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6일 월요일

[사설] 야권연대, 자기를 먼저 버려야 견고해진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3-25일자 사설 '[사설] 야권연대, 자기를 먼저 버려야 견고해진다'를 퍼왔습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어제 4·11 총선에 나서는 서울 관악을의 야권 단일후보를 내놨다. 이 대표는 “긴 시간 애써 만들어온 통합과 연대의 길이 저로 인하여 혼란에 빠졌다. 몸을 부숴서라도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참모가 여론조사를 조작한 데 대한 비난여론이 쏟아지면서 야권연대마저 파국 위기에 빠지자 결국 사퇴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한때 이 대표의 사퇴 거부와 민주당·시민사회의 퇴진 압박 등 갈등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평가받을 만한 일이라고 본다.

이 대표의 거취는 총선과 대선에서의 야권연대 성패는 물론이고 도덕성을 내세우는 진보정치의 미래를 좌우할 하나의 시금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정당 사상 최초의 40대 여성 대표인 그에게 일개 국회의원이 아닌 진보정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던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이 대표의 사퇴는 개인과 집단의 이기주의를 떠나 야권연대 등 보다 큰 틀의 대의명분을 수용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역시 “야권연대가 승리하도록, 반드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도록 가장 낮고 힘든 자리에서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파동의 와중에서 야권연대는 그 취약성을 여지없이 노출했다. 문제가 된 관악을에 민주당 후보로 나선 김희철 의원은 경선 패배 직후부터 불복 조짐을 보이더니, 민주당과 진보당의 협상이 진행되는 사이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다. 민주당이 경기 안산 단원갑 경선에서 패한 자당 후보에게 공천장을 준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후보 단일화가 한 개인의 의사에 따라 흔들려도 대책이 없고, 지도부까지 ‘장군·멍군’식 대응을 하는 마당에 무슨 신뢰로 연대를 논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진보당의 경우도 이 대표가 한동안 사퇴 거부로 버틴 배경에는 당내 파워 게임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반드시 끊어내야 할 구태의 사슬이다. 경선 여론조작이 진보정당의 조직문화 탓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야권연대는 당과 정책을 달리하는 야권 세력들이 민주와 복지, 평화라는 구호 아래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가설무대를 만드는 약속이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1% 대 99%’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한반도 시계를 70~80년대로 되돌려놓은 세력에 대해 민의를 모아 심판하자는 다짐인 셈이다. 그런 만큼 야권연대는 범야권 세력의 깊은 성찰을 토대로 국민의 동의와 감동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것을 먼저 내놓을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야말로 야권연대의 요체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입장이 아닌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다면 국민들에게 배신감만 안길 뿐이다. 이번 파동이 교훈이 될지, 상처로 남을지는 앞으로 야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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