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5일 일요일

금배지를 단 여의도 스파이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24일자 기사 '금배지를 단 여의도 스파이들'을 퍼왔습니다.

지난해 4월20일 열린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주영 위원장(가운데)이 당시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왼쪽)과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을 불러 회의 진행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사법개혁 저지 위해 검찰출신 의원들 암약민주화 이후 대통령도 손대지 못해
‘세계화추진위원회’(문민정부), ‘사법개혁추진위원회’(국민의 정부), ‘사법개혁위원회·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참여정부),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18대 국회).
비슷비슷한 간판이 많았다는 것은 사법 개혁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민주화 이후 들어선 정권마다 사법부·검찰·변호사 직역에 개혁의 칼을 댔지만, 그때마다 법조계와 법조 출신 국회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대표적인 것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특별수사청 도입 논의다.
상상을 초월한 로스쿨 반대
김영삼 대통령 집권기인 1995년 1월 세계화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법률 서비스 및 법학 교육의 세계화’를 추진 과제의 하나로 정했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 확대, 로스쿨 도입, 법관 임용 방법 개선 등이 주로 논의됐다. 사시 합격자 수 증원 정도만 성과를 이루고 대부분 무산됐다. 특히 로스쿨의 경우 법조계의 저항이 상상을 초월했다. “대통령 특명 사항이었지만 청와대 안에서도 법조 출신인 민정수석이 반대했고 나중에 대법원장은 직을 걸고 반대했다… 법조계는 비법조인이 개혁을 좌우한다며 정면으로 반발했고, 법조계 출신이 다수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결사적으로 반대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선수 회장이 쓴 )
로스쿨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엇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당시 법조계 반발은 사법 서비스에 대한 고민보다는 직역 이기주의 안에 머물렀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법학)는 “로스쿨처럼 법조인 직역의 이익·이해와 결부된 법안이 국회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법조인 출신 의원들에 의해 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직역 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스쿨은 10년이나 지난 참여정부의 ‘사법개혁위원회·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 이르러서야 도입이 확정됐다.
문민정부 이후로 사법 개혁을 위한 정부 차원의 위원회를 꾸리지 않은 것은 이명박 정부가 유일하다. 대신 ‘튀는 판결, 문제 판사’들을 제도적으로 솎아내겠다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검찰을 뜯어고치겠다는 민주당(현 민주통합당)이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여당의 사법부 개혁안에 대해서는 ‘삼권분립’ 침해 논란도 일었지만, 검찰 개혁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여야 합동으로 꾸려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1년4개월 동안 논의해온 핵심 과제들을 맹탕으로 돌려놨다. 대부분 법조인 출신으로 구성된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여론을 등에 업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권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등을 합의해놓고도 결국 백지화시켰다.
그들의 이기주의는 여론보다 세다
청와대가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것도 이유지만 당시 한나라당 검찰 출신 의원들의 ‘활약’이 컸다. 17대 국회에서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반대했던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은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를 가장 완강하게 반대했다. ‘검찰권 이원화’라며 특별수사청에 반대한 이한성 의원은 창원지검장으로 있던 2008년 1월, 18대 총선에 출마하려고 사표를 내 입길에 올랐던 이다. 현직 지검장이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경우는 그가 처음이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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