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8일 수요일

종편 100일, 그 기막힌 이야기


이글은 시사인 2012-03-27일자 기사 '종편 100일, 그 기막힌 이야기'를 퍼왔습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로 개국했던 종편은 케이블TV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로 100일을 맞았다. 대작이 실패하고 불공정 행위로 제작사들의 비판을 받았다.

흉흉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드라마가 망하자 오너가 회사 복도에 붙어 있는 드라마 포스터를 찢었다는 이야기, 어느 종편은 벌써부터 매각설이 증권가 정보지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어느 종편은 개국공신들을 전부 숙청할 것이라는 이야기…. 모두 종편과 관련해서 나오는 ‘괴담’들이다.

JTBC, 채널A, TV조선, MBN. 종편 4사가 3월9일로 개국 100일을 맞았다. 그러나 지난 100일간 각 채널이 방송한 프로그램 중에서 이슈가 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화제가 되었던 것은 채널A 정규 뉴스가 방송사고 때문에 한참 방송되지 못했다는 사실, TV조선의 설 특집 드라마 (아버지가 미안하다)(극본 김수현)가 방송사고 때문에 불안정하게 방송되었다는 사실 따위였다. 이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이것들이 초대형 방송사고임에도 그리 이슈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제작비 100억원을 들인 (한반도)(TV조선)의 실패는 종편들을 더욱 낙담하게 만들었다. (한반도) 시청률은 2월6일 1.649%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해 2월27일에는 0.866%까지 떨어졌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가구 대상). 는 각개약진하던 종편 4사가 모래시계 효과를 노리며 이례적으로 공동 홍보를 해줄 정도로 기대를 건 작품이었다. 

언론 재벌 3세·4세 리더십 ‘상처’

이제 종편들은 감히 MBC·KBS·SBS와 같은 지상파가 자신들의 경쟁 상대라고 말하지 않는다. 삼성 등 대기업이 이들 종편의 광고단가를 지상파의 25% 선으로 결정했는데 이마저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개국 초기 이들은 종편 광고 단가를 지상파의 70% 수준으로 요구한 바 있다). 한 종편 관계자는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광고 단가가 더 떨어졌다. 요즘은 시청률만큼도 못 받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종편 평균 시청률은 0.3%대(JTBC 0.382%, 채널A 0.323%, MBN 0.321%, TV조선 0.296%-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가구)로 지상파 평균 시청률(5~7%)의 5% 수준이다. 4사 시청률을 모두 합쳐도 1.3~1.4%밖에 되지 않아 EBS 시청률을 조금 넘는다.

이마저도 시청률 집계기관이 종편에 편의를 봐준 결과라는 지적이다. 보통 다른 케이블TV 채널은 시청률을 환산할 때 24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종편은 06~25시(01시) 기준으로 시청률을 산출한다. 06시 이전과 25시(01시) 이후 저조한 시간대 시청률은 빼고 계산한 셈이다. 그러므로 이 시청률은 다른 케이블TV 채널 시청률에 비해 과다 계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국언론노조 (뉴스타파) 제작팀이 케이블TV를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 종편들의 시청률은 케이블TV에서도 중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실적은 이들 종편을 운영하는 언론사 차세대 경영인들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남기고 있다. 현재 각 종편에는 방정오 (조선일보) 뉴미디어실 부실장 겸 전략기획마케팅팀장, 김재호 (동아일보) 대표, 홍정도 (중앙일보) 전무 등 언론 재벌 3세·4세가 직간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3세의 경영능력 가늠자가 될 종편이 죽을 쑤고 있는 것이다.

종편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시간을 종편 개국 직전인 지난해 11월 말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종편 4사 수뇌부가 모여서 격론을 벌였다. 요지는 준비가 덜 되었으니 종편 개국을 늦추자는 것이었다.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가 개국 연기를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JTBC가 고집을 부렸다. 1980년 11월30일 정파했던 TBC(동양방송)를 잇는다는 의미로 12월1일부터 개국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12월1일 개국이 결정됐다.

준비가 덜 된 개국의 결과는 참담했다. 가장 헤맨 곳은 TV조선이었다. 프로그램 준비가 덜 되어 급히 영화를 구매해 땜질 편성을 해야 했다. TV조선은 일단 개국 후 프로그램을 확대·편성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까지 무너지면서 초반의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시청률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TV조선은 (시사IN)이 종편 개국 100일을 맞아 현직 PD와 방송작가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60~61쪽 딸린 기사 참조).


ⓒTVb조선 제작비 100억원을 들인 TV조선 드라마 <한반도>(위)는 시청률이 1% 아래로 떨어졌다.

현재 TV조선은 (한반도)의 실패 이후 관련 간부들을 문책하고 이를 축소·편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종편 관계자는 “대작 전략은 신생 채널인 종편에 유의미한 전략이다. 단 뚝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선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꼬리를 내려서 현업 제작자들의 의지를 꺾었다”라고 논평했다.

채널A는 다른 케이블TV 채널에서 보류했던 아이템들을 받아다 급히 편성했다. 그러나 설익은 기획을 덥석 물었다가 비싼 수업료를 치러야 했다. 제작비에 비해 프로그램 반응이 좋지 않아 몇 회 방송하고서 프로그램을 조기 종영했던 것이다. 

MBN은 기존에 방송하던 뉴스·시사 프로그램에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더 제작해 확대 편성했는데, 세심한 전략 없이 이를 편성했다가 뉴스·시사 프로그램만 내보낼 때보다 시청률이 급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현재 MBN은 다시 보도채널로 회귀해 낮 시간에는 뉴스·시사 프로그램만 편성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개국 초기 다른 종편 시청률의 곱절이었던 JTBC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종합 시청률이 꾸준히 하락해 요즘은 다른 종편과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일 시청률에서 종편 4사 중 꼴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른바 ‘조·중·동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JTBC 측은 자신들을 다른 채널과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다른 채널에 비해 나은 것이 없는 상황이다.


적자폭 500억~600억원대 예상

JTBC 한 관계자는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기존 케이블TV가 해내지 못한 것을 JTBC가 해냈다. 평일 9시 시간대에 드라마 편성을 자리 잡게 한 것과 주말 8시 시간대 연예·오락 프로그램 시간대를 개척한 것은 성과다. tvN이 간판 프로그램인 를 주말 8시에 편성한 것만 봐도 우리가 선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항변했다.

종편은 개국 시 특혜라는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방송 종사자들에게는 환영받기도 했다. 방송 채널이 늘면 일자리가 증가하고 프로그램 수요도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국 100일이 지난 지금 방송가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 3월12일 종편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제작사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독립제작사협회 명의로 된 성명서에서 이들은 “종합편성채널이 불공정한 계약을 일삼고 있다. 계약 없이 제작을 먼저 하게 한 후 제작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 제작비의 일방적 삭감과 편성 수시 변경, 협찬금의 불공정한 분배, 외주사 프로그램 포맷의 무단 사용 등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폭로했다.

외주 제작사들에게 종편 편성 간부들은 ‘꼴갑’이라 불린다. 시청률도 낮고 제작비도 적어 제대로 ‘갑’ 축에도 들지 못하면서 깨알같이 ‘갑’ 대우를 받으려는 행태를 비아냥대는 것이다. 독립제작사협회 배대식기획팀장은 “종편이 개국하면 지상파 독점의 방송시장에 숨통이 트여 제작 환경이 개선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반대다. 개국 한 달 만에 막을 내린 프로그램이 25편이다. 손해는 고스란히 외주 제작사들이 떠안았다”라고 주장했다.

조만간 종편 4사는 봄 개편을 하리라 보인다. 하지만 말이 좋아 개편이지 사실상 ‘축소 편성’이 될 것으로 다들 예상한다. TV조선은 애초에 준비했던 계획 중 ‘플랜B’를 택해 뉴스·시사 채널로 가리라 예상된다. MBN 또한 뉴스·시사 채널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채널A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심의 채널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는 중이다.

JTBC는 ‘종합편성채널’을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개국 전 채널 설명회 때 종편사들은 제작비를 1500억~2000억원 규모로 쓸 예정이라고 광고주들에게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종편사 대부분이 축소 편성을 한 결과 그 규모는 1000억원 이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종편사들이 감내해야 할 첫해 적자 폭은 500억~600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제작비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JTBC는 적자 폭이 1000억~1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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