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3-23일자 사설 '[사설]라면값 담합으로 서민 등쳐 배불린 기업들'을 퍼왔습니다.
농심·삼양식품·오뚜기·한국야쿠르트 등 4개 라면회사들이 무려 9년 동안 라면값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3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라면 값을 부당하게 올려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왔다니 배신감이 크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6차례에 걸쳐 서로 짜고 라면값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르는 농심이 먼저 가격 인상안을 마련해 다른 회사에 알려주면 1~2개월씩 시차를 두고 값을 인상하는 수법을 썼다. 값 인상 계획·인상 내용·인상 일자에서부터 값 인상 제품의 생산 일자·출고 일자 등까지 서로 협조해 차례로 값을 올렸다고 한다. 농심은 “영업현장에서의 정보교환은 통상적인 활동이며, 후발업체들과 값 인상을 담합할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지만 말이 ‘정보교환’이지 실제로는 서로 짜고 값을 올렸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연간 2조원에 이르는데 지난 9년 사이 라면값은 50% 넘게 올랐다니 라면회사들이 소비자를 농락해 얻은 부당 이익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담합 사건이 적발될 때마다 대기업의 담합 행위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몇몇 대기업이 시장을 나눠갖는 독과점 분야가 많아 담합 가능성은 큰 반면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처벌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최근 공정위에 적발되는 담합 품목은 다양하기 이를 데 없고 담합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정위는 이번 라면값 담합의 적발 자체에 큰 의미를 두겠지만 담합이 10년 가까이나 계속되다 이제야 드러났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이 담합에 가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쟁을 회피하고 쉽게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부채질하는 것이 느슨한 감시와 가벼운 처벌이다. 담합으로 얻게 될 이익이 적발됐을 때 받게 될 불이익보다 크다고 생각되면 담합 유혹에 빠지기 쉽다. 결국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일벌백계로 중징계해야 한다. 기업들이 단 한번의 잘못으로도 문닫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담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근본적으로는 독과점적 시장 구조를 개선해 소비자가 바가지 쓰는 일이 없어야 한다. 공정위 조사가 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특정 품목을 손보는 것으로 오해받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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