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25일자 기사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의 ‘신들린 부패경쟁’'을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이명박 정부 실세들의 몰락, 이상득 박희태 그리고 최시중…
대통령 친형이자 여권의 ‘넘버 원’ 실세로 불렸던 이상득, 여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두루 거친 박희태, 대통령의 ‘멘토’이자 언론장악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최시중 등 이명박 정권에서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던 그들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각종 비리와 부패 의혹에 직면해 19대 총선에 나서지도 못했고,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국회의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최근 뉴스 초점으로 떠오른 인물은 언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동아일보 출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다.
수십억 원의 비리의혹 사건인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그는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하면서 돈을 받은 이유에 대해 “2007년 대선 당시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나 정세 분석 등으로 많은 일을 했고 그런 관련된 일에 썼다”고 말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명박 대선캠프의 핵심 실세로 통하던 그가 ‘대선자금’ 얘기를 꺼내자 정치권과 언론은 발칵 뒤집혔다. 중앙일보는 4월 24일자 1면에 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한국일보는 이날 머리기사를 통해 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자금’은 정권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메가톤급 사안이다. 언론은 최시중 전 위원장의 ‘대선 자금’ 발언에 대해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청와대에 자신만 당할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선자금’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최시중 전 위원장은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동아일보는 4월 25일자 1면 라는 기사에서 "돈을 받은 시점 직후가 대선이 다가오는 시절이었기 대문에 얼떨결에 '내가 독자적으로 MB(이명박 대통령) 여론조사를 하고 했거든'이라고 말했지만 이 후보 캠프의 정식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는 게 아니다"라면서 "돈이 무슨 꼬리표가 달린 것은 아니지 않으냐. 그 시점에 내 개인적 활동을 하면서 모두 썼다"라는 최시중 전 위원장 발언을 전했다.
문제는 대통령 ‘대선자금’ 발언으로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뒤 ‘얼떨결에’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한다고 정리될 성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나라당 상임고문을 지낸 박찬종 변호사는 25일 평화방송 라디오 와 인터뷰에서 “대가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본인의 말이고 그 자금이 수수된 시점으로 봐서는 대통령 선거 직전, 직후인 것 같은데 이것은 당연히 특가법 상의 알선수재죄에 해당된다”면서 “돈을 어디에 썼는가, 그것은 사후 행위이고 받을 때의 취지, 돈 받을 때 그 사람의 위치, 그것이 알선수재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직 대통령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검찰은 곤혹스러워하면서 ‘꼬리 자르기’ 수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상황은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검찰이 최시중 게이트를 단순 인허가 청탁비리 사건으로 축소시키고 꼬리자르기 수사로 일관하려고 한다. 검찰은 한상대 총장과 최재경 중수부장 등이 참여한 회의를 통해 ‘이번 수사는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라 인허가 로비 수사’로 규정지었다고 한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검찰이 제한적이고 속이 뻔한 겉치레 수사로 사건본질을 감추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개 휩싸인 청와대. ©CBS노컷뉴스
이명박 정부 검찰이 권력의 정점을 향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여론의 뭇매 때문에 수사하는 시늉을 하다 정권을 둘러싼 또 다른 악재가 터질 경우 과거의 악재는 적당히 덮고 수사를 마무리하는 지금까지의 이명박 정부 악재탈출 공식을 재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검찰은 여론 무마용 '소환'과 '압수수색'이 국민의 의구심과 비난을 덮을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해서는 안된다. 짜맞추기 수사, 꼬리자르기식의 기만적인 수사로 계속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한다면, 우리 국민은 검찰을 결단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명박 정권이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또 다른 악재가 터지면서 여론의 시선이 분산된 이유도 있지만, 언론이 적당히 물타기 해준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여권의 ‘권력지형도’ 변화와 맞물려 청와대에 대한 ‘변론 보도’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 정권과 코드를 맞춰온 언론들이 청와대 변론보다는 ‘박근혜 보호’에 논조의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단호한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는 보도를 이어가는 이유는 정권 부패 문제가 대선가도에 악재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이 정권 초 언론·지식인 그리고 많은 정치인이 대통령 형님은 물러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 형제와 측근들만 소리를 듣지 않았고, 길을 보지 못했다. 그런 혜안을 지닐 만한 철학과 도덕이 없었던 것이다. 이 정권만큼은 새롭게 해보겠다는 개혁 의식이 없었다. 그저 편하게 구태의 옷을 걸치고 길을 나섰다. 실패와 감옥의 길로….”
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4월 25일자 라는 사설의 일부이다. 해당 신문은 “정권을 소수 무(無)철학의 권력자들이 땅바닥에 굴렸다. 그러고도 서민을 위한 공정사회였단다. 이명박 정권은 역사적인 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일보 4월25일자 사설.
이 정권은 개혁의식이 없었으며 감옥의 길로 가고 있고, 역사적인 죄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혹평’을 쏟아낸 이 언론은 어디일까. 진보성향의 언론일까. 그렇지가 않다. 이 사설의 주인공은 중앙일보였다. 중앙일보는 4월 24일자 4면에 라는 기사를 실었고, 4월 25일자 5면에 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보수언론은 이명박 정권 부패의 불똥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튀지 않도록 ‘부패에 단호한 박근혜’라는 프레임 설정에 나섰지만, 여론의 동의를 구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언론에 알려진 이명박 정권 핵심 실세들의 부패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30일 제36차 확대비서관회의에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흑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정권의 핵심 실세들은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신들린 부패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대선가도의 최대 걸림돌은 이명박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정치 전문가들의 예측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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