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3-01일자 기사 ''김인규 퇴진요구' 때문에 정치파업이다? 그래 정치파업이다'를 퍼왔습니다.
[KBS 시청자에게 보내는 편지] "Reset KBS, 국민만이 주인이다"
ⓒ민중의소리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실시된 파업 찬반투표에서 개표결과 88.6%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회사는 말한다. “이번 파업은 실정법 위반이다. 파업의 명분이 임금 인상등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 아니라 KBS 사장 김인규의 퇴진 등을 요구하는 정치파업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렇게도 말한다. “순간적인 분노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자중하시고 선거를 앞두고 보도와 프로그램에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회사는 또 이런 말도 흘린다. “이번 불법 파업 참여자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소재를 따져 물을 것이다. 징계는 물론이고 민형사상 소송을 통해 책임을 물을 것이다”
MB는 왜 'KBS'를 포기하지 못 하는가?
끊임없이 경고하고, 회유하고, 협박하지만 되돌릴 수 없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이하 KBS 새노조)는 3월 6일 새벽 5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다.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1000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90.4%가 참여하고 그 가운데 89%가 총파업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사측의 말처럼 임금을 두고 회사와 벌이는 싸움이 아니다. “부당징계와 막장인사를 철회하고 김인규는 퇴진하라”는 것이 KBS 새노조의 주장이니 그들의 말대로 정치파업이다. 생긴 지 불과 2년 남짓한 새 노조로서는 어쩌면 조합의 존폐가 걸린 싸움일 수도 있다.
정권 말기라고 하나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던 ‘국영방송’ KBS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4.11 총선거,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KBS가 뚫리면 정권 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진다. 어떻게든 틀어막아서 여론을 장악해 나가야 한다. ‘나는꼼수다’나 ‘뉴스타파’는 2,30대 도시 청년층의 전유물일뿐 아직도 기성세대에게는 공중파와 기존 신문이 먹힌다. KBS에서까지 정부 비판적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 때는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절대 KBS를 사수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일 것이다.
우리도 안다. 게다가 우리 KBS 새노조는 소수노조다. 기술직 위주로 구성된 이른바 ‘KBS 구노조’에 비해 조합원 숫자는 3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돈도 없다. 지난 4년 동안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던 기존 노조를 뿌리치고 나오면서 거액의 신분안전기금도 모두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조합원들의 89%가 총파업에 찬성했다. 파업으로 임금도 보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자의 호주머니에서 십시일반 보태서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왜? 도대체 왜 우린 파업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사측 말대로 우리는 왜 '정치파업'에 나섰는가?'무늬만 공영, 실체는 국영'...4대강과 내곡동은 없고 정권 홍보만
이명박 정부 4년은 공영방송 KBS 언론인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다. 정연주 사장을 불법적으로 해임한 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이 들어오더니 급기야 이명박씨가 대통령후보시절 언론특보로 부리던 사람이 KBS의 사장이 됐다. 김인규 현 KBS 사장이다. 김인규씨가 들어온 뒤로 KBS는 더욱 망가졌다. 무늬만 공영이지 실체는 국영이었다. 사장의 의중이 인사에 반영되고 조직의 간부들은 사장의 의중에 맞춰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을 갖고 장난을 쳤다. 정권의 이익에 불리한 것은 배제하거나 축소하고, 유리한 것은 허황되게 부풀렸다. 개별적으로 저항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항의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특히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도 그랬으니까...
ⓒ이승빈 기자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 로비에서 한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김인규 사장의 퇴진과 해고 및 징계노동자 징계철회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KBS 경영진은 지난달 30일 새노조 전 집행부 13명에 대해 1년6개월 전 파업을 문제삼아 정직 8명, 감봉 5명의 무더기 중징계를 했다.
현장에서 뛰는 언론인들이 대부분인 KBS 새노조 조합원들은 지쳐버렸다. 그리고 좌절했다. 그러는 사이 비판적 보도나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췄다. 반면 정권 홍보성 관제 아이템은 눈에 띄게 늘었다. KBS는 지난 4년동안 거의 단 한번도,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BBK의혹', '4대강 사업', '내곡동 사저논란', '10.26 선거부정' 등 굵직한 정치 아이템들을 정면으로 다루지 못했다. 타 언론사의 보도를 마지못해 따라가거나 있는 사실조차도 ‘물타기’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정말 이건 아니다. 행동해야만 한다. 이건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니다. 이건 정파적 싸움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다. 한국 최대의 공영방송을 편향적 정치집단으로부터 구출해내기 위한 싸움이다. 때문에 우리는 정당하다." 아마 이게 이번 파업에 돌입하는 1000여명 우리 조합원들의 공통된 견해일 것이다.
4년동안의 '침묵' 변명 않겠다...국민에게 돌려주겠다 'Reset KBS'
혹자는 말한다. 정권 교체를 앞두고 KBS가 밥숟가락 하나 얹어 놓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글쎄...지금 그렇게 쉽게 정권이 교체될 상황으로 보이는가? 그렇게 따지자면 정권이 바뀐 뒤에 밥숟가락을 얹는 게 KBS 언론인들의 가장 편안한 선택이 될 것이다. 어떤 정부든 한국 최대의 공영방송이 자기 정파에 더 우호적인 방송을 해주길 바라는 것은 당연지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혼을 팔고 양심을 속여 육신이 편하고자 한다면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그 편에 서서 그 정부의 이해에 봉사하면 그 뿐이다. 우리는 편할 수 있다. 그러나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다만 여전히 시청자에게는 죄송할 따름이다. 지난 4년 동안 그렇게 당하면서도 왜 일찍 일어서지 못했냐고 말하면 거기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많지 않다. 지난 4년 동안 80여명이 KBS 사측으로부터 징계를 당하고 수백여명이 부당 인사를 당했다는 변명 뿐...외부의 침탈세력도 강했지만 내부의 적을 솎아내야 하는 복잡한 사정도 있었다는 해명 정도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모든 것이 정리됐고 우리의 대오는 강고하다. 1000여명이 결사대로 뭉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KBS 내부를 쇄신하고 공영방송을 참주인인 시청자에게 돌려주겠다. KBS 총파업의 기치는 그래서 'Reset KBS, 국민만이 주인이다'
최경영 KBS 기자(언론노조 KBS 공추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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