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3-22일자 사설 '[사설]이젠 ‘정치 검찰’ 대신 ‘박근혜 검찰’ 되려 하나'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측근 심모씨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2일 “심씨에게 총 2억원을 건넸다”는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 박모씨 주장이 언론에 보도된 데 이은 것이다. 이후 검찰이 관련 의혹을 내사 중이라는 보도가 뒤따르자 대검찰청은 “한명숙 대표를 겨냥하는 내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러던 검찰이 며칠 만에 입장을 바꿨다. 서울중앙지검은 금품을 전달했다는 박씨를 지난 20일 조사한 데 이어, 어제는 심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강제수사에 착수한 데 대해 “언론에서 보도하고 선관위가 수사의뢰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를 겨냥한 표적수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의 말을 믿고 싶지만, 그러기엔 논리가 허약하다. 언론 보도를 수사 착수 배경으로 들다니 어이가 없다.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재수사에 착수한 것은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양심고백을 한 지 13일 만이었다. 그 사이 연일 언론이 구체적 정황을 담은 녹취록을 보도했지만 검찰은 미적거렸다. 재수사에 들어간 뒤도 마찬가지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자백’했음에도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심씨 사건의 경우 정반대다. 선관위가 수사의뢰한 것은 15일, 수사의뢰서가 중앙지검으로 이송된 것은 16일이다. 나흘 만인 20일 검찰은 박씨를 조사했다. 검찰이 이토록 기민한 조직이었던가. 이번 사건의 공소시효는 10월에 만료된다. 검찰의 말대로 한 대표를 겨냥한 수사가 아니라면, 수사를 중단하고 총선 이후 재개하면 된다. 심씨 수사를 계속해야겠다면, 갖가지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씨와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똑같은 강도와 속도로 수사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씨의 미국 부동산 의혹 수사에 열을 올리더니 최근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미국 시민권자 경연희씨가 정연씨에게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관련 기사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정연씨를 둘러싼 의혹이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검찰은 “건평씨는 총선 이후 조사할 것”이라면서도 “수사가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사건의 ‘휘발성’을 시사했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체면 불고하고 야권 흠집내기에 ‘올인’하는 검찰의 모습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검찰은 이제 ‘정치검찰’을 넘어 ‘박근혜 검찰’이 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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