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31일 토요일

BH관심사=사찰대상…‘직보’ 의심 더 짙어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30일자 기사 'BH관심사=사찰대상…‘직보’ 의심 더 짙어져'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 미소금융중앙재단에서 열린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 제118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MB정부 전방위 불법사찰 핵폭풍
‘BH 하명’이 총리실에 떨어졌다. 하명대로 전방위 불법사찰이 있었다. 그럼에도 하명을 내린 ‘BH’의 이명박 대통령은 침묵한다. “본인이 대통령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기술하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문건 작성지침엔 그렇게 적혀 있다. 국민들은 ‘BH 생각’이 ‘MB 생각’이라 볼 것이다.

이대통령 평소 일할때시스템보다 독대 선호직책 무관한 일 주기도
국무총리실이 대규모로 민간인 불법사찰을 저지른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사찰 내용을 직접 보고받았는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직접 연루됐다면, 사건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사건 진행 과정을 보면, 이 대통령이 전혀 모르게 민간인 불법사찰이 이뤄졌다고 보기엔 의심스런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내용에는 청와대의 주요 관심사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지원관실은 2009년 방송사 동향 파악에 주력했고, 전·현직 경찰 총수에 대해선 ‘국정철학 구현’이라는 항목을 통해 충성도를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의 ‘아픔’을 겪은 뒤 언론사 장악과 경찰의 흔들리지 않는 충성이 절실했다. 이 대통령이 사찰 결과의 일부라도 보고를 받았다면, 이는 불법사찰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도 문제가 된다. 이 대통령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공적 시스템보다는 ‘일만 잘하면 된다’는 태도로 청와대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안에서 수석비서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비서관의 보고를 받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이 아끼는 몇몇 비서관은 대통령을 독대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증언이다. 전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급이 높은 다른 자리로 옮겨준다고 해서 ‘그 자리로 가면 하던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하니, 대통령은 ‘직책과 무관하게 새로운 자리에서 계속 그 일을 하면 된다’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태도도 의심을 키우고 있다. 야당은 청와대가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고 요구히고 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검찰의 2010년 1차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던 권재진 법무장관이 이번 검찰의 재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처가 없다. 이미 검찰 쪽에선 지원관실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용 보고서 외에 ‘직보’용 보고서를 따로 만들었다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피해가긴 어려우며 어떤 형태로든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이 나서서 해명을 하기 전까지는 의혹이 풀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직 그럴 뜻이 없어 보인다. 청와대는 야당이 대통령의 ‘하야’까지 거론했음에도 평소와 달리 공식적인 대응을 전혀 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수석비서관도 시간 내기 어려운데 어떻게 일개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냐”며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의 사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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