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3-04일자 사설 '[사설]민주통합당, ‘정치신인’ 발굴 운운할 자격 있나'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이 오늘부터 4·11 총선에 나서는 후보를 결정할 국민경선에 돌입한다. 일단 1차 경선지역으로 확정된 26곳에서 경선 후보 58명이 참여한다. 전·현직 의원 간 대결은 물론이고, 정치신인들도 다수 출전한다. 사흘간 선거운동이 펼쳐진 뒤 모바일 투표와 현장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가 가려진다. 국민경선은 후보 선출권을 국민에게 돌려줄 뿐만 아니라 정치신인들을 발굴하는 등용문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갖게 한다.
문제는 그런 취지들을 무색하게 하는 경선 규칙들이다. 민주통합당 중앙당선관위의 내부 지침에 따르면 우선 홍보물 배포부터 쉽지 않다. 경선 후보자가 작성한 한 종류의 홍보물을 보낼 수 있지만 현장투표 선거인명부가 투표 3일 전 교부되기 때문에 사실상 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후보자 간 합동토론회나 연설회 기회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토론회나 연설회는 공직선거법상 허용되고 있지만 당이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끝에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주관하는 토론회가 가능하다지만 방송사가 없는 지역구가 수두룩하고, 방송사들로서는 타당과의 형평성 시비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결국 명함이나 돌리는 게 현실적인 선거운동이다. 후보들은 뭘 내놓고 표를 달라고 해야 할지, 유권자들은 뭘 보고 후보를 골라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처럼 국민경선의 틀이 제한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광주 동구의 비극처럼 경선 참여자 확보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이것은 결국 기득권주의의 문제다. 각종 선거의 틀을 현역들이 다루다 보니 현역 중심으로 짜이기 십상이다. 정치인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비판의 화살에 직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공동 책임을 지는 상황 앞에서는 별 두려움이 없다.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의석을 300개로 늘린 게 단적인 사례다. 민주통합당은 국민경선을 가급적 1 대 1 구도로 만든 것 자체가 정치신인들을 돋보이도록 배려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다른 불리한 점들과 견주면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이다. 전·현직 등 기성 정치인과 정치신인 간 대결이 비교적 덜한 1차 경선지역과는 달리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과 호남의 2차, 3차 경선에 이르면 현역들의 ‘프리미엄’은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정치는 기득권 고수와 파괴의 충돌 과정이기도 하다. 기득권에 매달릴 때보다는 파괴할 때 정치 발전이 뒤따랐다. 정당들은 판세가 열세일 때 기득권을 내려놨고, 우세할 때 지켰다. 작금의 민주통합당은 판세가 조금 좋아졌다고 해서 세력 간 나눠먹기나 친노 486 중심의 현역 공천, 특정인 살리기를 일삼는 바람에 쇄신공천의 의지마저 비판받는 처지다. 신인 여성 정치인이 경선에 나서면 15%의 가산점을 주는 것과 같이 파격적 발상만이 정치판을 바꿀 수 있다. 민주통합당은 그런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정치신인 발굴이나 쇄신공천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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