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12일자 사설 '[사설] 민주당, 통렬한 반성 위에 전열 재정비하라'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의 4·11 총선 패배를 보는 시선이 매섭다. ‘자멸’이니 ‘자폭’이니 하는 용어가 관전평 속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명박 정부의 거듭된 실정과 폭정이 만들어준 ‘필승 구도’를 제 발로 걷어찼다는 뜻일 것이다. 야구경기에 비유하자면, 초반 대량 득점에 방심하다가 회를 거듭할수록 실책으로 야금야금 점수를 내주더니 결국 9회 말 역전 끝내기 안타를 맞은 꼴이다. 이전 선거와 비교할 때 그리 나쁜 성적이 아닌데도 심리적인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실제,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거둔 성적은 객관적 수치로만 보면 평년작 이상이다. 탄핵 정국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엔 못 미치지만 18대 총선에 견줘 무려 46석이나 늘린 127석을 차지했다. 야권연대의 파트너인 통합진보당도 사상 최대인 13석을 얻었다.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정당지지율을 보면, 새누리당이 42.8%, 민주당 36.45%, 통합진보당 10.3%, 자유선진당 3.23%를 기록했다. 보수 쪽인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을 합친 수치보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합이 약간 앞선다. 의석수를 색깔별로 표시한 지도에서 영남 쪽이 물샐틈없이 붉은색으로 덧칠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언제든 60석 이상을 새누리당에 보장해주는 강고한 영남지역주의가 위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거둔 성적이라는 점도 고려할 만하다. 더구나 문재인 민주당 고문이 이끈 부산에선 2석밖에 얻지 못했지만, 정당지지율은 민주당(31.8%)과 통합진보당(8.4%)을 합쳐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올린 29.3%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참패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대치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이기 때문이다. 2013년 체제의 기틀을 닦는 대통령선거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선거였고, 그럴 가능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박선숙 사무총장이 그제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민주당은 여러 미흡함으로 현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을 충분히 받아 안지 못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고 말한 그대로다.
민주당은 올해 초 통합전당대회 뒤 지지율이 새누리당을 앞지르자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 불법 정치자금 수뢰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씨를 사무총장에 임명한 것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계속되는 공천 잡음과 불상사, 야권 단일화 과정의 여론조사 조작,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강정 해군기지와 관련한 정책 혼선,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사안이 터질 때마다 대응책 마련에 실기를 하거나 애매하게 미봉하기에 급급했다. 유일한 무기는 신선감을 잃은 ‘정권심판론’뿐이었다. 이러는 사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남에서 북으로, 동에서 서로 종횡무진하며 쇄신과 변화를 호소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쇄신과 변화는 불가피하다. 당 안에서 지도부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패배에 대한 충격의 강도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즉각 사퇴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에 준 커다란 교훈은 상대의 실수에만 의존해 득점할 수 없다는 것,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과거 심판만 외쳐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는 것, 좌우 중립지대에 있는 부동층의 마음을 얻지 않고는 어떤 선거에서도 이길 수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머리를 맞대고 이번 선거에서 진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통렬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지도체제 변화를 포함한 다각적인 쇄신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민생의 현장으로, 민심의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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