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04-06일자 기사 '박정희, 전두환의 언론사찰, MB정부와 뭐가 다른가'를 퍼왔습니다.
[한줌의 미디어렌즈] 1973년 ‘불순언론인 파악보고’ 문건을 다시 보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2007년 10월 24일 발간한 종합보고서에는 언론 편도 들어있다. 참여정부 당시 정부기관 과거사 진상규명의 일환으로 진행한 작업의 결과물이었다. 총리실 사찰문건 공개로 그 실상의 일각이 드러나고 있는 마당이다. 언론만 한번 겹쳐봤다.
박정희 정권 때인 1974년 한국일보는 창간 20주년 기획의 일환으로 10월 22일 신문에 당시 베트남 구엔 반 티우 대통령 인터뷰와 해설기사를 실었다. 해설기사 제목은 ‘보좌관들 부패는 바로 티우의 부패’, ‘광범위한 개혁요구에 체제 위협 우려’. 박정희 정권은 두고 보지 않았다. 중앙정보부가 이를 문제 삼아 편집국장 소환을 시작으로 손보기를 시작했다. 발행인, 편집국장, 편집부장을 줄줄이 연행해 조사했다.
"발행인, 편집국장 및 편집부장 등은 문공부 당국의 보도한계지침 내용을 소홀히 취급함으로써 반정부적 학생 및 종교인 등을 자극 선동하는 보도를 한 데 대하여 본 조사를 통하여 그와 같은 보도가 국내 사태를 더욱 혼란케 하여 결과적으로 북괴를 이롭게 하는 행위였다는 것을 통감하고 앞으로는 정부시책에 순응하여 적극 협조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엄중경고 후 훈방 처리함이 가하겠습니다"
중앙정보부가 1974년 10월 26일 작성한 ‘한국일보 월남사태 특집해설기사 보도경위조사보고’ 중 조치의견이다. 각서를 쓰고 ‘착한 보도’를 약속했다. 전두환 정권도 다르지 않았다.
ο 최근의 언론 논조 분석결과 동아, 조선 등 野傾紙(야경지·야당 쪽에 경도된 신문)에서 고정칼럼 등을 통해 의원내각제 개헌안에 대한 부정적 측면 부각 및 직선제 개헌안에 대한 긍정적 논조 전개 등 야당의 개헌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ο 따라서 유관기관과 협조 - 동아, 조선 경영진 대상으로 칼럼 작성상 문제점 지적, 균형보도 유도 - 칼럼 집필진에 대한 책임순화팀 구성 개별순화 및 집필진 교체유도
안기부가 1986년 9월 10일 작성한 ‘동아, 조선 등 野傾紙의 야당개헌안 동조관련 대책’ 보고서 중 일부다. 경영진 대상으로 문제점 지적, 집필진 교체 유도 등의 대책이 눈길을 끈다.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 ‘친노조·좌편향 간부진을 인사조치하고,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을 사장으로 임명하여 힘을 실어줘야 한다’, ‘수요회 등 親김인규 세력의 활동으로 KBS의 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할 예정’….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 2012년 공개된 사찰문건의 내용도, 그 질도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보자.
심○○ : 동아 지방부기자 언론자유수호선언 주동, 천○○의 하수역김○○ : 경향 정치부기자 KT관련기사 일방적 취재, 처가 KT가족과 친교권○○ : 동아 사회부기자 동아일보 보도보류조치 항의, 편집국장에게 건의서 냄
중앙정보부가 1973년 12월 18일 작성한 ‘불순언론인 파악보고’ 문건이다. 당시 명단에 올라간 ‘불순언론인’ 20명 가운데 9명이 해임됐다. 잘린 기자 사찰도 했다.
1. 신동아 김○○ 기자는 75.6.6 시내 무교동 소재 선일장에서 김○○에게 7월초에 김 의원의 옥중 수기를 실으려고 한다면서 정치 얘기는 그만두고, 옥중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얘기를 주로 하여 60매 정도를 14일까지 써달라고 한 바 김○○는 알겠다고 하였음
2. 조치 김○○에게 수기를 투고치 못하게 경고하여 저지하겠습니다.
이 역시 중앙정보부가 1975년 6월 6일 작성한 어느 해직 기자의 동향 보고서다. 다시 2012년 대한민국. 한겨레21 편집장, 방송작가협회 이사장, PD수첩 작가, 김제동씨, 김미화씨 등 언론인, 방송인들에 대한 전방위 사찰이 이루어졌다. 박정희 정권의 행태보다 나은 게 뭔지 모르겠다.
국정원 과거사진상규명위 보고서 언론 편은 5공 정부의 보도지침 등 언론통제 구조를 청와대 정무비서관실을 정점으로 문공부 홍보조정실이 실무를, 안기부, 보안사 등이 지원하는 도표로 정리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정희? 전두환? MB정부 5년, 이 정부는 우리 사회를 어디로 되돌린 건가. 현 정부 5년,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았던 건가. 그리고 또 하나. 몇몇 언론들에게 그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던 건가. 정말 어떤 세상이었기에 지금 이 문제에 대해 그리도 침묵하고 회피하는 건가. 그들에겐 어떤 세상이었기에. 궁금하다. 묻고 싶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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