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6일 월요일

국민마저 속인 정부, 내 땅에서 유배되는 사람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3-25일자 기사 '국민마저 속인 정부, 내 땅에서 유배되는 사람들'을 퍼왔습니다.
[제주해군기지 연속기고③] 명분과 정당성 상실한 최악의 국가사업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논란이 제주도를 넘어 전국적인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지난 1993년 처음 논의가 시작되어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 사업은 시작부터 논란을 일으키며 지금까지 근 10년간 제주지역 내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해군은 처음에는 사업예정지를 서귀포 화순마을로 정해 추진을 한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포기를 한다. 그리고 다음 후보지로 정한 곳이 서귀포시 위미마을이었고 여기서도 반대하자 강정마을까지 거쳐 왔다. 그 사이 마을주민들은 해군과 정부에 의해 커다란 상처를 입는다. 찬반 갈등으로 농촌공동체도 크게 훼손되었다. 해군기지가 강정마을로 거론되기 시작한 2007년부터 지금까지 강정마을 주민들은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한 채 제주해군기지 반대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국가 보호지역에 해군기지 추진

강정마을은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와 서귀포 시내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해안마을이다. 여느 제주의 마을과 달리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두개의 하천이 있다. 마을 곳곳에는 지하수가 용출되는 도내 최다의 용천수가 산재해 있다. 환경부는 강정마을을 생태계 우수마을로 지정하기도 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려는 강정바다 역시 생태환경이 뛰어나기는 마찬가지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연산호 군락지이다. 또한 사업부지 해역과 바로 인접하여 국토해양부(당시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보호구역, 유네스코가 정한 생물권보전지역, 제주도가 지정한 해양도립공원이다. 그리고 해안과 접한 사업부지는 절대보전지역으로 개발이 불가하다. 그런데 이런 곳에 바다를 매립해 해군기지가 들어서려하는 것이다. 

환경적으로 입지가 적정한지 검토를 하는 사전환경성검토에서는 이러한 환경적 현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군사기지라 하더라도 반드시 사전환경성검토를 통해 환경적으로 입지가 적정한지 검토를 해야 한다. 환경적으로 부적합할 경우 사업추진이 어렵다. 그러나 해군은 사업부지의 환경적 가치를 축소하고, 절차를 아예 생략하는 등의 횡포로 일관했고, 담당기관인 환경부는 이를 묵인해 주었다. 



ⓒ제주해군기지 조감도 강정바다는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연산호 군락지이며, 사업 부지엔 유네스코가 정한 생물권 보전지역과 해양도립공원이 인접해있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해군은 이곳에 대규모로 서식하는 멸종위기야생동물인 붉은발말똥게의 서식사실을 누락했다. 이후에도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이 확인되었고, 멸종위기종 후보종인 제주새뱅이도 사업부지 내 용천수에 집단서식하는 게 확인되엇다. 그러나 해군은 이러한 환경적 가치를 외면한다. 잡아서 옮기면 된다는 식이다. 이식과정도 공사일정만을 고려해 보여주기 식으로 처리해 버렸다. 주민들 농사짓던 땅은 강제수용으로 헐값에 빼앗고, 국가가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한 동물들은 잡아서 내쫒고 있다. 

사업부지 내 매장 문화재 발굴조사에서는 청동기시대와 조선시대 집터가 발견되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강정마을은 예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이 집단거주 했을 가능성이 크며 다른 지역과 달리 각 시대별 유구가 출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확인된 문화재의 가치만으로도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정밀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해군은 이러한 당연한 절차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내 땅에서 유배되는 사람들

강정주민들이 5년 동안 마을을 지키기 위해 해군과 정부·제주도에 변함없이 요구했던 주장이 바로 법적인 절차라도 제대로 지키라는 것이었다. 법률에 규정된 절차대로 진행해 사업계획이 타당하고, 강정마을이 환경적으로 적정한 입지라고 판명된다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무시되어 진행되었고, 강정마을 주민들의 진심은 제대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는 과거부터 강정해안을 비롯하여 강정마을 곳곳을 각종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해 왔다. 이로 인해 대규모 개발사업은 강정마을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런 곳이 어느 순간 일사천리로 해군기지 사업이 추진되니 주민들은 납득할 수가 없다. 예부터 물이 좋아 이름이 났던 마을이었다. 벼농사가 안되는 제주에서 강정마을은 벼를 재배했고 맛이 좋아 진상까지 했다. 가장 살기 좋은 1등 마을이라 해서 “일강정”이라 부르기도 한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런 자부심으로 마을을 온전히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일념으로 버텨 온 것이다. 강정주민들이 이 싸움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공사를 막기 위해 400명 가까이 체포·연행되었고, 올해에만 벌써 200명 가까이 된다. 수천만 원의 벌금을 납부했고, 수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해 있다. 반대운동 과정에 해군과 경찰의 폭행으로 부상을 입은 주민도 부지기수다. 어린아이 포함해 전체 주민수가 1,7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가구가 연관되어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과연 대한민국 국민인가 싶을 정도다. 자기결정권조차 박탈당하고 내 땅에서 유배된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변방의 제주섬, 그 남쪽 해안 작은 마을 강정이 울고 있다.

국민마저 속인 제주해군기지


ⓒ제주의 소리 19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J화약 정문 앞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평화활동가들이 차량과 함께 인간띠를 만들고 화약운반 차량의 운행을 막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제주해군기지 사업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여야 동수로 구성된 예결특위 제주해군기지조사 소위원회를 구성해 논란이 일고 있는 국회부대조건 이행사항을 조사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7년 국회에서 예산을 통과시키면서 제주해군기지 방식 대신에 대규모 크루즈 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민항을 중심에 두고, 해군이 필요시에 잠시 입항하는 군 기항지 형태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조건부로 한 내용을 제대로 수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사업방식은 해군기지가 중심이 되고, 민항이 보조성격으로 뒤바뀐 상태다. 이런 논란은 예산통과 이후부터 줄곧 이어져 왔지만 당사자 격인 제주도, 국토해양부, 국방부는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런데 국회 예결특위 소위의 조사결과 지난 2009년 4월 제주도와 국토해양부, 국방부가 맺은 기본협약서가 이중으로 작성된 것이 확인되었다. 각 정부기관이 서로 갖고 있는 기본협약서의 제목이 다르고, 본문 내용도 일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정부기관이 해군기지 반대여론을 잠재우기위해 각 기관들의 입장에 맞는 협약서를 골라 가진 것이다. 대국민 사기극을 펼친 셈이다.

제주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에서도 협약서 내용 중 15만 톤급 크루즈 2척이 동시에 접안이 가능한 항을 건설한다는 합의도 실제 설계도면과 대조한 결과 거짓으로 밝혀졌다. 해군은 크루즈 선박의 입항기준이 아닌 군함 입항기준으로 설계를 해 사업을 추진해 왔다. 사실,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은 해군기지 사업의 찬성여론을 유지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15만 톤급 대규모 크루즈선이 들어올 경우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조사결과 관광미항 구상은 허구로 밝혀졌으며, 정부와 해군이 찬반을 떠나 제주도민을 우롱해 왔음이 확인된 것이다. 

정부와 해군은 국책사업이란 이름으로 정당한 절차도 무시한 채 지난 10년간 제주지역 마을들의 농촌공동체를 파괴했다.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국가사업이란 없다. 마을의 공동체를 말살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국가안보란 있을 수 없다. 최악의 국가사업으로 전락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전면 재검토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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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웅(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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