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31일 토요일

[사설] 백일하에 드러난 청와대의 추악한 방송장악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30일자 사설 '[사설] 백일하에 드러난 청와대의 추악한 방송장악'을 퍼왔습니다.
언론과 언론인의 가장 기본적인 자격 요건은 독립성과 공공성이다. 이 두 가치가 유지될 때에만 정치권력과 사회·경제적 강자들에 대한 자유로운 견제·비판이 가능하다. 독립성과 공공성을 잃은 언론은 되레 사회에 해악만 끼칠 뿐이다. 언론 대파업이 진행중인 (KBS), (MBC), (YTN) 등은 권력 입김 아래서 독립성과 공공성을 상실한 경영진이 공영방송을 어떻게 망치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들 방송사는 이명박 정부의 입김을 한사코 부인해 왔지만,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문건으로 마침내 그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청와대는 집요하고 추악하게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경영진을 통해 방송을 장악했을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방송을 감시·통제해 왔다.
총리실의 ‘KBS 최근 동향 보고’ 문건은 김인규 사장의 발언과 스타일, 노조의 성향, 간부들의 출신지 및 친소관계 등을 속속들이 담고 있다. 배석규 와이티엔 대표이사가 사장 직무대행을 하던 2009년 9월3일 작성된 ‘와이티엔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은 “신임 대표는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며 “새 대표가 회사를 조기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독립방송사 사장으로 정권에 충성하는 인물을 앉히려 했음을 보여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특히 ‘KBS·YTN·MBC 임원진 교체방향 보고’(2009년 8월25일)라는 노골적인 제목의 문건은 ‘BH(청와대) 하명’으로 적시돼 있어 청와대가 방송사 인사에 구체적으로 개입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회복을 요구하는 언론 대파업에 대해 “방송사가 스스로 해결할 문제” 운운하며 자신과 무관한 일인 것처럼 발뺌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찰 문건으로 청와대가 바로 방송 장악의 ‘몸통’임이 드러나고 말았다. 진실은 잠시 감출 수 있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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