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4일 일요일

강정마을을 야권 공세의 제물로 삼지 말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hook 2012-03-02일자 기사 '강정마을을 야권 공세의 제물로 삼지 말라'를 퍼왔습니다.

시민단체인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일하면서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블로그 '정욱식의 뚜벅뚜벅'(blog.ohmynews.com/wooksik/)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명박 정부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 발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는 2월 29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개최하여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핵심적인 내용은 “15만톤 규모의 크루즈 선박 입출항에 문제가 없”고, “국비 5787억원을 포함한 1조 771억원을 투입해 주변지역 발전 사업을 추진”하며, “불법적인 공사방해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 등이다. 그러면서 2015년까지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숱한 문제들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묻지마 공사’ 강행 의사를 밝힌 셈이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우리나라 전체 교역 물동량의 99.8%가 통과하는 남방해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필수적 시설이고, 제주지역의 새로운 관광자원이 되어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등 제주 경제발전에 중요한 국가사업”이라는 것이다. 또한 “현재 전체사업비 9,776억원 중 1,653억원(17%)이 집행”되었고, 공사가 지연될수록 “국가예산도 낭비되는 문제”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남방해역 중요하다. 그래서 제주해군기진 안 된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무역 국가인 대한민국에게 바다의 중요성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바일 게다. 그런데 건국 이래로 해상 교역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로 남방해역에 군사적 위협이 존재한 적은 없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에게 군사적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이들 나라가 우리나라의 해상 교역을 군사적으로 위협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도 극히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어 한국 해군이 이어도 초계 활동에 나서거나, 미국이 제주해군기지를 사용할 경우 우리의 남방해역을 포함한 국가안보와 국민경제가 총체적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건설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가 불확실한 위협을 확실한 위협으로 만들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제주해군기지가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처럼 말하는 것 역시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건설비의 상당 부분은 삼성과 대림 등 거대 건설업체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고, 제주 올레길 가운데 최고로 손꼽히던 제7코스도 거대한 펜스에 가로막혀 관광객도 크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강정마을을 돕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과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마을 경제를 살리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과연 MB 정부가 국민 혈세를 아까워하는 정권인지도 의문이지만, 지금까지 쓴 돈이 아까워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말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공사 중단시 적지 않는 예산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공사 강행시 초래하게 될 비용과 비교하면 10퍼센트 안팎에 불과하다. 또한 공사 자재의 재활용, 원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한 보상금과 토지의 교환, 매입 부지에 평화공원 조성, 잔여 토지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면 이미 투입된 예산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공사 강행시 강정마을 주민들의 흐릴 피눈물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
MB 정부의 정치적 꼼수
MB 정부가 대통령부터 경찰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제주해군지 반대 진영과 야권을 압박하고 나선 데에는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2월 22일 기자회견에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 대표의 입장 변화에 대해 “선거철이 돼 전략적으로 할 수 있지만 매우 안타깝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야당 인사들의 실명과 발언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정치적 공세를 편 것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수구․보수 언론들이 이를 견인하고 또 확대재생산 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가 해석하는 MB 정부와 보수 세력의 정치적 의도는 이렇다. 만약 야권이 강력한 맞대응을 선택해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입장을 더욱 분명히 한다면, ‘말 바꾸기’, ‘국가안보 무시’로 몰아붙이면서 이를 선거 쟁점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거꾸로 야권이 이렇다 할 대응을 안 하면, 해군기지 반대 진영의 반발로 이어져 총선과 대선을 앞둔 야권에게는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MB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민군복합 관광 미항”이 자신의 성과인 것처럼 홍보하는 모습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총리실은 “2007년 지난 정부에서 지역주민 및 제주도의 건의를 받아들여 해군기지로 추진되어 오던 중, 현 정부 들어 2008년 9월 제주해군기지를 민과 군이 함께 공존하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격’이다.
노무현 정부 재임 당시인 2007년에 국회는 관련 예산을 승인하면서 “민항 위주에 해군 기항지”라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MB 정부는 이 조건마저 무시하고 ‘민군복합 관광 미항’이라는 이름하에 사실상의 해군기지 건설로 사업을 변질시켰다. 설계 오류 문제가 제기되자 15만톤 규모의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이렇게 큰 배가 올 리도 없다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유시민 대표의 대응도 답답하다. 이들은 MB 정부의 공사 공행을 강력히 비판하면서도 노무현 정부 때 결정되었던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왜 지금은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분명 이 정부 들어 제주해군기지 사업이 더더욱 변질되고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게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노무현 정부도 이러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민주통합당은 자신의 입장 변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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