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0일 토요일

[사설]임종석 사퇴 ‘공천 과오’ 바로잡는 계기 삼아야


임종석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이 어제 총장직과 4·11 총선의 후보 자격을 내놨다. 임 총장은 “야권연대가 성사된 이후 당에 남는 부담까지 책임지고 싶었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늘 마음 같지는 않은 것 같다”고 술회했다. 그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는 등 재판이 진행 중인 터라 그간 그의 공천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이해찬·문재인 상임고문 등 당내 ‘혁신과 통합’ 측 인사들의 압박이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의를 위해 총장·후보를 사퇴한 임 총장의 결단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번 사태는 ‘국민의 눈높이’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운다. 민주당은 당초 도덕성과 정체성을 총선 공천의 중요한 잣대로 천명했다. 현실은 달랐다. 임 총장을 비롯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되거나 유죄를 받은 인사들 4~5명이 공천을 받았다. 반면 같은 도덕성 시비에 휘말린 강성종·최규식 의원은 불출마했다. 호남 중진들은 낙천했으나 ‘친노 인사’라는 김진표 원내대표는 ‘관료 출신 보수인사’라는 정체성 시비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받았다. 무엇이 도덕성이고, 정체성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대가는 엄혹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지난 1월 통합전대 이후 상승세를 탔던 민주당 바람이 확연히 꺾였다. 의석의 과반 확보는 고사하고 130석도 못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각종 경고음이 발령됐다. 민주당이 자신들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국민들을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추려 한 데 따른 민심의 이반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한명숙 대표가 있다. 한 대표는 임 총장을 사무총장에 임명할 당시 비리연루 의혹을 받은 인사가 어떻게 총선을 이끌 수 있느냐는 당 안팎의 지적을 외면했다. ‘임 총장은 무죄라고 믿는다’는 자신만의 논리로 뜻을 굽히지 않았고, 공천까지 줬다. 두 번씩이나 표적 수사를 당하고 무죄를 받은 한 대표가 검찰에 갖는 불신과 한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무죄추정의 원칙도 존중하는 게 백번 옳다. 그러나 공과 사가 불분명한 한 대표의 말과 행동이 국민들의 눈에는 오만으로 비쳐졌고, 유사한 시비로 낙천한 인사들은 이중 잣대에 분노했다. 그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었다.

민주당은 임 총장 사퇴로 다른 공천의 문제들을 덮으려 해서는 안된다. 잘못된 공천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유사한 사례의 경우 후보직을 반납받거나 박탈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남은 공천에서도 준엄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 반전의 계기가 주어졌을 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정치의 기술이고, 리더의 역량이다. 이마저 외면한다면 임 총장의 사퇴는 빛이 바래고, 공천 잡음도 재발할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부조리에 맞서 싸우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한 대표의 대오각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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