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4-06일자 사설 '[사설]이런 한심한 경찰에 시민 안전을 맡길 수 있나'를 퍼왔습니다.
경찰이 지난 1일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의 엽기적 살인 사건을 처리한 방식을 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 피해 여성이 한밤에 위치까지 얘기하며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112신고를 했으나 경찰의 초기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이 여성은 신고 후 13시간 만에 살해된 채 발견됐다. 더욱이 경찰은 당초 이 사건을 설명하면서 피해 여성의 112신고 내용은 물론 수사 과정을 조작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경찰청이 해당 경찰서 서장과 형사과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감찰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피해 여성이 피의자 몰래 휴대전화로 112신고센터와 1분20초 동안 통화한 녹취록을 보면 경찰의 대응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잘 드러난다. 여성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위치를 밝히면서 “살려 달라”고 애원했으나, 경찰은 “누구에게 성폭행을 당하느냐” “자세한 위치가 어디냐”고 거듭 물으며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피해 여성의 다급함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경찰의 안일함에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다. 평소 112신고센터 근무자에 대한 교육이 형식적이거나 부실한 결과일 것이다.
경찰이 사건 발생 후 처음 수사 과정을 설명할 때 거짓말을 한 것은 더더욱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은 당초 “성폭행 당했다. 누군지도 모르고 장소도 모른다”는 15초 정도의 짧은 112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바로 출동했다고 했다. 또 정확한 위치를 몰라 경찰관 35명을 동원해 휴대전화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300~500m 일대를 샅샅이 탐문조사했다고 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이 당시 탐문조사를 하는 경찰관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영장 없이 불이 꺼져 있는 집에 무작정 문을 따고 들어갈 수 없었다” “사이렌과 경고방송을 하면 성폭행범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조용히 탐문했다”는 변명에는 말문이 막힐 정도다.
경찰이 피해 여성의 112신고 접수 과정에서 드러낸 안일함과 사후 수사 과정을 조작한 행위는 둘 다 예사롭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범죄 예방이란 경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잘못을 감추기 위해 국민을 속이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 처리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해 문제가 있는 관련자는 엄중문책해야 한다. 112신고센터 근무자의 자세와 신속한 대응 시스템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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