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0일 일요일

"쌍용차 국정조사는 정체성 문제… 양보 못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18일자 기사 '"쌍용차 국정조사는 정체성 문제… 양보 못한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민주당 우원식 "민주, 귀족주의-패권주의 버려야"

18대 대선이 끝나고, 쌍용자동차 국정조사가 돌연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대선 직후 이어진 해고노동자들의 '절망 자살' 영향이 컸다. 야당은 "쌍용차국정조사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라며 대여공세를 폈고, 여당은 "일부 의원의 의견이었을 뿐"이라고 맞섰다.  정치권이 갑론을박하는 사이, 지난 10일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의미 있는 합의안이 도출됐다. 쌍용차 경영진과 노조가 무급휴직자 455명 전원 복직에 합의한 것. 여야 모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쌍용차 문제 해결의 실타래는 더욱 꼬였다. 새누리당은 무급휴직자 복직을 근거로 "희망퇴직자, 정리해고자 문제 역시 노사 합의에 달려있다"며 정치권 개입 반대를 주장하고 나선 것. 이에 민주통합당은 "무급휴직자 복직은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박하고 있다.  쌍용차 국정조사 문제는 급기야 1월 임시국회 개회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24일 임시국회 개회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5일.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럼에도 결코 물러설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 17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절박하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 수석부대표가 밝힌 '국정조사가 절박하고, 그래서 물러설 수 없는' 이유는 "고통 당하는 99%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이고 "국민의 신뢰와 연결된, 나아가 민주당의 정체성과 결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잇달아 패배한 민주당의 쇄신 방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패권주의와 야당 귀족주의를 탈피하고, '싸가지 없는' 태도를 고칠 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 수석부대표와 인터뷰는 전홍기혜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편집자

"이한구, 대기업 출신 원내대표의 대기업 감싸기"

프레시안 : 쌍용차 국정조사와 임시국회 일정이 여야 이해관계와 얽혀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원식 : 오늘(17일) 의원총회에서 1월 임시국회 협상과정에 대해 보고했다. 우리는 많이 양보했는데도 새누리가 꿈쩍 않는다. 이에 홍희락 의원이 '민주당의 패배 원인 중 하나가 신뢰 부족이다. 새누리당은 늘 당당하게 협상에서도 다 얻고 우리는 늘 원칙을 관철하지 못한다. 그게 국민들에게 민주당의 신뢰를 잃게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용차 문제도 원내일정 이런 거 다 던지고 끝까지 가야 한다고 하더라.

물론 최종적으로는 의원들의 총의가 모아져야 한다. 국정조사 처리 문제가 나머지 일정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다만 쌍용차 국정조사는 명백히 우리의 정체성에 달려 있는 문제다. 대선 기간에도 우리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주장한 것이다. 국정조사를 꼭 해야만 한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 내 여론은 어떤 것 같나.

우원식 : 협상을 하면서 보니, 일단 이한구 원내대표가 정말 세다. 손톱만큼도 들어갈 틈이 없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의견이다. 새누리당 전체 의견이 아니다. 김무성 전 총괄선대본부장이 선대위를 대표해서 국정조사에 찬성했고, 황우여 대표는 선거 끝나고 당을 대표해서, 또 환노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도 환노위를 대표해서 말했다. 심지어 김재원 의원도 친박계인데 선거 공약 지키자는 차원에서 찬성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원내지도부라고 해서 그냥 관철시키려는 것 같다. '대기업 출신 원내대표의 대기업 감싸기'라고 본다.

이한구 원내대표뿐 아니라 새누리당 모든 의원의 본심이 쌍용차 국정조사 반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지금 여러 가지 국정운영에 관한 고민도 있을 거다. 여당이고, 국정운영에 더 큰 책임이 있으니 야당의 요구를 아예 무시할 수도 없다는 입장도 있을 것이다. 초반전부터 야당의 요구 무시하고 단독으로 출범시키기엔 부담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새누리당 의원이라도 우리랑 같이 (국정조사 건에 대해) 할 수 있으면 연대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쌍용차 국정조사, 국민 신뢰의 문제"

프레시안 : 1월 임시국회 결렬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 사실 요즘 당내 의견을 보면 '너무 좌클릭 해서 대선에서 졌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 같다.

▲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우원식 의원실 제공

우원식 : 나는 당내에서 '좌냐, 우냐' 갖고 싸우는 건 정말 하찮은 논쟁이라고 본다. 열린우리당 초기에도 '실용이냐, 개혁이냐'를 갖고 싸운 적이 있다. 그때 내가 '허생전'에 빗대서 쓴 글이 있다. 허생이 북벌 가는 사람들에게 상투를 자르고 도포도 벗고 가자고 했다. 이것은 굉장한 개혁이지만 현실적인 실용이다. 근데 허생이 나중에 곤궁해지니 말총을 매점매석해서 떼돈을 벌었다. 이는 돈 벌기 위한 실용이지만 반개혁이다. 우리가 경계할 것은 실용을 빙자한 반개혁이다.

사실 가장 실용적인 게 가장 개혁적일 수 있다. 마치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기도 하는데, 가장 실용적인 게 진보다. 몇몇 기득권자들한테 우원식 : 나는 당내에서 '좌냐, 우냐' 갖고 싸우는 건 정말 하찮은 논쟁이라고 본다. 열린우리당 초기에도 '실용이냐, 개혁이냐'를 갖고 싸운 적이 있다. 그때 내가 '허생전'에 빗대서 쓴 글이 있다. 허생이 북벌 가는 사람들에게 상투를 자르고 도포도 벗고 가자고 했다. 이것은 굉장한 개혁이지만 현실적인 실용이다. 근데 허생이 나중에 곤궁해지니 말총을 매점매석해서 떼돈을 벌었다. 이는 돈 벌기 위한 실용이지만 반개혁이다. 우리가 경계할 것은 실용을 빙자한 반개혁이다.

사실 가장 실용적인 게 가장 개혁적일 수 있다. 마치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기도 하는데, 가장 실용적인 게 진보다. 몇몇 기득권자들한테 실용적인 건 보수가 아니라 반개혁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올바른 보수라 하면 그건 진보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같은 친일파가 보수라고 한다. 건전한 보수는 지금 진보로 인정받는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그 예다. 본인은 보수라 하는데 가장 진보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가 우쪽으로 가자, 좌쪽으로 가자고 하는 건 허상이다. 가장 실용적 관점에서 고통 당하는 99%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를 찾아가야 한다. 쌍용차 국정조사는 우냐 좌냐의 문제가 아니고, 신뢰의 문제고, 국민이 어떤 처지인지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좌클릭 해선 안 된다며 국정조사 반대하는 거라면, 뭐하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따로 만들고 있겠나.

프레시안 : 남재일 전 노동부 장관이 (프레시안) 신년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야당의 역사를 보면 결코 작은 정당이 아니다. 대선 패배원인 중 하나가 원내투쟁을 너무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원내에서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우원식 : 내일(18일) 대한문에 가서 농성자분들에게 협상 상황을 보고하려 한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도 (단단하게) 매는 것이다. 저 사람들(새누리당)은 다 해결됐다고 하는데, 해결된 게 무급휴직자 복직, 그 하나밖에 없다. 이건 꼼수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현장 다니고 국정조사 여론이 확 올라오니까 느닷없이 국정조사 피해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회사 가서 (쌍용차 노사와 이야기하는) 그림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쌍용차 경영진의 불법적인 회계조작, 기획부도, 무리한 공권력 투입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게다가 2000명이나 되는 희망퇴직자 문제가 남아 있는데 일각을 해결했다고 이런 문제를 덮는 건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물론 당내에서도 국정조사에 호의적이지 않은 그런 기류가 아주 없을 순 없는데, 그러니까 원내 지도부 의지가 중요하다.

프레시안 : 쌍용차 해고 노동자 등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가장 큰 요구는 뭔가.

우원식 : 복수노조제가 시행된 이후에 노조파괴행위가 굉장히 심해졌다는 것이다. 내가 17대 때 환노위 소속이었는데 그때랑은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전에는 민주노총이 귀족노조여서 내가 민노총에 안 좋은 소리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지금 보니 민주노총 소속의 산별노조 사람들이 회사에서 만든 기업노조에 밀린다. 굉장히 심각해 안쓰럽다.

프레시안 : 만약 국정조사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성과가 무척 중요할텐데.

우원식: 일단 성사되기만 하면 나머지는 야당에 달려있다. 새누리당이 아무리 비협조적으로 나오더라도 그 다음부턴 우리 몫이다. 벼르고 있으니, 잘 될 거라고 본다.

"민주당 재건하려면, '야당 귀족주의' 습성부터 버려야"

프레시안 : 화제를 조금 돌리자. 민주통합당의 대선 패배,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

우원식 : 당내 패거리 문화가 문제다. 친노니, 비노니 하고 가르는데, 아주 웃기는 소리다. 그야말로 패 가름을 위한 가름이다. 친노니, 비노니 하는 패 가름은 결국 선거에서 일대일 구도만 만들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하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만든 허상이다. 그러니 패거리 져서 당내에서 이기려고 온갖 수를 다 쓴다. 편을 먹고 패권을 쥐면 된다, 이거다. 그래서 내용도 안 보고 일단 싸우고 보는 것. 이걸 넘어서야 한다.

민주당의 현주소다. 총선 때도 그랬다. 공천을 누구로 하든지 일대일로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엉망진창으로 공천했다. 그래서 국민 신뢰를 못 받고, 당내 갈등도 심해지고 그 여진이 남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의 또 다른 문제점들을 짚어달라.

우원식 : 두 번째 문제는 민주당이 현장에 없다는 것. 나는 평민당 시절 때 (정치권에) 들어왔다. 당시에 나는 국회의원 할 생각은 없었고, 그보단 당 개혁해야겠다 싶어서 인권위원회 부국장을 했다. 2년간 인권침해 현장을 다니면서 인권백서도 냈다. 그만큼 현장을 많이 다녔다. 근데 민주당은 지금 그런 게 없어졌다. 당이 어느새 현장에 없다.

▲ 민주통합당 노동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갖기 전 농성장을 방문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우 지부장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세대별로는 20대부터 40대, 소득별로는 월 200만 원에서 600만 원의 중산층, 이 사람들은 자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다. 국회 안에 앉아 있어도 다 들린다. 근데 진짜 어려운 사람들, 우리가 표를 받아야 할 월 200만 원 이하의 정말 어려운 사람들과 10년 전 노무현을 찍었던 40대, 지금의 50대가 지금 굉장히 불안하다. 직장도 쫓겨나고 불안하고 어려운 사람의 목소리는 국회에 앉아 있으면 잘 안 들린다. 현장에서 신뢰를 얻었어야 하는데, 어려움에 대해 당 사람들이 고민해본 적이 없다. 그런걸 보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똑같다.

프레시안 : 지난 대선 유세에서 박근혜 후보는 시장 등 서민들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갔다. 유세가 끝나고 나면 수행원들이 상인들이 파는 물건을 한 보따리씩 사줬다더라. 그게 시장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그 층에 퍼졌다고 한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광화문 광장 등에서 자기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유세에 집중했다. 그런 작은 차이가 선거판을 좌우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원식 : 민주당이 현장에서 신뢰를 잃은 이유는 '야당 귀족주의' 때문이다. 10년 집권하는 동안 현장 마인드를 다 잃어버렸다. 일대일 구도만 만들면 되니까 당내투쟁에 몰두하고 현장에서 신뢰를 잃어갔다. 권력 맛을 보고 기득권화되면서 어려운 현장 찾아가는 걸 꺼리고 당 조직도 없어졌다. 인권위나 노동위도 없고, 홍보 같은 지원기능만 남았다. 지구당도 선거운동원 뽑아주는 것 말고 현장에서 하는 일이 없다. 다시 말해 생활정치가 없어졌다. 현장에서 사람들이랑 막걸리 먹으면서 '이명박 나쁜 놈' 소리도 해야 하지만, 그보단 사람들에게 '우리 지역에서 민주당이 저런 일도 하는구나'하는 걸 알려야 한다.

세 번째는, 정말 '싸가지가 없다'는 것. 우리당 사람들이 국민들한테 진지하지 못한 것 같다. 상대방 가슴에 못 박는 소리를 잘한다. 물론 젊은 사람들은 '시원하다'고 팬클럽도 만들고 하지만 대다수의 대중은 그런 태도가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근데 이런 태도들이 당에 체질화돼있다. 말 함부로 하고, 사람 규정하는 식의 태도들.

결국 패권주의, 야당 귀족주의, 태도의 세 가지 문제가 민주당을 망쳤다.

프레시안 : 새로 꾸려진 비대위원회 그리고 비대위를 이끄는 문희상 위원장이 앞으로 얼마만큼 제 역할을 할 것 같나.

우원식 : 사실 문희상 위원장에 대해선 당 내에서 말도 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범 친노니까 불만을 얘기하고, 나이 많아서 안 된다는 지적도 있고, 되자마자 문재인 끌어내서 사과시키겠다는 얘기 듣고 친노 진영에선 싫어했다. 그런데 사실 문 비대위원장은 아무 사욕이 없으신 분이다. 진정성도 있다.

프레시안 : 새 지도부를 뽑는 다음 전당대회가 아주 치열할 것 같다.

우원식 : 정말 백가쟁명의 생각이 나올 것 같다. 당을 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이 제기될 것이다. 이제 새로운 리더십으로 가야 한다. 기존 방식, 기존 인물을 탈피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서어리 기자(=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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