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6일 화요일

의혹만 남긴 이계철, 방송 ‘모르쇠’·통신 ‘헛발질’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06일자 기사 '의혹만 남긴 이계철, 방송 ‘모르쇠’·통신 ‘헛발질’'을 퍼왔습니다.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결과…민주당 “로비 통신위원회에 허수아비 위원장 부적격”

“통신 분야의 전문가라는 말도 옛날 얘기다. 방송을 너무 몰라서 방송을 망칠까 걱정된다. MBC 파업, KBS 제작거부와 총파업 예고, YTN 총파업에 대한 대책도 없다. 방통위원장으로서 철학과 소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못 찾겠다. 부적격이다.”
5일 13시간여 동안의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하며, 김재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민주통합당 간사는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를 이렇게 평가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은 “방통위가 로비 통신위원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고, 전혜숙 의원도 “윗분이 시키는 대로 하는 허수아비 방통위원장을 자임한 것 아닌가”라고 촌평했다.
민주당 뿐만이 아니었다. 허원제 문방위 새누리당 간사는 “방송의 언론 기능과 사명, 방송에 대한 공정성 확보 문제에 대해 후보자는 그런 부분에 대해 잘 모르시죠?”라고 말했고, 같은 당 안형환 의원도 “(수신료 관련해 이 후보자의 말이)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공부를 좀 더 해야할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T 사장 출신인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같은 사장 출신인 이 후보자에게 “방송 공정성에 대해서 깊은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을 제외하면 여야 모두 관련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았을 정도로 총선을 앞두고 인사청문회 준비에 소홀했지만, 여야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질책’은 끊이지 않았다. 당락을 결정할 정도의 치명적인 폭로는 없었지만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이 후보자가 방송과 통신쪽 정책에서 제대로 된 자질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6일 국회 문방위가 이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할지,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주 중으로 이 후보자를 임명할지 주목된다.
KT 사장 출신 로비스트 의혹 여전히 ‘솔솔’


▲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이치열 기자 truth710@

의혹의 핵심은 이계철 후보자가 2000년 KT 사장에서 퇴임한 뒤 정부 산하 기관과 각종 업체에 겸직하면서 업계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그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비상임 이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애니유저넷 고문(2002년), KT 고문(2003년~2005), 에이스앤파트너스 사외이사(2005년), 에이스테크놀로지 사외이사(2006년), BCNe글로발과 글로발테크 고문(2006년~2009년) 등을 겸직해 사기업에서만 총8억 원에 육박하는 고문료를 받았다.
전병헌 의원은 이들 사기업이 KT나 KTF와 계약을 맺었고 이 후보자가 고문을 맡은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을 두고 ‘이 후보자가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공기업·준정부기관 비상임이사 직무수행 지침, 정부 산하기관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근거로 겸직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비상임 이사장으로서 법적인 문제는 없고, 로비를 한 적도 없다며 “로비의 로자도 모른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사기업 근무 배경을 “정보 통신의 경륜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는 마음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하며 “제 업무 능력을 전수해주고 모르는 것 답변해주는 것밖에 안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계철 후보자가 KT 사장을 퇴임하고 거쳐간 이들 업체들은 정보통신부 차관 시절의 업무와 당시 겸직한 방통위 산하 기관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곳이었다. 이 후보자도 이들 업체에 대해 “정통부와 전혀 무관한 곳은 없다”고 확인해 줘, ‘전관예우’·‘로비스트’ 의혹을 증폭시켰다.
특히, 증인으로 출석한 유기석 전 BCNe글로발 사장이 “당시 KTF와 거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문이)KT 사장 출신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혀, KT 사장을 지낸 이 후보자가 로비스트로서 활동할 것을 염두에 두고 고문으로 위촉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방송 현안도 정책도 ‘앵무새 답변’…종편? “방송시장 선진화”


▲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사임했지만, 방통위 정책의 기조는 변하지 않고 이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방송 분야에선 MBC 등 파업 관련한 현안 질의가 가장 많이 제기됐지만, 이계철 후보자는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비슷한 답변만 반복해 야당 의원들이 목청을 높이며 질타를 했다. 그는 방송사 파업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내부적 문제”라고 말한 뒤 “국민의 시청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지켜보겠다. 취임을 하면 충실히 논의하겠다”라고 주로 답변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이용마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홍보국장의 해고, 최일구 앵커 등의 징계에 대해선 “일단 노조와 사장 간의 문제 아니겠습니까”라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앵무새’ 답변이 계속 반복되자, 김재윤 의원은 “쪽지를 읽는 것 아니다”, 같은 당 정장선 의원은 “대통령이 후보자의 답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하지 마시고 위원장 후보자로서 답변해보시라”고 질타했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민감한 방송 현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넘어 대다수 방송 현안과 정책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답변 때문이었다.
이날 청문회에서 여당은 주로 KBS 수신료 문제를 거론했는데, 이 후보자는 ‘수신료 산정 위원회’에 대해 “깊이 검토를 안 해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방법이 되든지 국회에서 의결한다면 특별한 문제는 아니라고 단적인 생각이 든다”고 답변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해 수년 간 국회에서 처리가 지연됐고 국민의 반발도 거센 사안에 대해 이 후보자가 이렇게 답변하자, 안형환 의원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공부를 좀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에서 진행 중인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의 시행령·고시 제정 작업에 대해선 “완전히 파악했다기보다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고, 지상파·케이블 재송신 제도개선안에 대해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소상히 파악해 상임위와 긴밀히 협의해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밝혀 구체적인 방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전임 위원장의 방송 정책에 대해선 옹호하는 입장을 보여, 향후 방송 정책의 기조 역시 최시중 위원장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방통위에서)법과 원칙이 무너져 종편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라고 지적하자, “(방통위는)방송의 다양성, 공익성을 위해 방송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최 위원장의 업적을 묻자 “방송시장 선진화”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통신사 규제에 ‘조심조심’, KT에는 ‘더 조심조심’


▲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언론노조 등 공동주최로 열린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계철 후보자는 KT 사장을 비롯해 최근까지 통신업계에 몸을 담고 있었던 만큼 각종 통신쪽 정책에서 통신업계의 이해와 어긋나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이계철 후보자는 현재 통신요금에 대해 “요금이 비싸다 싸다 일률적으로 얘기하기 어렵지만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통신료는 중간 정도”라고 답변해, 전혜숙 의원으로부터 “방통위원장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나”라는 질책을 받았다.
그는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를 활성화하고 단말기를 가입자에게 가져오는 자급제를 하면 일방적으로 달아주는 것보다 좋은 현상이 올 것”이라며 “(블랙리스트)제도를 활성화하면 통신수준이 상당수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기기 식별번호(IMEI)를 통신사에 등록하지 않은 휴대폰도 개통이 가능하도록 해 휴대폰 유통 시장을 다변화 하는 제도) 제도가 단말기 유통구조를 바꾸는 것이어서 통신비 요금 인하에 효용이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제도의 효과를 강조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는 “제4 이통사는 ‘한다, 안 한다’ 문제가 아니라 신청이 들어오면 심사를 해야 한다”면서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혀 통신3사 구조를 깨는데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경재 새누리당 의원이 통신비 인하 실패의 원인을 “제4이동통신의 진입 실패” 등으로 꼽을 정도로 여당쪽에서도 통신사 3곳의 독과점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지만, 이 후보자는 통신비 인하를 주장하면서도 통신사 독과점에는 ‘헛발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KT 관련된 사안에 이 후보자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김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KT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인터넷망을 차단해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KT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이용 차단을 한 것”이라며 “기업 윤리적으로 보면 매우 경솔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병석 의원은 “통신사업자 횡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KT, 삼성전자)양쪽에서 피해 보상을 위해 안을 내놓고 조정 중”이라며 “망 중립성은 세계적 문제”라고 밝혀, 최근 KT에 대한 제재 입장을 보인 방통위 상임위원들보다도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이 후보자는 최근 방통위가 KT 필수설비(광케이블, 전주 등)를 후발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고시를 준비 중인 것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용 확대’에 찬성하는지 묻는 질문에 “서로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데 국가에서 강제로 할 수 없지 않나”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단계적으로 설비 개방 범위를 확대하기로 약속했지만 그동안 회피한 KT에 대해 이 후보자가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셈이다. 또 이 후보자가 “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비 인하”를 주장하면서도 이번 설비 개방을 통한 경쟁 확대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이중 잣대’를 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지난 3년간 방통위에서 결정한 230회 안건 중에서 KT의 인허가나 KT 제재에 관한 사안이 33회”라며 “후보자가 KT와의 인연 때문에 업무 처리에서 어떤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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