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5일 일요일

박근혜님, ‘제주의 공감대’는 만들어졌거든요


이글은 한겨레신문 hook 2012-03-13일자 기사 '박근혜님, ‘제주의 공감대’는 만들어졌거든요'를 퍼왔습니다.

시민단체인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일하면서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블로그 '정욱식의 뚜벅뚜벅'(blog.ohmynews.com/wooksik/)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해군기지문제로 첨예한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 추진해야 합니다.”
야권 인사의 말이 아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07년 6월 1일 제주를 방문했을 때 했던 말이다. 그러면서 “도민 의견 수렴 방법에 대해서는 주민투표 등 제주도정이 지역실정에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5년 가까이 지난 요즘,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도민 의견 수렴’이 우선이라던 박 위원장은 민주통합당을 향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당리당략에 이용하는 행태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그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에 국익과 안보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자신들이 앞장서서 주장했던, 그리고 추진했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이제 와서 당리당략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박근혜 위원장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그가 5년 전에 주문한 “하나의 공감대”는 이미 나왔었다. 구럼비 발파가 임박했던 3월 5일 제주도지사, 제주도의회, 새누리당 제주도당, 민주통합당 제주도당은 한 목소리로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도정과 의회, 여와 야를 막론하고 한 목소리로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자고 요구한 것 이상의 “하나의 공감대”란 있을 수 없다. 박 위원장이 정치인으로서 일관성과 책임감을 그토록 중시한다면,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겨냥한 정치적 공세에 안달이 났다.
박 위원장은 3월 7일 야권의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을 겨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추진했던 한미 FTA나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데 좀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도대체 정치 철학이 뭔가”라고 쏘아붙였다.
3월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19대 총선 정책선거 실천협약식’에 참석해서는, “저와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를 신뢰 회복의 출발점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선거만 끝나면 약속을 잊어버리고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입장이 바뀌는 불신의 정치를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말 바꾸기’로 공격하면서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국민과의 약속, 반드시 지키겠습니다’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박 위원장의 이 구호에 진정성이 담기려면, 본인 스스로 강조한 제주도의 “하나의 공감대”를 존중해야 한다. 강정마을을 한번이라도 찾아가 주민과 활동가들의 얘기도 경청해야 한다. 제주해군기지가 왜 국익인지 국민들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야권의 말 바꾸기’와 ‘안보 프레임’으로 총선과 대선을 치르려는 MB식 불도저에 올라타고 말았다.
참고로 작년 12월 한나라당이 2012년 예산을 날치기 통과하면서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사실상 전액 삭감했을 때,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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