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2일자 기사 ''아비규환' 한일병원, 지난 10일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를 퍼왔습니다.
10일부터 점거 농성 들어가...7명의 외로운 사투
ⓒ민중의소리 서로 몸을 끈으로 묶은 채 울고있는 해고된 식당 노동자
해고 노동자들, 몸에 줄 묶어가며 병원 로비서 농성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101일째 투쟁을 진행 중인 한일병원 식당 해고 노동자들이 한일병원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당초 지난 10일 새로 취임한 김대환 병원장에게 해고 노동자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어 찾아간 자리였지만, 병원 직원들이 이들을 가로막자 연좌농성으로 이어졌다.
해고 노동자들과 일반노조 조합원들은 병원 진입조차 힘들었다. 이들은 지난 1월 1일부터 101일 동안 한일병원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몇 차례 진입시도를 했지만 그 때마다 병원직원들은 병원문 밖에서 조합원들을 격렬하게 저지했다. 이 때문에 해고 노동자들과 일반노조 조합원들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법으로 병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낮 12시 30분 조합원들은 천막 앞에서 오전 집회를 마치고 해산하는 척 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집회를 감시하고 있는 경찰과 병원 관계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흩어진 노동자들은 마을버스와 개인 차량 등을 이용해 한명씩 병원 내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 일반노조 도봉지부장을 알아본 병원 직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조합원들을 막기 시작했고, 조합원들과 직원들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해고 노동자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30여분 동안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 해고 노동자들과 조합원들은 병원 로비에 앉을 수 있었고, 이어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연좌농성에 들어간 해고 노동자 8명은 자신들의 몸을 서로 줄로 연결해 묶기 시작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어차피 여기서 죽으나 밖에서 죽으나 매한가지”라며 “우리를 강압적으로 끌어내려고 한다면 이 줄을 목에 걸 것이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한일병원 직원, 조합원에게 "밤길 조심해라"
결국 소란 끝에 조합원들은 로비에서 집회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병원 직원들의 욕설과 몸싸움이 여기저기서 계속 이어지자 결국 해고 노동자들은 “너희가 사람이냐. 우리가 도대체 얼마나 잘못했다고 이러냐”고 말하며 통곡했다.
병원노동자들의 통곡 섞인 울음에도 병원 직원들은 “맨날 저렇게 거짓말만 하네”, “왜 여기 와서 난리야”라고 말하며 냉소 섞인 웃음을 지었다.
집회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연대의 발길이 이어지자 병원 직원들은 병원에 출입하는 모든 문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문을 봉쇄하자 그 불편을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갔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해 나가야하는 환자들은 나갈 수 있는 출구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야 했다.
ⓒ민중의소리 조합원들을 병원에서 끌어내려는 한일병원 직원들
결국 직원들은 환자 명단과 출입자를 대조하며 출입자들을 통과시키기 시작했지만, 집회현장을 둘러싼 경찰들과 직원들로 인해 통행로를 찾지 못한 병원 환자들의 원성은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불만은 사내집회 중인 해고 노동자들과 조합원들에게 쏟아졌다. 이에 조합원들은 로비에 있는 의자를 치워 환자들의 통행로를 확보하려 했지만, 병원 직원들은 ‘병원 시설물’이라는 이유로 이를 막았다.
병원 직원들과 조합원들의 충돌은 늦은 시각까지 계속됐다. 병원 측은 조합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는 곳만 전등을 소등하고, 클래식 음악을 트는 등 집회를 방해하기도 했다.
특히 병원 직원들과 조합원들은 서로 욕설과 몸싸움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 병원 직원은 “너 이 XXX야! 밤길 조심해. 수유리 돌아다니지 마라”라고 협박을 하며 조합원을 밀친 후, 뒤돌아서 동료 직원에게 “너무 심심해서 한번 질러봤어”라고 웃으며 얘기하기도 했다.
ⓒ민중의소리 한일병원 문을 막고 있는 병원 직원들
한일병원 노동자들의 요구
한일병원 식당 노동자들의 요구는 그동안 병원 측이 약속했던 것을 지키라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병원 측은 지난 2월 29일부터 진행된 노조와의 협상에서 “우리도 식당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싶지만, 현재 CJ프레시웨이가 업주이기 때문에 우리가 함부로 못한다”며 “CJ프레시웨이가 나가면 우리가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지난달 29일 CJ프레시웨이는 사업철수를 통보했지만, 병원은 해고 노동자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한일병원은 직영으로 운영하던 병원 식당을 1999년부터 외주화했고, 한화와 신세계 그리고 아워홈을 거쳐 2012년부터 CJ프레시웨이와 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식당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일했고, 추가근로 수당도 받지 못한 채 일을 해왔다.
결국 이 같은 환경을 바꾸기 위해 식당 노동자들은 지난해 7월 노조에 가입했으나, 2011년 12월 31일 해고됐다. 해고자들 대부분은 한일병원 식당에서 적게는 10년 많게는 30년까지 일했다.
이들은 지난 1월1일부터 병원 앞에서 ‘고용승계’를 외치며 농성에 들어갔고, 지난 2월 29일에는 삭발식까지 감행하며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오후 10시께에는 한일병원 로비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했던 해고 노동자 8명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은 지난 11일 병원에서 쫓겨났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4명이 부상당하고 1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또한 해고 노동자 1명도 머리에 통증을 호소해 병원 응급실 신세를 져야했다.
결국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이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오후 8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병원을 방문해 “선거가 끝나고 당 의지를 모아 최우선으로 다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농성 참가자들에게 약속했다. 또한 12일 오전에는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된 민주통합당 인재근 당선자가 농성현장에 격려방문을 하기도 했다.
한편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통합진보당은 12일 오전 중앙당 차원에서 한일병원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를 열고, 병원 측에 문제해결을 위한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일반노조 최종은 지부장은 “그 엄동설한에 천막에서 101일 동안 어머님들이 투쟁했다”며 “조그만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한일병원은 반드시 약속(직접고용)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중의소리 한일 병원이 문을 봉쇄하자 불편을 겪는 환자들
김대현 기자 kd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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