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1일 목요일

‘공세적’ 종편에 밀리는 ‘소극적’ 지상파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30일자 기사 '‘공세적’ 종편에 밀리는 ‘소극적’ 지상파'를 퍼왔습니다.
보도량 저조하고 그 마저도 이미 나온 내용 정리에 그쳐

방송3사가 김용준 총리 후보 등 굵직한 이슈에서 매우 저조한 보도량을 선보이고 그 마저도 이미 나온 내용을 정리하는 데 그쳐, ‘이슈 주도력’ 등에 있어서 갓 출범 1년을 넘어선 종편채널에 밀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용준 총리 후보자 관련 보도다. 방송3사의 메인뉴스는 어제(29일) 지명 5일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힌 김용준 총리 후보자 검증에도 소극적인 모습(관련 기사 링크)을 보였다. 방송3사는 김용준 후보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상세하게 보도하거나 심층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대부분 스트레이트로 간략히 처리한 후 여야의 입장 차를 드러내는 형식을 취했다.
특히, MBC (뉴스데스크)는 김용준 후보자가 총리로 지명된 24일 이후 5일 동안 관련 리포트를 5개만 소화했다. 그 마저도 두 아들 병역 문제, 부동산 투기 등 여러 의혹에 연루돼 있던 김용준 후보자의 입장을 우선 반영한 내용이었다.

▲ 27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 캡처

뉴스데스크는 사퇴를 발표한 29일에서야 관련 소식을 2꼭지로 내보냈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 전격 사퇴) 리포트를 스트레이트로 처리한 후, (법질서 확립 훼손 우려) 리포트에서 ‘의혹으로 인한 공세’를 사퇴 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리포트 말미에 “다만, 소아마비의 역경을 딛고 신망 받는 법조인으로 헌재소장을 지낸 김 후보자”라고 언급, 병역비리, 부동산 투기 등 민감한 의혹에 발목 잡혔다는 사실을 희석시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KBS (뉴스9)나 SBS (8뉴스)의 보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 29일 모두 김용준 후보자의 전격 사퇴를 뉴스 첫 머리에 배치했고, 이번 일로 박근혜 당선인의 조각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소수의 측근들과 상의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방식이 변화되리라는 전망도 내 놓았다. 이동흡 후보자 검증 당시에는 KBS가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2일 (이동흡, 특정업무경비 일부 MMF 계좌 입금)이라는 단독 보도를 했으나, 김용준 후보자 관련 소식 가운데 지상파 3사가 단독 보도한 뉴스는 하나도 없었다.
반면 종편의 경우 김용준 후보 검증에 많은 리포트를 할애하고, 연일 단독 보도를 하며 선전하고 있다.
채널A의 (뉴스A)는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아들 병역 문제 및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수 차례 단독 보도를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사퇴 의사를 밝힌 29일에는 관련 소식을 첫 꼭지부터 총 10건 보도했다. 이는 29일 지상파 3사의 관련 보도량 총합보다 많은 수치다.

▲ 채널A의 뉴스A는 29일 방송에서 톱뉴스를 포함해 김용준 총리 후보자 관련 소식을 10건이나 보도했다.

(뉴스A)는 이날도 (“청와대에 김용준 후보자 검증 협조 요청 없었다”)라는 단독 보도를 해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 검증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자체검증만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양한 정보기관과 연계된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을 거쳤다면 부적격 후보자를 사전에 거를 수도 있었다며 철통 보안에만 신경쓰며 정작 후보 검증에 소홀했던 박근혜 당선인을 비판했다. (뉴스A)는 단순히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알려주는 것을 넘어 시민, 정치권의 반응을 개별 꼭지로 넣었고 낙마 이유와 사퇴 이후 전망까지 훑었다.
TV조선 (뉴스쇼 판) 역시 김용준 후보자 사퇴 이후 관련 소식을 10개의 리포트로 정리했다. (퇴근길에 만난 김 지명자)라는 단독 리포트도 있었다. (뉴스쇼 판)은 사퇴 결정 시점, 후임 인선 여부, 박 당선인 인사 시스템 비판, 인수위원장직 전망, 언론의 검증 압박에 따른 김용준 후보자의 불만 등을 개별 리포트로 상세히 다뤘다.
JTBC (NEWS 9)는 (총리지명 5일 만에 사퇴…새 정부 첫 단추부터 '실패'), (아침 수영도 안 가고…김용준 후보자 '오늘 이상했다'), (땅 투기의혹이 '결정타'…총리 검증 예선전도 못 넘어), (박근혜식 깜깜이 '밀봉 인사'가 부른 '부실 검증' 참사), ("근거 있는 기사 써라" 김용준, 언론검증 부담 느낀 듯) 등 5가지 꼭지로 채웠다.

▲ jtbc NEWS 9 29일자 보도 캡처. “근거 있는 기사 쓰라”며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언론의 검증 과정에 서운함을 표현한 부분을 개별 리포트로 다뤘다.

김용준 후보자는 29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라면서도 “언론에 대해 최소한의 인격을 존중해 달라”고 했다. 언론들도 ‘언론의 검증을 통한 여론 악화’를  사퇴의 주요한 배경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증은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김용준 후보자가 개인적으로 서운함을 느꼈을 수는 있겠지만 이는 언론이 제 역할을 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송3사의 뉴스는 단순 스트레이트 위주의 보도로 ‘제대로 된 검증’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종편의 하루 보도량이 지상파 3사 보도량 총합과 같거나 많았고, 외려 다양한 각도의 취재와 단독 보도 등으로 활약한 종편이야말로 김용준 후보자 검증의 일등공신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함철 KBS 기자협회장은 “우리도 (종편에서 다룬) 관련내용을 알고 있지만 방송 시점이 늦은 건 사실”이라며 “KBS는 확인 과정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보수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함철 회장은 “취재가 된 뉴스도 보도하지 못해 ‘눈 뜨고 당해버렸다’”며 “보도위원회를 소집해 의사결정 과정을 빨리 처리해달라는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호원 SBS노조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후보자 검증은) 국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이고, 꼭 필요한 정보인데, 종편이나 종편과 연결된 신문매체들이 신경 써서 취재한 반면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며 “반성할 부분이 있다. (지상파보다) 종편이 뉴스를 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인 신문사 기자들과 지상파의 기자들의 취재력, 기획력에 차이가 있었고 지상파 쪽이 더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것 같다”며 “단독이 많지 않았다는 것은 취재가 깊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김수정 기자  |  poorenbyu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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