 날들의 수. 그러나 국민일보의 사태는 파업 첫날과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라진 것이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파업사태 중에 조민제 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것 뿐. 김성이 신임 대표이사가 새롭게 취임했으나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없다. 김 신임 대표이사는 노조에 복귀를 명령했고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MBC, KBS, YTN, 연합뉴스 등 공영적 언론사들도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이는 정권이나 정권과 가까운 사측에 대한 투쟁이다. 정권은 유한하며 길어야 5년이다. 끝이 보이는 싸움이다. 하지만 사적 소유관계에 놓인 언론사들은 다르다. 앞선 사례를 봐도 OBS는 2년이 넘는 싸움을 벌였고 CBS도 200일이 넘게 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기업의 승률은 매우 낮다.

게다가 국민일보 노조의 상대는 세계 최대 규모 단일교회의 ‘상징’이다.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국민일보 창간 이후 줄곧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며 그의 동생과 장남, 차남이 차례로 국민일보 사장에 올랐다. 게다가 최근 조사무엘민제 대표이사는 자신의 미국국적으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되자 회장이 되었다.

한겨레가 관련기사 제목을 이라고 붙일 만큼 당시의 결정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났다. 그것도 ‘공익재단’인 국민문화재단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게다가 조사무엘민제 회장은 국민일보 이사회 의장이란 자리를 신설해 맡았다. 신임 대표이사가 ‘바지사장’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 국민일보 노조원들이 지난 22일 국민일보 사옥 앞에서 한국교회와 국민일보 갱신을 위한 촛불집회를 연 뒤 국민일보 사옥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사진=국민일보 노조

국민일보 노조원들은 이 거대한 권력 앞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100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비교적 똘똘 뭉쳐 움직여왔던 국민일보 노조에서 회사에 복귀한 사람도, 사직서를 제출한 사람도 나왔다. 아직 거의 대부분의 노조원들이 이탈 없이 잘 싸우고 있지만 미동도 없는 거대 권력 앞에 두려움이 드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게다가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상운 노조위원장의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부당해고’라는 지방노동위원회의 원심을 뒤집은 것이다. 당장 사태의 책임을 노조위원장에게 몰아가려고 했던 사측이 환영하고 나섰다. 김성기 대표이사는 취임직후 담화문을 통해 “우리의 공동 목표는 특정인의 거취문제를 넘어서 좋은 신문을 만드는 데 있다”고 조 위원장을 겨냥했다.

조 위원장 해고에 부당성을 주장해 온 노조로서는 시련의 칼바람을 맞은 셈이다. 하지만 노조는 위원장직을 내려놓으려던 조상운 위원장을 재신임함으로서 향후 투쟁의지를 다잡았다. 그동안 언론노조에 소외되어 있던 국민일보 노조였으나 최근 언론노조 각종 행사에도 앞장서 참가하고 있다.

이제 곧 국민일보의 싸움이 100일을 맞이한다. 여전히 국민일보는 발행되고 있고 구성원 전체가 지쳐가고 있다. 하지만 국민일보 노조원들은 당당하다. “이길 줄 알고 한 싸움이 아니라 정당하니까 시작한 싸움”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이 싸움의 실마리가 정말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 국민일보 노조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 5층 국민문화재단 사무실 앞에서 국민문화재단이 조민제 사장을 해임할 것을 촉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국민일보 노조

국민일보는 1988년 여의도 순복음교회 성도들의 성금을 모아 만들어진 신문이다. 이 신문의 주인은 사실 조용기 목사나 조사무엘민제 회장이 아닌 순복음교회 성도들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조용기 목사가 2005년 국민문화재단을 설립해 사회와 한국 교계에 헌납을 했으니 국민일보의 주인은 한국 교인들과 그 제호대로 국민들인 셈이다.

결국 조사무엘민제 회장은 순복음교회 등 한국 교회 성도들과 국민들의 신문을 대리 경영하는 전문CEO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그것도 타 회사와 관련된 각종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경영에 부적합하다면 주주나 이사회가 전문CEO를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도리어 국민문화재단은 그를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부조리한 일이다.

얼마 전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 당시 순복음교회 성도들 일부가 다녀간 흔적을 방명록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방명록에 ‘힘을 내라’며 ‘응원하겠다’며 글을 남겼다. 이제 순복음교회 성도들이 나서야 한다. 자신들의 헌금으로 세운 국민일보가 사회와 교회에 바르게 쓰임을 받을 수 있도록 부조리를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일보 기자들은 이번 파업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앞으로 더욱 낮은 곳에서 좋은 기사를 쓸 것이라는 마음을 다잡고 있다. 국민일보가 기득권에게 복음을 전하는 신문에서 진정으로 온 누리에 하나님의 복음을 전달하는 신문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제 한국 교회와 그 성도들, 특히 순복음 성도들이 앞으로 나서야 한다. 세상에 어떤 거대한 권력이라도 근간은 있는 법이다. 조용기 목사 일가에겐 순복음 교회가 그렇다. 그들이 낸 성금은 하나님에게 향한 것이지 조용기 목사 일가에 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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